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선택

2023. 12. 28. 00:28다음 역, 에덴/첫 에덴

맞은편 건물 2층에서 수상한 그림자가 달아나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또 다시 땅이 흔들렸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그러더니, 방안에 커다란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예고없이 일어난 불길은 너무 거세고 빨라 좀처럼 막지 못했다. 소매를 걷은 채 다가오던 루카스의 얼굴은 놀라움과 장난기로 물들어 있었다.
 
[루카스]
이런, 보스가 직접 출동할 줄은 몰랐는걸. 
 
보스...? 거센 불길은 아인과 관련된 건가? 그렇다는 건 아인이 근처에 있다는 뜻일까? 멀리서나마 아인의 모습을 보려고 했지만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짙은 연기와 탄 냄새만 공기 중에 가득할 뿐이었다. 얼마나 강력한 무기를 쓴 걸까? 아니면 내가 잘 모르는 능력 같은 게 있는 걸까? 내 궁금증을 눈치챈 듯 루카스가 날 향해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루카스]
긴장할 것 없어, 새싹아. 보스는 이쪽의 폭발 사건과 술수가 너무 비겁해서 참지 못 하고 나선 것뿐이니까.
 
그 말에 카이로스가 미간을 구겼다. 
 
[카이로스]
됐어, 여기서 끝내자. 사건은 해결됐으니 살아남은 능력자들은 내가 데려간다. 신입에게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도록 하지. 
 
카이로스의 시선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신입 능력자들을 차례로 훑었다. 내겐 별다른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내게 에덴에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을 줬었다. 혼란 속에서 재회한 그는 사건을 냉정하게 처리했다. 
 
[카이로스]
모두 날 따라와. 
 
구조된 신입 능력자들이 카이로스를 항해 몰려가기 시작했다. 나도 그들의 대열에 합류해야 할 것 같았다.
 
[루카스]
잠깐. 우리 레지스탕스 단원은 데려가면 안 되지. 
 
실눈을 뜬 루카스가 양보하려 하지 않자, 카이로스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카이로스]
레지스탕스 단원? 
 
[루카스]
새싹이는 이쪽 소속이라고, 우리 보스가 직접 뽑은 신입.
 
카이로스가 루카스와 나를 항해 차례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카이로스]
일방적으로 강요당한 거 아닌가? 대제 언제 너희 쪽 사람이 됐다는 거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던 그 때, 검은 그림자를 발견했다. 
 
[아인]
바로 지금. 
 
아인이 날 항해 다가오자, 주변의 레지스탕스 단원들이 길을 내주었다. 울타리 같은 불길이 치솟아 오르면서 나와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공격을 위한 불길이 아닌, 그저 진영을 갈라놓기 위한 경계선 같았다. 노을빛이 점점 내려앉으며 아인의 망토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아인이 내 앞으로 다가온 순간, 뜻한 바를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나]
하지만 전 신분도 확실하지 않고...
 
[아인]
네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지? 레지스탕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원을 배척한다면 가장 먼저 쫓겨나야 할 건 나야. 
 
아인의 말투가 유난히 너그러웠다. '신분도 알 수 없고, 준비도 안 됐다'며 날 마음에 안 들어 했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그 말에 뒤에 있던 용병들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붉은 머리의 용병은 심지어 적개심을 드러내며, 레지스탕스 단장의 이상한 행동을 수긍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아인]
어떻게 할지는, 너에게 달렸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인이 자신의 팀으로 돌아가자, 불길도 사그러들었다. 루카스는 두 손을 늘어뜨린 채 참모처럼 그의 뒤에 섰다. 카이로스는 그들을 마주한 재 잠시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태풍에서 가장 고요한 곳은 오히려 태풍의 중심인, 태풍의 눈이라고 들었다. 지금 마치 내가 태풍의 눈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카이로스]
지금 여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다 들려줄 순 없어. 그래도 네가 날 따라와줬으면 해. 
 
카이로스가 고글을 낀 채로 날 쳐다봤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함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아인]
누구를 선택하겠어? 
 
아인은 자신이 승기를 쥐고 있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바로 그 순간, 가장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통신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오후 내내 연락이 없던 로샤의 연락이었다. 고요한 황혼 아래, 팽팽히 대치 중인 두 부대. 그런 가운데 통신기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누구의 손을 잡을지, 일단 문자 내용부터 확인해야겠다.
에덴을 찾아가는 여정, 그 다음 행동은-
 
(클릭하세요)
1. 로샤의 메세지를 확인한다.
2. 카이로스를 따라간다.
3. 아인의 군단에 가입한다.
4. 알카이드의 도움을 받는다. (아래 더보기 클릭)

더보기

BE 1. 평온한 낙원

알카이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다.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싶다. 

 

[나]

미안하지만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두 사람의 초대에 응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친구를 꼭 만나야 하거든요.

 

 카이로스는 인정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루카스는 가지 말라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지만, 아인은 내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옮고 그름으로 얼룩진 이 땅을 벗어나 정원을 가꾸는 알카이드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 정원이 기묘한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알카이드에 대한 믿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다양한 상황과 성장 환경에서 사람의 성격은 저마다 달라진다. 하지만 본질적인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알카이드는 영원히 믿을만한 존재다.

 정원을 찾았을 때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다. 방안을 비추는 따뜻한 등불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진 바깥세상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문은 이미 열려져 있었다.

 

[알카이드]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나]

로샤와 헤어진 뒤에, 문제가 좀 생겼어요. 

 

 나는 내가 겪은 일을 알카이드에게 들려주었다. 고개를 숙인 재 꿋꿋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알카이드는 이따금 자신의 생각과 분석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레지스탕스의 본진에 간 결정이 성급했다고 지적하며, 날 버리고 사라진 로샤도 무책임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던 중에, 알카이드가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었다. 

 

[알카이드]

미안해요, 입구에 서서 계속 이야기만 하느라.. 손님 대접도 제대로 못 했네요. 들어와서 좀 쉴래요?

 

[나]

네, 그럼 실례할게요.  

 

 난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카이드는 내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몸을 굽혀 문을 열어줬다.

 접견실에 발을 디딘 순간, 향긋한 꽃내음이 밀려왔다. 방 전체를 색색의 꽃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 놓인 탁자에는 손님 접대용으로 보이는 티 세트가 깔끔하게 올려져 있었다. 폐허로 가득한 에덴보다는 이곳이 훨씬 밝고 쾌적했다. 예전에 내가 살았던 세상의 별장이나 리조트처럼. 갑자기 등 뒤에서 '딸깍'하는 자물쇠 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알카이드가 이미 방 문을 밖에서 잠가버린 뒤였다. 방 안에 나만 혼자 남겨둔 채, 알카이드는 밖에 서 있었다. 

 

[나]

알카이드?! 

 

있는 힘껏 문을 당겼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고, 방안의 조명도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다... 설마 알카이드가 날 가둔 건가?! 

 

[나]

알카이드, 뭐 하는 거예요? 

 

힘껏 문을 두드리자, 평소와 다름 없이 예의 바른 알카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카이드]

할 일이 좀 있어요. 쓸모없는 가지를 잘라줘야 하거든요. 걱정하지 말아요 금방... 금방 돌아올 테니까. 

 

누군가 내게 말했다. 이곳은 에덴이라고.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전생의 흔적이 가득한 이곳을 왜 에덴이라고 부르는지...

하지만 이제는 알 것같다. 과거의 나는 틀렸다. 여긴 충돌도 전쟁도 없이 매일매일 평화롭고 행복할 것이다. 안심이 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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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남자가 공중에서 사막 위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남자는 간신히 기어와 입구로 향하려 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기계음]

에덴 입장 시간 종료.

 

[로샤]

... 

 

그는 떠나야 했다, 참가할 수도 없었던 전투가 모두 끝났다. 에덴의 문이 곧 닫힐 것이다. 닫힌다는 건, 사막에서 앞으로 누구도 이곳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에덴은 지하 셀터 사이에서 떠도는 아득한 전설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이곳을 찾아온 모든 능력자들 역시 점점 아득한 전설로 변해갔다. 

 

[로샤]

젠장. 

 

 남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자신에게 향한 것인지, 자신을 상대하지 않는 저 아득한 기계에 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에덴의 입구에 세위진 금속 문이 축객령을 선포하는 것처럼 서서히 닫혔다. 300여 명의 능력자가 이곳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소녀마저...

 그는 소녀에게 경고했었다. 아무리 위험한 일이 있어도... 절대 그에게 도움을 청해선 안 된다고. 지금 보니 자신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나보다.

 모래는 바람을 타고 해를 가릴 만큼 높이 솟구셨다가, 옆에 늘어선 모래 언덕을 뒤덮었다. 사막에서 일어난 모든 죄악과 이상 현상은, 모래에 뒤덮힌 채 모래바다 한가운데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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