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 21:11ㆍ이벤트 스토리-2022/운명회랑
기말고사가 끝나고나니 세인트 셀터 학원이 조용해졌다. 대부분의 학생은 선박 승차권을 구하고 짐을 싸는 등 곧 시작될 약 40일간의 겨울방학에 대비하고 있었다. 기숙사 앞에 학생들이 모여있는게 보인다. 평소 강의나 세미나에 대한 공지가 줄을 잇던 게시판도 이제는 ‘학우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말만 남아 어딘가 쓸쓸해보인다.
[여학생 A]
그럼, 내년에 보자. 조금 심심하겠지만 말야!
[여학생 B]
괜찮아. 연락 자주 할테니깐, 방학때도 같이 피아노 연습하자.
[남학생 A]
그럼, 나는 슬슬 가볼까나. 다들 내년에 보자.
그렇게 말한 그는 캐리어를 끌며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여기저기서 이별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와중 갑작스레 분위기를 깨는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재한]
모두 들어줘! 방학 전 학생회로부터 공지야!! 학생들이 편하게 교류할 수 있게 새로운 채팅 앱을 만들어봤어! 지금 방학 체험판을 출시하고 있는데, 테스트 정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미리 체험해보고 싶은 학생은 이쪽에서 신청해줘!
학생회 선거가 임박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 재한 선배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성격상 방학에는 셀레인 섬에서 그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재한]
안녕, 후배님!
그래도 이런 때 그를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평소라면 태클을 걸었을 그의 엉뚱한 말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에게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나]
알았어요, 가입할게요.
[정재한]
좋아,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고 미리 9999 번호를 준비해뒀습죠!
[나]
채팅 앱인데 왜 번호가 있어요?
[정재한]
우리가 개발한 이 채팅앱은 한 사람 당 한 번호를 갖고 있지. 검색창에 아무 번호나 입력하면 언제든지 채팅할 수 있어. 양 당사자가 익명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때까지 절대적으로 비공개로 유지 될 수 있다는 엄청난 기능이지!
“666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가장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매일 세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라는 문장이 적힌 전단지를 흘끗 살펴봤다. ...나는 그 문장을 보고 정재한을 바라보았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재한]
그... 맞아. 나야...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후배님, 한 번 써봐!
뭔가 심심이랑 같은 거 같은데.....
[정재한]
그건 그렇고, 후배님은 새해 전야에 셀레인섬에 머물 계획인거야?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아마...
[나]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처음 며칠은 집에서 쉬면서 휴식을 취할 계획이에요.
[정재한]
솔직히 후배님을 여행 가방에 넣고 집에 데려가고 싶어. 우리 집은 새해 전날에 엄청 시끄럽거든! 저녁 식탁에서는 항상 세 명 이상이 한꺼번에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가끔은 너무 시끄러워서 나도 압도당할 때가 있지만......
세 명의 재한선배가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나]
선배님, 걱정 마세요. 저 혼자 알아서 할 수 있어요.
[정재한]
후배님의 자립심을 의심하는게 아냐! 오히려 네가 너무 독립적이라서 걱정하는 거지. 어쨌든 지루하면 문자 보내. 혹시 나랑 둘이서 대화하는 게 지루하다면 가족 채팅 그룹에 초대할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축복처럼 느껴진다...
[나]
그럴 필요 없어요, 선배님 혼자로도 충분한 걸요.
휴대폰이 진동하며 새 메시지 알림을 보낸다. 나는 메시지를 슬쩍 확인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나]
선배, 저 볼 일이 좀 있어서... 나중에 휴대폰으로 테스트 코드 보내주세요. 그럼 즐거운 방학 보내세요!
정재한에게 손을 흔들며 몇 발자국 걸어 나가는데 선배의 훈계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정재한]
문제가 생기면 나를 소환해,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할게!
재한 선배의 솔직함과 열정에 미소를 지으며 마음속으로 감사했다. 새삼스럽지만 재한 선배처럼 언제 어디서나 웃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능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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