[SSR] 전쟁의 흔적 6화. 검푸른 빛

2024. 5. 19. 19:58이벤트 스토리- 2021/목표 전쟁 도시

 알카이드는 조금 전에 얻은 광석을 전시대에 올려놨다.


 실내는 상당히 어두웠다. 희미한 차가운 푸른빛이 방을 더욱 음산하게 만들었다.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운 정도까진 아니지만,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러나 알카이드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광석의 기이한 문양에 천천히 손을 올렸다.
 그가 살며시 고개를 들자 어깨에 걸쳐둔 외투가 바닥에 떨어졌다. 차가운 불빛 아래 시선을 사로잡는 기이한 문양이 고목이 뿌리를 뻗고 그의 등에 퍼져 나갔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벌레의 심장이라는 이름의 광석이 새벽녘의 햇살처럼 미미한 빛을 냈다.
 알카이드는 살며시 눈을 내리깔며 자신의 정보창을 흘끗 쳐다봤다. 기본 정보 외에 그의 닉네임 옆에 회색 글자가 적혀 있었다 권한 소유자. 알카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몇 달 전 일을 떠올렸다.
 
 막 완성된 게임은 첫 번째 OBT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알카이드 열시 랜덤으로 뽑힌 테스터들 중 하나였다. 전투를 좋아하지 않는 그에게 유적 연구 컨텐츠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고고학자를 선택했다. 
그저 분쟁을 피하기 위해 택한 직업이었는데, 스킬 숙련도를 최고레벨 까지 달성하자 랭킹에서 유일한 고고학자가 되었다. 그렇게 그는 사람들의 관십을 한몸에 받게 됐다.그 후 게임사 측에서 직접 그를 찾아와 벌레 유적 보스의 AI를 설계하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 대가로 보수는 물론 보스를 그의 계정 일부로 귀속시카고, 일부 던전의 권한을 받게 됐다. 그러나 기밀 유지 약속 때문에 로지타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반가운 이에게 걸려온 전화에 알카이드가 생각을 멈췄다. 
 
[로지타]
아직 게임 접속 중이길래 뭐 하고 있나 궁금해서 연락해 봤어요. 
 
[알카이드]
오늘 획득한 걸 정리하고 있었지. 로지타, 너는? 
 
[로지타]
저도요. 이번이 가장 수월한 던전이었어요. 챙겨간 아이템은 하나도 안 썼는데, 다른 던전보다 몇 배는 더 많이 획득했네요. 
 
[알카이드]
챙겨갔던 아이템은 다른 던전에 쓰면 되지. 그러고 보니 로지타, 다음엔 어떤 유적에 가고 싶어? 
 
[로지타]
다음 주에 새로운 유적 던전이 열린다고 해서 가보려고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 던전은 오늘 그 던전처럼 운이 따르진 않겠죠? 
 
[알카이드]
글쎄. 다음에도 운이 따를지도 모르지. 

[로지타]
그러면 좋을 덴데... 아...

-

 인터넷 연결 상태가 불안정한 탓에 소리가 들리지 않자, 알카이드가 반사적으로 헤드셋을 붙잡았다. 
 
[로지타]
죄송해요. 이쪽 인터넷이 잠깐 끊어졌나 봐요. 

명랑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헤드셋을 잡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풀렸다. 
 
[알카이드]
괜찮아. 참, 아까 뭐라고 했어? 
 
[로지타]
아, 별말 아니었어요. 선배랑 같이 깨게 될 다음 던전이 기대된다고요. 
 
[알카이드]
나도.

 따스하게 웃는 그의 눈동자로 푸른빛이 스며들었다. 
 
[알카이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