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푸른 하늘의 꿈 1화. 물속의 달

2024. 5. 15. 22:29이벤트 스토리- 2021/인연의 저편

달은 이미 제 눈 앞에 있는 걸요.

[동료]

밤새 한숨도 못잤더니 오늘은 유난히 정신을 못 차리겠군. 아이고, 우리 같은 사람은 항상 낮에는 숨고 밤에만 나오니 방법이 있나. 그래도 알카이드, 자네는 젊어서 그런가 매번 당직을 서도 꽤 기운이 넘쳐 보이는군. 


사천감으로서 밤낮으로 달과 별을 동무로 삼는 것뿐입니다. 역법을 편찬하고, 군주의 땅에서 재앙을 없애고, 길함을 따르며 화는 피하는 것이 사천감이 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별자리가 가물가물해 변화를 예측하기가 힘들군요. 인간이 일생을 바쳐 찾아 낸 것도 찰나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전 이 반짝이는 달과 별 위로 아름다운 천궁이 서 있고, 인간은 쉽게 닿을 수 없는 천인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하하, 우리 사천감 중에 가장 앞날이 밝은 알카이드가... 이런 달나라 전설을 믿다니, 의외군. 


 알카이드는 따스하고 초연한 표정으로 그 말에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저마다 생각하고 믿는 것이 다르다. 알카이드는 전설을 믿지 않는다. 그저 전설을 만나본 적이 있을 뿐이다. 


-


십여년 전


어느 야밤, 어린 알카이드는 혼자 호숫가에서 놀고 있었다. 


[어린 알카이드]

오늘은 높이가 백 척이나 되는 탑에 갔어. 아버지께 이렇게 높은 곳에 서 있으면 달에 닿을 수 있지 않겠냐고 여쭤보았지. 하지만 그 높은 곳에서도 달을 만질 수는 없다고 하셨어. 분명 여기서도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물에 비친 달과 별은 진짜가 아니다. 하지만 어린 알카이드는 손을 뻗어 호수 한가운데에서 밝게 빛나는 달을 잡으려 애썼다.

 달과 별이 어우러진 하늘 아래, 밤의 장막처럼 새카만 호수 위로 그의 손가락이 살짝 닿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하지만 물속에 있는 달이 너무 멀었기에, 어린 알카이드는 까치발을 하고서야 겨우 가장자리에 닿을 수 있었다. 

 

[어린 알카이드]

으...으악!


 깊은 밤 호숫가에 수심보다 키가 작은 아이가 발을 헛디더 물에 빠진 것을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수면은 잠시 격렬한 물보라를 일으기며 고요한 달과 별을 어지럽혔지만, 짧은 몸부림 끝에 그는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호수가 고요해졌다.

 그런데 수면에 뜬 밝은 달이 바람도 불지 않는데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속의 달이 물결을 일으키더니, 호수 가운데에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물에 빠진 알카이드를 밀어올려 물가로 데려갔다. 알카이드는 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들려고 했다. 분명 생사의 고비를 겪었지만 놀라 움과 공포를 무릅쓰고 눈앞의 소녀만 쳐다보았다. 


[로지타]

달은 손으로 딸 수 없답니다. 이렇게 다른 수를 써도 손에 넣을 수 없죠. 


 소녀가 입은 달처럼 하안 옷은 마치 소매까지 부드러운 달빛에 덮여 있는 듯했다. 그녀는 심해 속 진주처럼 깊은 밤 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린 알카이드]

그럼 어떻게 해야 달을 잡을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로지타]

음... 내 소매를 잡아볼래요? 자, 달은 이렇게 잡는 거예요. 

 

[어린 알카이드]

당신이 달인가요? 그럼... 이름도 있어요? 

 

[로지타]

내 이름은 로지타입니다. 

 

[어린 알카이드]

전 알카이드라고 해요. 부디 제 이름을... 기억해 주실래요? 


 그녀는 대답 없이 살포시 웃었다. 그때의 알카이드는 신이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은 마치 거대한 코끼리가 개미를 보는 것과 같다는 걸 알지 못했다. 수많은 인간이 왔다 가는 건 하루살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달빛으로 변하더니, 어두운 밤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떠나는 그 순간까지 알카이드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소매를 잡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마지막 남아 있던 향기는 밤의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그날 이후, 달 아래에서 본 환영은 알카이드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그리움이 되었다. 


 달을 딸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 달려가 다가서리라. 알카이드는 천문의 길로 들어섰고, 사천감이 되었다. 모든 사람이 그에게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고, 앞날이 장창하다 칭찬하며 그와 진해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무엇을 위해 한 발 한 발 이곳에 오게 된 건지는 알카이드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그는... 달에 가장 가까운 존재가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