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 20:22ㆍ이벤트 스토리-2022/운명회랑
많은 인파가 학교 입구를 향해 쏟아지는 가운데 반대 방향으로 인파 사이를 지나가며 가족과의 상봉을 고대하는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 그들을 보며 어딘가 답답하기도 했지만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시공을 넘나들고 그 속에서 수많은 폭풍우를 겪으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즉 이렇게 나를 스쳐 지나가는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함을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위기 상황은 전혀 모른 채 평화를 즐기고 있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 나와 함께 여러 번 살인적인 위험에 정면으로 맞섰던 사람들, 그리고 마침내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을 갖게 된 사람들.
그 정도면 충분해.
그것보다 지금 나를 가장 떨리게 하는 건 엘리샤 이사장의 문자였다.
“오늘 방과 후에 제 사무실로 오세요.”
간단하고, 건조하고, 요점이 명확한 이 문자. 아무리 많은 시공을 여행하고 수많은 협박과 위협을 들어봤지만, 여전히 내 영혼을 두렵게 하는 것은 이 '끝나고 남아.' 라는 말이었다.
[엘리샤]
들어와.
[나]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그녀가 입을 열기 전 당당한 태도로 선수를 쳤다.
[나]
전공 과목 몇 개 성적이 안좋은 점 잘 알아요... 그치만 다음 학기에는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런데, 무언가가 달려와 내 어깨를 잡더니 갑자기 뺨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배터리]
왈!
내 품에 안겨든 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배터리였다.
[나]
배터리, 잘 지냈어?
[엘리샤]
배터리가 '방학 내내 혼자 여기 있는 건 좀 불안해~ 우리랑 같이 가자~' 라고 하는데?
셀레인 섬에서 나 혼자 방학을 보내면 외로울 것 같다고 걱정하시는 것 같네.
[엘리샤]
내가 물어보는 건 좀 실례라는 걸 알지만...
엘리샤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엘리샤]
그래도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나를 믿고 의지해줬으면 좋겠어.
[나]
알아요. 감사합니다, 이사장님.
엘리샤 이사장은 내 대답을 듣고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무언가를 떠올린 듯 표정이 심각해졌다.
[엘리샤]
그런데, 방금 전에 시험에서 성적이 안 좋았다고 하지 않았니? 아직 네 이번 학기 성적표는 못봤는데 무슨 일이야?
[나]
하하하 ...... 이 이야기는 연말에 하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사장님! 배터리 너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이사장이 나를 불렀다.
[엘리샤]
내 새해 소원은 네가 남은 날을 평범한 소녀처럼 지내는 거야. 아주 소박한 소원이지만 진심을 다해 그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래.
늘 천둥처럼 우렁찬 기운을 풍기는 이사장의 눈썹 사이로 보기 드물게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녀의 말을 듣자 눈가가 시큰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
정말 감사해요. 언제나 의지하고 있어요.
[엘리샤]
새해 복 많이 받아.
-
이사장실을 나서는데 복도에서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스친다. 시간은 참으로 불합리한 것.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겨울은 한달음에 다가온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오래 머물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힘차게 다가온 겨울이 금새 떠나면 곧 봄이 오고 여름, 가을 ...... 그리고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갈테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문 옆 바닥에 종이봉투 두 개가 떨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각종 과자, 그림 도구, 심지어 늑대 방지 스프레이와 출입문에 설치하는 전자 모니터까지 들어 있었다... 종이봉투를 정리하다가 루카시의 편지를 발견했다.
[루카스]
“다음 달에 무계획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 널 만나지 못할 것 같아, 다음 학기에도 건강하게 널 만나기 위해 몇 가지 필수품을 준비했어. 혹시 나랑 같이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 나를 찾아와. 네가 잊지 못할 멋진 휴가를 만들어줄게.”
메시지에 적힌 '울트라 랜덤 여행'이라는 문구를 보자 예전 루카스가 알려준 방법을 듣고 충격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울트라 랜덤 여행'이란, 바닥에 지도를 펼쳐놓고 지구본을 돌린 다음 랜덤으로 행선지를 찍어 여행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잘못 선택하면 북극 다음 남극으로 갈 수도 있는데... 루카스는 이 여행을 매년 다녀오며 매년 행복해 했다. 아마 그의 즐거움은 이런 불확실성에서 오는 거겠지.
나는 미소를 지으며 내 옆에 있는 가방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서명도 없고 쪽지도 없는 작은 선물 상자가 있었는데, 누가 보낸 거지?
두 개의 종이 봉투를 힘겹게 문 안으로 끌고 들어가자, 돌아오는 소리를 들은 고양이 녀석이 현관으로 달려와 나를 반겨주었다. 고양이를 껴안은 나는 쇼파에 앉아 작은 선물 상자의 포장을 풀었고 그 안엔 오르골 하나가 있었다.
선물을 준 사람이 예신일 거라고 짐작했지만, 흠... 그의 스타일은 분명 아니었다. 언뜻보니 시간을 테마로 디자인한 오르골처럼 보였다. 둥근 바닥에 소녀가 서 있고 뒷면 패널은 시, 분, 초 단위로 눈금이 나뉘어 있었다. 음악이 연주되고 소녀가 춤을 추면 시간의 바늘이 그 위에서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이 오르골 상자를 보니 뭔가 비슷한 장면을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뭐 어쨌든 연말이다! 올 한 해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LOFTER에 업로드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 오르골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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