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푸른 하늘의 꿈 4화. 속세의 일

2024. 5. 15. 22:32이벤트 스토리- 2021/인연의 저편

 수백 년 전 월궁을 떠난 나는 인간 세상에 내려와 마음에 드는 산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하늘에 뜬 달은 점점 어두워지고, 별은 반대로 점점 찬란하게 빛났다.

 한밤중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 가득한 별빛이 어두운 달을 대신해 인간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끝내 속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이곳에 은거하며 마침내 평온을 찾고 스스로 즐거움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을 것이다. 올해 칠석의 밤, 나는 혼자 인간 세상으로 왔다. 오래된 이 도시는 여전했지만 해가 바뀌면서 사람은 달라졌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뜻밖에도 별보다 더 밝은 사람을 보게 되었다. 

​[로지타]

알카이드?


 천상의 성군이 그 소리에 시선을 내리깔고 속세를 눈에 담았다. 잠시 후 그의 마차가 세상에 내려왔다. 별빛이 근처 풀밭에 떨어지며 따스하게 이 밤을 밝혔다. 그의 시선은 오랫동안 나에게 머물렀다.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던 나는 결국 사과하며 고개를 저 었다. 

 

[로지타]

죄송합니다, 성군님. 당신은... 제가 아는 사람과 무척 닮았군요. 


 내 앞에 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로지타]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사람과 닮은 이를 만나게 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실례했습니다. 

 

[알카이드]

그자를 찾기 위해 신의 자리를 버린 겁니까? 

 

[로지타]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제가 찾는 이는 더이상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없으니까요. 찾으려 해도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나의 그 사람은 인간이에요. 인간의 생은 짧으니 이미 수명을 다했겠죠. 하지만 제 마음은 과거의 시간 속에서 이렇게 평생의 한을 풀고 있으니, 오히려 행복합니다. 지금은 이렇게 달관한 삶을 살며, 자유롭게 마음이 가는 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알카이드]

로지타 님... 정말 당신이십니까? 

 

[로지타]

......

 

[알카이드]

전 하늘에 올랐지만... 어디에서도 당신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이곳에 있었군요. 죽은 게 아니었군요... 미안해요, 로지타 님... 너무 늦게 와서. 일단 제 마차에 타시죠.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많은 이들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랐다. 

 

[로지타]

당신은... 알카이드가 맞나요? 


 알카이드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내 손을 잡았다. 애써 참는 듯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나를 끌어안았다. 그의 품은 그때처럼 따뜻했다.

 겨우 수백 년 만에 그는 성군이 되었다... 이렇게 놀라면 안될지도 모른다. 알카이드는 항상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 이 억울함을 참을 수 없었다. 

 

[로지타]

알카이드, 대체 그동안 어디에 있던 거에요?


 눈가가 점점 촉촉해졌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알카이드를 바라보자, 그 역시 나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알카이드]

미안합니다... 당신을 그렇게 두고 떠나서. 그때는 연이 닿지 않아 당신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속세에서 오랜 세월 정성을 다해 수련하면서, 한순간도 초심을 잊지 않았어요. 우리가 처음 만나 그 해, 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많은 고난을 넘어서라도 달 앞에 다다를 거라고 맹세했습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그녀의 곁에 서고 싶었습니다. 

 

[로지타]

알카이드...

 그때의 이별이 그를 신선의 길로 이끄는 시작이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인간 세상의 화려한 일면을 익히 알면서도 나와 함께 하겠다는 소원 하나로 속세를 벗어나 백 년간 도를 닦았다. 하지만... 하늘의 뜻도 세상의 일도 수시로 변했다. 

 

[알카이드]

제가 샛별이 되어 당신을 지켜줄 수 있게 되었을 땐, 저의 달님은 이미 사라지고 없있습니다. 로지타...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알카이드는 쉽게 깨져버릴 달처럼 나를 소중하게 다시 끌어안았다. 빰에 전해지는 그의 뜨거운 손가락은 눈물을 닦는 것도 같기도, 소중한 것을 자꾸만 어루만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열기는 부드럽게 내 입술에 와닿았다. 나는 눈을 감고 의 입맞춤과 떨림, 맞잡은 손, 수백 년을 이어져 온 그리움을느꼈다. 서로를 비추는 달과 별처럼,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얽혀들었다.

 마차를 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흰 까치가 별을 물고 와 우리를 아름다운 구름 무리로 이끌었다. 

 

[로지타]

​이건 알카이드의 별인가요? 

 

[알카이드]

​당신을 위해 하늘 가득 그린 은하수입니다. 당신이 생각날 때마다 이곳에 별을 그렸지요. 


셀 수 없을 만큼 겹겹이 쌓인 별들은 성군 알카이드가 가진 신선의 힘으로 무한한 은하수가되었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우리의 곁으로 흐르는 은하수를 바라봤다. 

 

[로지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실은 그때 묻고 싶었던 질문이죠. 당신이 그려준 천문도에는 어째서 별만 있었던 건가요? 

 

[알카이드]

달은... 제  눈앞에 있으니까요. 당신이 여기 있어 준다면, 온 하늘의 별들에겐 가야 할 곳이 생기게 되겠죠. 이번 생에 제 소원은 서로가 늘 함께 하며, 해마다 이렇게 만나는 겁니다. 부디 당신과 다시는 떨어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