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에덴

2024. 6. 27. 19:59다음 역, 에덴/새싹 (예신)

 난 그렇게 예신과 함께 에덴에서 지내고 있다. 우린 여전히 '열쇠'를 찾아 다녔지만, 성공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우린 경치가 좋은 곳을 찾아 구경도 하고 피크닉도 하면서 휴일이라고 생각하며 즐기곤 했다.

 대부분은 집에 머물렀다. 난 예신을 불러서 함께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함께 디저트나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 예신과 함께 있으면 매일이 그렇게 지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령 오늘처럼... 예신은 내 맞은편 소파에 앉아서 나와 함께 책과 시집을 공유했다. 

 

[예신]

"눈 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과 쉼없이 떨어지는 초침을 난 믿어야했다." 

 

[나]

"어지러이 읽힌 선과 뒤들린 형상 속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난 확신해야했다." 

 

[예신]

"차가운 태양과 뜨거운 눈을 난 바라봐야했다." 

 나는 예신의 얼굴을 살짝 쳐다봤다 그리고는 그와 함께 마지막 단락을 읽었다. 

[나와 예신]

"어스름히 보이는 당신의 실재를 좇는다. 나의 불안과 의심이 손 끝에 스친 당신의 온도로 모두 녹는다." 

 난 고개를 들어 예신의 보랏빛 눈을 마주 봤다. 그의 다정하고 평온한 눈은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나도 모르게 다가가 예신의 손을 잡았다.  

 

[나]

평생 나가지 못하면, 여기에 남아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나는 말을 내뱉고도 스스로 깜짝 놀랐다. 그 순간, 문득 이 꿈속에 빠진 채 죽을 때까지 갇혀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신이 언제나 함께 있어줄 테니, 내겐 의지할 곳이 있을 것이다.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예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대답도, 거부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 그는 살며시 손을 빼냈지만, 여전히 다정하게 날 바라봤다. 

 

[예신]

그런 말을 하기엔 아직 일러.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말을 마친 예신은 몸을 일으켜 내게 작별 인사를 하고, 내 방을 나갔다. 

-

에덴의 한 건물 꼭대기 층

 자신의 거처로 돌아와 침대맡으로 향한 예신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방금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계속 이렇게 고립된 꿈속에 갇혀 있지 않았다면, 그녀가 그런 말을 할리 없었으리라. 계속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유일한 교류 대상인 그에게 서서히 감정적으로 의존하게 된 것이다.

 예신은 자신에게 그녀에 대한 마음을 물었다. 그는 물론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처음 함께 지내게 됐을 때, 그는 몰래 미래를 그리며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그는 그녀가 축 처져 있을 때도 그녀의 가장 세심한 동반자가 되길 바랐고, 자신이 뭔가를 잘못해서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더 이상 미래를 그려볼 필요가 없었다. 그녀와 함께 지내면서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도 이 '둘만의 낙원'에 빠져 있는 걸지도 모른다. 

[별의 제독]

정말로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군. 

 예신이 고개를 들어 차갑게 별의 제독을 마주봤지만, 그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별의 제독]

이 에덴의 꿈이 은백의 제독에게 이토록 큰 대가를 치르게 할 줄은 몰랐는데. 당신과 그녀가 정말 영원히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나의 동료이자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당신이 그 여행자를 위해 기꺼이 제 앞날과 미래를 버리려고 하다니. 

 별의 제독은 감정이 조금 복받친 것 같아 보였지만, 오히려 예신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별의 제독]

물론 기쁘게 지켜볼 거야. 당신의 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나에겐 큰 수확이니까. 

 그렇게 말한 그는 마치 예신의 다른 반응을 기대하듯, 굳은 얼굴로 예신을 쳐다봤다. 그러나 예신은 무덤덤하게 그를 바라볼 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별의 제독이 사라지자, 예신은 조용히 창가에 섰다.

 그는 창문 밖으로 아무도 없는 고요한 에덴을 내려다보았다. 이곳은 그와 그녀만의 에덴이다. 오직 이곳에서만 두 사람이 진정으로 친밀해질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점점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는 그런 그녀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 두 사람만의 감옥에 갇혀 있다면, 행복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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