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6. 22:08ㆍ이벤트 스토리-2022/아득한 앞길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훈련 기지를 졸업하는 시점이 다음 달로 확정되었다. 나는 관례대로 실전 단계에 들어가게 되며, 별의 제독의 조율 아래 제국의 기록에 속하지도, 강하게 통제받지도 않는 첫 번째 '여행자'가 되기로 했다.
[별의 제독]
내 사람이다.
별의 제독은 그렇게 짧고 간결하게 이 결과를 수
용했다. 기지에서의 마지막 주, 나는 시간을 내어 다시 한번 별의 제독의 선실로 찾아갔다.
여행자의 가장 큰 장점은 스스로 세계 간을 오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가 처음 붙잡혔을 때, 귓뒤에 삽입된 칩과 너무나도 많은 제어 장치들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 능력을 쓸 수 없었다.
별의 제독은 나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제한을 없애주기로 했다. 이 비밀은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 되었기에, 그 작업은 오직 그만이 할 수 있었다.
별의 제독은 은빛 금속박을 꺼내더니, 공중에 퍼지는 수많은 빛의 티끌 속에서 수많은 금속 조각이 복제되어 네 벽에 일정하게 부착되었다.
고요한 호수의 풍경은 곧 네 면이 금속으로 둘러싸인 깨끗한 공간으로 바뀌었고, 별의 제독이 손을 들어올리자 방 안은 대낮처럼 밝아졌다.
[별의 제독]
이리 와.
나는 그의 말에 따라 다가갔다. 머리카락을 걷어 귀 뒤를 드러냈다. 통증은 없었고, 나는 내내 내 심장 뛰는 소리와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작업이 거의 끝날 무렵, 갑작스러운 허망함이 몰려왔다. 정말, 이걸로 끝난 걸까? 나는 마침내 오랫동안 갈망해 온, 가장 소중한 것을 되찾았다.
자유.
비록 나와 별의 제독의 거래가 원래 그것을 위한 것이었지만, 그 순간에도 어딘가 비현실적인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로지타]
모든 게… 당신 뜻대로 되었네요.
[별의 제독]
그래, 내 뜻대로.
내가 자유를 얻은 날, 가장 먼저 선택한 착륙지는 지구였다.
기지의 우수 훈련생, 별의 제독의 얌전한 부하… 그것은 모두 내가 쓴 위장일 뿐이다.
내면의 어떤 것들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고향에 대한 기억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나는 수없이 고향을 상상해 왔다. 침략을 당해 폐허가 되었을지, 그 폐허 위에 다시 삶이 피어났을지…
언젠가 알카이드 선배가 저항군이 되어 우주를 누비고 있어서, 내 신호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했었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거리 위를 내가 걷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곳은 몇 년 전 떠날 때와 아무런 차이도 없이 그대로였다. 나는 문을 열고, 예전에 알카이드 선배와 자주 가던 카페에 들어섰다.
그리고… 바로 맞은편에, 그가 있었다. 알카이드는 이미 두 잔의 커피를 주문한 상태였고, 한 잔은 자신 앞에, 다른 한 잔은 내 자리에 놓여 있었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이질감은 더욱 짙어졌다. 본능적으로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경고가 울렸지만,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알카이드?]
벌써 돌아온 거야?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 인사처럼.
[알카이드?]
앉아, 로지타.
나는 바로 돌아서 도망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카페 입구에는 은빛 광채가 번뜩였고, 나는 나갈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내 앞에 다가섰다.
[알카이드?]
넌 돌아오면 안 됐어.
그 말은 부드럽지만 분명한 권위를 담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알카이드 선배의 말투가 아니었다.
[로지타]
아니… 안 돼… 통화를 엿들은 건가요? 당신은 그 사람이 아니야…
나는 뒷걸음질치다 테이블과 의자에 부딪힐 뻔했다. 목소리는 날카로워졌지만, 그는 막으려 들지 않았다. 나는 훈련을 통해 익힌 모든 기술을 활용해 2층 창문으로 탈출하려 했다.
하지만 등 뒤에서, 카페 안의 화분들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믿기지 않는 속도로 가지를 뻗고 잎을 펼치며 모든 창문을 막아버렸다.
희귀한 백장미 품종인 ‘북극성’이 방 안을 뒤덮으며 자라났고, 덩굴은 내 움직임까지 막아섰다.
[로지타]
우릴 몰래 엿보고, 그 사람 행세를 하며 날 찾은 거야? 당신은——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나는 화가 난 눈으로 방 안의 그를 노려보았다. 기습을 시도했지만,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침착하게 나를 보고 있었고, 곧바로 수많은 ‘알카이드’의 형상이 복제되어 내 주위를 감쌌다.
공격은 쉽게 막혔고, 꽃들은 광기에 가까운 속도로 자라나 방을 점령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결코 고향으로 돌아온 게 아니었다.
이곳은 처음부터 나를 위한 함정이었고, 나는 빠져나가지 못했다.
[로지타]
왜…… 언제부터 당신이…
[알카이드&별의 제독]
처음부터 나였어.
별의 제독이 수많은 ‘알카이드’ 환영 사이를 걸어나왔다. 그는 나를 보지 않았고, 거울 속의 자신——‘알카이드’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지었다.
거울 속의 그는 절망에 빠진 나와 눈을 맞췄다.
[별의 제독]
처음부터 전부 내 계획이었지. 로지타, 내가 너한테 가르친 것들, 넌 늘 잘 따라왔고, 잘해줬어. 나는 네 총명함과 감각을 항상 높이 평가했거든.
그가 말을 이어갈 때, 내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더 이상 탈출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지금의 저항은 그저 감정의 발산일 뿐이었다.
그가 나에게 ‘가르쳤던 것’들은 별의 제독일 때만이 아니었다. 알카이드로서의 인도, 격려, 위로… 그 모든 것도 포함이었다.
사실 진작 알아챘어야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 희미한 통신만이 나의 정신을 지탱해주는 전부였기에, 다른 의심들은 무시하게 되었다.
별의 제독이 손을 휘젓자 수많은 ‘알카이드’의 환영은 사라지고, 오직 그 자신만이 남았다.
[별의 제독]
안타깝게도, 마지막 시험은 통과하지 못했네.
내 손은 북극성의 덩굴에 의해 등 뒤로 묶였고, 별의 제독은 내게 다가왔다.
[별의 제독]
내가 준 선물, 마음에 드니? 이 ‘북극성’들?
그는 장갑을 벗고 손을 뻗어 내 이마의 잔머리를 걷어내더니, 아주 부드럽게 내 뺨을 쓰다듬었다.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그의 손을 세게 물었다.
[별의 제독]
……
그가 뭘 하려는 걸까.
내 비명을 듣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배신자에게 철저한 절망을 안겨주려는 걸까?
나는 내 모든 분노와 절망, 증오를 담아 그의 손을 더욱 세게 물었고, 어떤 결과든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별의 제독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손등에서는 따뜻한 피가 흘렀다. 그건 뜨거운 용암도, 차가운 수은도 아닌… 붉고 따뜻한 피였다.
나는 놀란 나머지 이를 풀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힘을 지탱할 수 없었고, 거의 그의 품에 기댄 채 있었다.
[로지타]
당신은… 도대체… 뭘 원하는 거죠?
별의 제독은 아무렇지 않게 피 흘리는 손을 거둬들이고, 다른 손으로 내 등을 토닥였다. 그건 거의 위로처럼 느껴졌고, 마치 이상한 방식의 포옹 같았다.
[별의 제독]
글쎄… 누가 알겠어.
의식을 잃기 전, 나는 넓은 망토에 감싸인 듯한 따스함을 느꼈다.그리고 귓가엔 아주 희미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이벤트 스토리-2022 > 아득한 앞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SR - 어둠의 끝(로샤)] (2) | 2025.06.16 |
---|---|
[SSR- 셔터] 3화. 교육 (0) | 2025.06.16 |
[SSR- 셔터] 2화. 작은 배 (0) | 2025.06.16 |
[SSR-셔터] 1화. 포획 (0) | 2025.06.16 |
현세편 8화. 잠깐의 이별 (0) | 2025.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