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푸른 하늘의 꿈 3화. 내가 원한 이별

2024. 5. 15. 22:31이벤트 스토리- 2021/인연의 저편

 내가 자주 인간 세상에 내려가선 안 된다는 것도, 이렇게 인간과 함께 있는 것에 미련을 가져선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마음대로 얻는 즐거움은 덧없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꽃이 지고 나면 떠들썩함은 전부 텅 빈 외로움으로 변하겠지. 알카이드가 늙어가고 세상을 떠나는 걸 보게 된다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이별이 생각보다 더 빨리 찾아올 거라는 건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알카이드는 인간 세상에서 사라졌다. 긴 기다림 속에서 마침내 나는 그 당시 알카이드의 마음이 어땠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매년 칠석날 밤이 되면 그를 찾아다니고, 그와 비슷한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 그가 아니 었다. 나는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를 잃었고, 그렇게 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이 연극은 내 예상보다 빨리 막을 내리며 암울하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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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인간 세상에서의 기억을 떨쳐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 불꽃 같은 인간 세상을 더욱 그리워하게 되었다. 알카이드는 내 몸의 일부를 가져갔고, 나를 인간처럼 만들어버렸다. 월궁을 떠나는 날이 잦아졌고, 내 행방을 감추려 들지도 않았다. 

 천궁에서는 이런 내 행동에 불만을 가졌다. 이렇게 제멋대로 굴면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훗날 언젠가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싶었다. 내가 그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렇게 속세에 미련이 생긴 후에야... 내가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 이는 진정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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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백년 후


 인간 세상에 수백 년이 흘렀다. 중생이 태어나 죽는 것은 신에게는 눈 깜짝할 시간에 불과했다. 속세의 강산은 여러 번 바뀌어, 예전의 모습을 모두 잃었다. 


[지나가던 신선]

자네가 새로 승천했다는 신선인가 보군, 알카이드 성군. 축하하네. 앞으로 우리는 함께하게 될 걸세. 

 

[알카이드]

실례지만 원래 이 월궁에 살던 주인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지나가던 신선]

몇백 년 전 이곳에 누군가 살긴 했지... 소요선자였던가? 그녀가 여길 떠난 지는 벌써 오래되었네.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 듣기로는... 천궁에 시집갔다는 말이 있더군. 

 

[알카이드]

......

 

[지나가던 신선]

여기 있는 자들 중에 그녀에 관한 일을 아는 이는 거의 없네. 이 월궁도 버려진 지 수백 년이 되었고. 


 어둠이 드리우고 월궁에 옅은 빛이 맴돌았다. 예전의 그 화려하고 찬란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황폐한 기운만이 아련히 맴돌았다. 천상의 선인은 몇 마디 말을 더 하고는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알카이드]

세상사 인연이라는 것이 결국 두 가지를 다 취할 수는 없었던 것인가. 전 별이 되어 약속을 지키러 왔습니다. 헌데 로지타, 그대는 어디로 가셨습니까? 


 수련을 거쳐 신선이 된 지금, 그는 모든 이치에 통달했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그때 그 집착이 선인의 눈에는 하찮은 잡초처럼가벼웠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동나무 잎에 밤비가 내리고, 이파리마다 이별을 노래한다. 

 

[알카이드]

...티끌같은 속세의 중생은 하나같이 보잘 것 없구나. 로지타, 이것이 바로 그대의 눈 속에 비친 세상이었던 것입니까. 


 용모는 그때와 변한 것이 없었지만, 표정과 마음은 이미 크게 바뀌었다. 이제 그는 위엄 있고 고귀한 성군이 되어 별들 위에 앉아불꽃같은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알카이드]

밝은 달님을 따라 님의 품에 안겨, 생사를 함께 하면 좋을 텐데. 그때의 어리석은 약조는 꿈처럼 덧없고 허무한 것이었구나. 


 수백 년간 젖어 있던 꿈속에서... 이젠 깨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