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이드 편 6화. 도려낸 마음

2024. 5. 15. 22:19이벤트 스토리- 2021/인연의 저편

 예전에 그렸던 내용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하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작년의 나는 참 가슴 아픈 스토리를 좋아했나 보다. 구천의 선인은 인간 세상의 청년에게 감동하여, 그를 보기 위해 몇 번이나 지상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청년은 정작 소리소문없이 종적을 감췄다. 그녀는 속세에 남아 해가 지나고 또 지나도 그를 찾아다닌다.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고, 청년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를 찾아 헤맨다. 

 백 년 뒤, 달빛을 사모하던 청년이 드디어 하늘에 오른다. 그러나 월궁에는 텅 빈 적만 만이 가득할 뿐,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신선의 눈을 가지게 된 청년은 오직 하나만을 바라보고 다짐하는 바보 같은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기나긴 꿈을 꾸었지만, 누가 꿈을 꾼 것인지 누가 꿈에서 깨어난 것인지 알 수 없네. 

 

[로지타]

...영원히 엇갈리게 된다는 결말이라니! 칠석은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는 날인데, 너무 가슴 아프게 그린 거 아니냐고...


 그때, 맑은 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로지타]

네, 나가요! 어...?! 선배! 여긴 어쩐 일이에요? 


[알카이드]

너 보러 왔지. 온종일 답장이 없던데, 혹시 마감 때문에 바빴어? 

 

[로지타]

네. 오늘 지각하면 칠석은커녕 내일의 대양을 볼 수 있을지도 장담을 할 수 없거든요...

 

[알카이드]

편집장님이 굉장히 무서운 분이시네. 그렇지만 아무리 시간이 없다고 해도, 영감이 없으면 안 되잖아. 그리고 혼자 집에 있는다고 해서 진도가 나가는 건 아닐 거야. 간식 가져왔어. 마감에 시달리고 있는 로지타에게 주는 기분 전환 선물이야. 


 알카이드는 아이스크림. 과일차와 마카롱을 꺼내, 탁자에 내려놨다. 

 

[로지타]

선배, 너무 감동이에요!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굉장히 배고파지네요. 음, 마침 배고프던 참이기도 했고요. 


 내 솔직한 대답에 알카이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함께 아이스크림 과일차와 마카롱을 먹었다. 바삭한 마카롱을 한입 베어 물자, 달콤한 아몬드 향이 입안으로 퍼졌다. 

 

[로지타]

사실 집도 꽤 괜찮은 작업 장소예요, 거의 다 그렸거든요. 근데 결말을 어떻게 그려야 좋을지, 좋은 생각이 안 나네요. 


 알카이드 선배를 보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주인공의 모티브가 선배라니... 생각만 해도 부끄러워서 어디 숨어버리고 싶었다. 

 

[알카이드]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라도 있는 거야? 

 

[로지타]

엇! 어떻게 알았어요? 

 

[알카이드]

아까 여기 들어온 뒤로 계속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로지타. 

 

[로지타]

하아... 속내가 들통난 김에 하는 말인데, 저랑 같이 생각 좀 해주세요. 


 원고를 넘겨 받은 알카이드는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그가 원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민망함과 긴장감이 조금 가셨다. 

 

[알카이드]

다 봤어. 이 결말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로지타]

음... 그것보다는, 그다지 완벽한 결말은 아닌 것 같아서요.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긴 하지만, 스토리 전개로 볼 땐 지금 이대로가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알카이드]

해피엔팅으로 바꾸려면 스토리도 손봐야 할 거야. 

 

[로지타]

맞아요! 그래서 말이에요, 선배... 좋은 방법 없을까요? 해피엔팅으로 끝내고 싶은데,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알카이드]

나라면 중간에 단서를 좀 남겨둘 것 같아. 과거에 두 사람이 만났던 곳에서 다시 만날 거라는 암시 같은 거. 달은 호릴 때도, 기울 때도 있지만...


 알카이드는 희미하게 웃으며 빈 곳에 원가를 끄적였다. 나는 고개를 숙여 그가 적는 걸 지켜봤다. 

 

[알카이드]

...인간은 서로 사랑한다면 언제나 맑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