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R- 셔터] 2화. 작은 배

2025. 6. 16. 21:48이벤트 스토리-2022/아득한 앞길

[별의 제독]
들어와.

 

나는 개조된 선실 안으로 들어섰다.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이곳의 바닥은 마치 진짜처럼 재현된 호수 표면이었고, 머리 위는 존재하지 않는 구형의 천막으로 덮여 있었다.
별빛이 가득한 호수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고, 나도 모르게 그 아름다움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별의 제독은 흥미롭다는 듯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별의 제독]
이 장소, 마음에 들어?

 

[로지타]
……괜찮네요.

 

그건 감금에서 풀려난 뒤 내가 드물게 한 말이었다.

 

[로지타]
여기에 아무도 없으면 더 좋겠네요.

 

그렇게 대답하자, 별의 제독은 옆눈으로 나를 흘끗 바라보았다.

 

[별의 제독]
널 여기 데려온 건 그런 말 듣자고 한 게 아니야.

 

그의 말투는 날카로웠지만, 딱히 꾸짖는 기색은 없었다. 나는 금방 회복되었고, 감금당했던 흔적도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 다만 귓가에 작은 상처 하나가 남아 있을 뿐이다.


말투조차 예전의 내가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듯했다. 별의 제독은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더니, 별빛이 가득한 호수 안으로 들어갔다. 잔잔한 물결이 그의 반짝이는 군화를 적셨다. 그가 몸을 돌려 나를 불렀다.

 

[별의 제독]
이리 와. 물은 얕아.

 

나는 호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망설였다.

 

[별의 제독]
무섭나?

 

잠시 망설인 끝에 나는 말없이 물속에 발을 디뎠다. 별의 제독에게 가까이 가지는 않았다. 물은 정말 얕아, 발목을 적시는 정도였다.

 

우리는 호수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작은 배 한 척이 떠 있었고, 그곳까지 가는 동안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 물결이 잔잔하게 파도치며 무언가를 부딪쳐, 마치 풍경처럼 맑은 소리가 났다.

 

배에 다다랐을 무렵, 나는 약간 지쳐 배 가장자리에 앉았다. 별의 제독은 자연스럽게 작은 배에 누워버렸다. 머리 위의 달빛이 너무 밝자 그는 손을 들어 허공을 가볍게 휘저었고, 달은 구름 속으로 숨었다.

 

이제는 별빛이 더 선명하게 호수 위에 내려앉았다. 작은 별빛들이 호수 위에 펼쳐져, 마치 술처럼 흘러내렸다.

배는 천천히 흔들렸고, 내 다리도 배 밖으로 내려와 살랑살랑 흔들렸다.

 

[별의 제독]
내가 왜 널 데려왔는지 알아?

 

[로지타]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고요.

 

나는 고개를 돌려 빛을 등진 채로 웃었다. 조금의 조롱도 숨기지 않았다.

 

[로지타]
설마…… 날 집에 보내줄 생각이 없는 건 아니죠?

 

[별의 제독]
당연하지. 너에 대한 감독 권한은 이제 내게 있어.

 

[로지타]
그럼…… 어디에 있어도 똑같네요.

 

별의 제독은 내 말의 숨은 뜻을 알아차렸다.

그저 감옥이 바뀌었을 뿐이라는 말.

 

나는 살짝 몸을 숙여 호수의 물을 한 움큼 떠올렸다. 물속에 비친 별빛이 반짝였다.

 

[로지타]
여긴…… 예쁘긴 하지만, 거짓이네요.

 

별빛을 담은 그 물은 손을 펴자마자 별의 제독의 깔끔한 제복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옷은 젖지 않았고, 물은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존재한 적 없다는 듯.

 

별의 제독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나는 그를 화나게 할까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혹은, ‘화나게 해도 상관없다’는 마음.

여기서 더 나빠져봤자 그냥 또 빛도 없는 방에 던져지고, 육체적인 고통을 조금 더 겪는 정도일 뿐이었다. 그는 어렴풋이 내 행동의 논리를 이해했다.


이전에 내게 내린 평가 중 적어도 하나는 틀리지 않았다.
——나는 ‘저항 의지’가 강했다.

기회가 없을 땐 고요하고 침묵하며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유를 찾을 여지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최대한 나대로 저항하려 든다. 깨지지 않는 강철이 아니라, 쉽게 부서지는 유리 같은 존재, 하지만 스스로 조립할 수 있는 유리.


저항과 폐쇄를 오가며, 자신만의 일부분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기억 조작도 나에겐 잘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별의 제독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무언가 말하려다, 갑자기 내 손끝에 나타난 반응에 말을 멈췄다. 벌에 쏘인 듯한 통증이 스쳐갔고, 내 손가락이 어색하게 들려 올라갔다.

 

투명한 반지가 손가락 위에 조용히 생겨났다.

 

그 반지는 능력을 봉인하고 공격 의지를 막는 장치였다. 별의 제독은 그것을 알아보았다.

 

[별의 제독]
손 내밀어.

 

그의 말에 나는 고분고분 손을 내밀었다. 그는 장갑을 낀 손으로 내 손목을 잡고, 살짝 누르듯 조작하자 반지는 사라졌다.

 

[별의 제독]
이건 필요 없다고 했을텐데… 너를 보낸 놈들이 정말 쓸데없는 짓을 했네. 아첨도 제대로 못하는 무능한 놈들.

 

[로지타]
……감사합니다.

 

별의 제독은 반지를 다시 모아 장난스럽게 손에서 굴렸다.

 

[별의 제독]
사실 난 아직도 이해 안 되는 게 있어. 왜 어떤 멍청이들은 '여행자'에 대해 그렇게 대응하는지. 그토록 희귀한 존재인데도 보호는커녕, 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안 해. 다른 분야였다면 저런 인물들은 바로 군사 재판에 넘겨졌을 텐데.

 

그가 손가락을 스치자, 반지는 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별의 제독]
손 줘.

 

나는 당황스러워하며 멍하니 쳐다보았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별의 제독은 몸을 숙여 내 손바닥에 반지를 쥐여주었다. 내가 그것을 쥘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곤, 그는 다시 작은 배에 편히 누웠다.

 

[별의 제독]
이걸로 널 숨겨줄 수 있어. 남들이 널 쉽게 못 알아보게 말이야. 혹시라도 들키게 되면, 이걸 보여줘. 다시 그런 반지 채우는 일이 없도록.

 

그 말은 너무 관대하게 들렸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로지타]
왜요?

 

[별의 제독]
무슨 뜻이지? 왜라니? 나는 여행자의 능력에 관심이 많아. 너는 여행자고, 게다가 직접 나한테 도움을 요청했잖아. 처음에는 네가 먼저 날 찾아왔지.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알카이드는 허공에 손을 뻗어 기록을 재생시켰다. 천장의 하늘에, 며칠 전 감시실의 영상이 나타났다.


구속복을 입은 내가, 거의 자아가 없는 상태로 그의 군복 자락을 붙잡는다. 입술이 열리고, 입 모양은 분명 두 글자를 형성했다.

 

비록 영상에는 소리가 없었지만, 그 발음은 또렷했다. 끝없는 악몽 속에서, 내가 부른 이름은 단 하나. 내가 소중히 여기고, 그가 반응했던 이름.

 

알카이드.

 

[별의 제독]
네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로지타]
나……

 

나는 놀라 입을 벌리고,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렀다. 작은 배가 흔들려, 거의 물에 빠질 뻔했다.

 

[별의 제독]
그렇게 내 도움에 감격할 필요까진 없잖아.

 

별의 제독은 적당히 내 손을 잡아 일으켰다. 살짝 웃으며.

 

[로지타]
내가 부른 건……

 

반박을 다 말하기도 전에, 별의 제독은 내가 균형을 되찾은 것을 확인하곤 손을 놓았다.

 

[별의 제독]
됐어. 스스로 익숙해지도록 해.

 

그는 손을 휘저으며 돌아섰고, 나만을 남겨두고 떠났다.

 

[별의 제독]
그날은 내가 기분이 좋았던 거지, 매일 그런 건 아니니까.


앞으로는 뭐든 스스로 해결해. 간다. 이 군함에 있는 생명체는 우리 둘뿐이었다. 하지만 별의 제독은 나와 그다지 얘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숙소, 식량, 거의 제한 없는 활동 공간을 제공했다. 탈출을 경계하는 기색도 크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마치 전리품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우는 사람 같았다.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 때, 나 역시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이곳은 그런 걸 키우는 제국이 아니었으니까.

 

-

 

30일차. 나는 먼저 그를 찾았다.

 

[로지타]
그때 하신 제안…… 아직 유효한가요?

 

——내가 그를 위해 일한다면, 그는 나의 신분을 숨기고, 나를 평범한 신병으로 위장해줄 수 있을까.

 

[별의 제독]
그렇게 조심스럽게 묻는 걸 보니…… 내가 약속을 어길까 걱정한 건가?

 

나는 그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로지타]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사실 나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계속해서 수동적으로 저항할 수도 있다.


예전처럼, 변화 없이, 때때로 별의 제독을 약간 화나게 만들면서. 하지만 그건 이 별함 안에서만 가능한 자유였다.

설령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우주항법을 혼자 독학해서 탈출하는 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여행자만이 가진 ‘세계 간 도약’ 능력은 감금되었을 때 이미 빼앗겼다.

 

나는 영원히 여기 머무를 수도 있었다. 가짜 별빛과 호수 속, 고양이처럼. 그건 내가 바라는 삶이 아니었다. 나는 눈을 감고, 넘쳐나는 감정을 눌렀다. 다시 눈을 뜬 뒤, 얌전히 입을 열었다.

 

[로지타]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나는 손을 들어, 상관에게 경례하려 했지만 손의 위치를 몰라 머뭇거렸다.

 

[로지타]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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