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사막의 꽃

2024. 6. 27. 20:03다음 역, 에덴/새싹 (예신)

 나와 예신은 에덴의 문을 나섰다. 난 계속 예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우린 떠나는 열쇠가 바로 '안일한 마음을 버리는 갓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 뒤에 필쳐진 저 에덴은 평온과 안일함, 언제든 머무를 수 있는 작은 세계를 의미했다.

 이 작은 세계 안에서 우리는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 없이 서로를 보살폈고, 서로의 눈에는 상대를 제외한 다른 것은 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떠나야만 한다,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모래바다로 걸 어가야 한다. 안일함을 버리고 죽음의 위험을 마주 봐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우린 아득하게 펼쳐진 모래바다로 걸어들어갔다. 그러자 휘몰아치는 모래 바람으로 인해 내 시야가 흐릿해졌다. 우린 걸음을 멈추지 않고, 서로 손을 맞잡은 재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나아갔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발이 욱신거리고 온몸이 무거웠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앞을 향해 걸었다. 그때, 바람이 서서히 잠잠해졌다. 우리 앞에는 보라색 작은 꽃 하나가 모래 틈에서 굳건히 자라, 하늘을 항해 피어있었다. 예신은 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살며시 꽃잎을 만졌다. 

 

[예신]

이게 바로 생명이야. 생명은 언제나 굳세게 버텨내며, 열악한 환경에서올 조용히 꽃 피우지. 

 그는 사막에 핀 작은 꽃을 넋을 놓고 쳐다봤다. 특별할 것 없는 꽃이었건만 예신은 한참을 조용히 바라봤다. 그런데 갑자기 꽃송이에서 은백의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서서히 나와 예신을 감싸안았다. 우리가 '열쇠'를 찾은 것이다.

 속박되지 않으려는 생명이야 말로 에덴의 감옥을 떠날 자격이 있다.

 

-

 난 병원에서 깨어났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현실에서의 시간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다. 몸이 욱신거렸지만, 계속 링거를 맞고 있어서 그런지 큰 문제는 없었다.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키는데, 밖에서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마치 내가 언제 깨어날 줄 예상이나 한 듯, 이렇게 빨리, 이렇게 제때 맞춰 오다니. 내가 미처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방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예신]

괜찮다면 문을 열어주겠니? 딸기 토스트를 만들어 왔어. 

 내가 문을 열자, 예신이 들어왔다. 그는 자주 입던 그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꿈속에서의 모습과 비교하면 편하고 단출해 보였다. 그는 내게 아침식사를 가져다주었다. 

 

[예신]

깨어나면 배가 고플 것 같아서, 준비해봤어. 식기 전에 먹어. 

 난 에덴에서 그랬듯, 나이프로 토스트를 반으로 잘랐다. 

[나]

맛있는 건 나눠 먹어야죠. 

 예신은 거절하지 않고 조용히 내 옆에 앉아, 딸기 토스트를 나눠 먹었다. 토스트를 작게 썰어 먹는 모습이 평온해 보였다. 난 고개를 숙여, 작은 소리로 그 책의 구절을 읊었다. 

 

[나]

어스름히 보이는 당신의 실재를 쫓는다. 

 예신은 잠시 멈칫했지만, 손에 든 포크와 나이프는 내려놓지 않았다. 그리고는 작은 소리로 뒷구절을 읊었다. 

 

[예신]

나의 불안과 의심이 손 끝에 스친 당신의 온도로 모두 녹는다. 

 난 웃으며 예신을 바라봤고, 그 역시 내 눈을 응시하며 미소를 지었다. 바람이 병원 커튼을 스쳐 지나갔다. 침대맡에는 이름 모를 작은 꽃이 놓여 있었다. 에덴은 꿈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있었던 일들을, 우리는 잊지 않았다. 나날들은 나에게, 또 예신에게 모두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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