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푸른 하늘의 꿈 2화. 칠석의 시간

2024. 5. 15. 22:30이벤트 스토리- 2021/인연의 저편

 

[알카이드]

알카이드 달은 하늘이 부리고, 물의 기운은 달이 되지. 해와 달, 오성이 동행하니, 음력 초하루 아침엔 동쪽을 보게 될 것 같군. 오늘 밤 별자리와 달무리를 보니, 달의 주인이 그게 기뻐하는 모양이 야. 오늘 밤은 아주 좋은 날이 되겠구나. 어쩌면 귀한 손님 이 오늘 밤 찾아오실지도 모르겠군. 오셨습니까, 로지타 님? 


[로지타]

어떻게 아셨어요?

 

[알카이드]

월궁 한 모퉁이가 비어 있었어요. 달에 사는 사람이 필시 몰래 도망쳐 나은 거겠죠. 그 비밀은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알카이드는 가끔 날 헷갈리게 해요. 우리 둘 중에 대체 누가 진짜 신선인지 모르겠네요. ...많이 자랐네요. 며칠 전에 봤을 때보다 키가 훨씬 더 컸어요. 

 

[알카이드]

......

 

우리의 시간은 완전히 다르다. 하늘의 하루는 지상의 일 년이니, 빈말은 아니었다. 물에 빠져 처음 만난 그날 이후, 나는 달을 따려던 이 소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커가면서 천성이 더욱 온화하고 신중해졌다. 하지만 조금씩 나조차도 그의 부드러운 외모 아래 가려진 그의 진짜 생각을 알 수 없게 됐다.

 나는 자주 인간 세상에 내려가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어떤 때는 의미 없는 대화 를 나누고 , 어떤 때는 조용히 별을 응시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평온함과 따스함이 좋았다. 

 

[알카이드]

우리의 만남은 짧고 이별은 길군요.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너무 짧습니다. 

 

[로지타]

나의 시간은 고작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잠시 다른 곳을 보는 사이에 당신은 이렇게나 훌쩍 커버렸어요. 생각해 보니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선 당신도 당신의 삶을 살고 있었군요. 어쩌면 당신도 나와 같은 깨달음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알카이드]

그렇지 않습니다. 로지타 님, 전 한 번도 당신에게서 시선을 뗀 적이 없어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은 헛되지 않았어요. 언젠가 별이 흐르는 강에서 다시 만날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하늘에 걸린 저 달과 별을 보세요. 구름에 가려지고 서로에게 기대고 있지만, 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어요.


 알카이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밤에 녹아든 눈동자의 빛은 따뜻한 색을 띄면서도 밤의 서늘함이 깃들어 있었다.

 

[알카이드]

저라고 다르겠습니까. 인간의 삶은 손가락 하나 튕기는 사이 지나가 버리지요. 속세의 하루살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로지타]

알카이드...

 

[알카이드]

괴로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 동안엔 자꾸자꾸 웃는 모습만 보고 싶습니다. 봐요, 로지타 님. 딱 좋은 날 와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오늘은 인간 세상이 가장 떠들썩한 날입니다. 

 

[로지타]

밤거리가 아주 밝네요. 오늘은 무슨 날인가요? 

 

[알카이드]

당신이 바라보는 이 속세의 오늘은 바로 인간들의 칠석입니다. 당신에게 드릴 선물을 준비했어요. 언제쯤에나 드릴 수 있으려나 생각하고 있었지만 , 오늘 이렇게 드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로지타]

알카이드...? 이건 당신이 직접 그린 천문도인가요? 


 나는 숨을 죽이고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렸다. 두루마리에 그려진 별의 바다가 튀어나와 나와 그의 곁을 맴돌았다. 이것이 알카이드의 눈에 비진 밤하늘이었다. 바다처럼 드넓고 광활하지만, 알카이드만의 심세함과 부드러움이 묻어났다. 

 고개를 돌리자 별빛이 비쳐 반짝이는 알카이드의 눈이 보였다. 우리 사이에 소리 없이 흐르는 아름다운 은하수와도 같았다. 

 

[로지타]

...알카이드, 혹시 신선의 길로 들어오고 싶지 않나요? 

 

[알카이드]

...예?


 말을 뱉자마자 곧바로 후회가 밀려들었다. 너무 경솔했다. 알카이드의 미래는 자신만의 운명과 정해진 길이 있다. 내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휘저어서는 안 된다. 

 

[로지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고 보니 인간 세상의 칠석은 처음 보내봐요. 알카이드는 내게 이렇게 아름다운 천문도를 선물해줬는데, 난 보답으로 뭘 주는 게 좋을까요? 

 

[알카이드]

보답을 바라고 준비한 선물이 아닙니다. 환하게 웃는 당신을 보는 것, 그게 바로 제 소원이었어요. 당신이 제게 올 때마다 제가 드린 추억이 이 칠석의 밤 불꽃처럼 찬란하게 빛나기를. 


-


 우리는 인간 세상에서 가장 경관을 이루는 이 칠석의 번화한 거리를 나란히 걸었다. 

 

[로지타]

칠석날 거리는 정말 떠들썩하네요. 알카이드, 같이 구경해볼까요? 

 

[알카이드]

모두 당신의 뜻대로. 


 짧지만 아름다운 칠석, 우리는 함께 걸으며 인간처럼 거리를 누볐다. 나는 우리의 관계를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알카이드가 저 많은 인간 중에 가장 특별한 존재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매미처럼 노래하고, 하루살이처럼 살다 죽는다.

 인간은 이리도 나약하지만, 끊임없이 성장하고 번성하며 생명의 불씨를 이어간다. 이렇게 느끼는 건, 내가 처음으로 인간의 시선으로 이 번화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내게 속세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바로 내 곁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긴 복도를 돌아가듯 거리의 사람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그리고 어느샌가 우리는 사천감으로 다시 돌아왔다. 

 

[로지타]

시간이 됐네요. 이제 돌아가 봐야 해요. 내게 따뜻한 밤을 느끼게 해주고, 아름다운 인간 세계를 보여줘서 고마워요. 


 그녀는 다시 달이 되어 그의 앞에서 사라졌다. 곁에 남아 있던 온기를 어둠이 삼킨 후에야 알카이드는 손을 들어 그 달빛을 잡아보 려했다. 

 

[알카이드]

제게 당신과 같은 길을 걷고 싶냐고 물어보셨지요? 전... 그리 하고 싶습니다. 신선이 되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더군요. 하지만 제 마음속엔 집념이 있으니 성공할 수 있을지,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달은 휘영청 밝고, 다정함은 무정함과도 같다. 인간이 일생을 추구해도 물속의 달과 거울 속의 그림자는 붙잡을 수 없는 법이다. 

 

[알카이드]

그저 이렇게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당신은 제 영혼이 세상을 떠나고, 제 몸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 후에 당신은 기나긴 당신의 시간 속에서 과거의 기대를 잊어버리실 테지요. 짧은 생을 사는 매미가 어찌 천지의 모습을 알겠습니까. 


우리가 느끼는 세상은 너무도 달랐다. 

 

[알카이드]

이렇게 떠나버리는 저를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만일... 만일 제게 정말 그런 미래가 있다면, 그때는 영원히 당신 곁에 머물며 당신과 함께 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