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 1화. 축하연

2024. 2. 20. 01:29이벤트 스토리-2021/사계 사냥터

 고운 치즈를 올린 샐러드, 버섯과 당근을 넣은 사슴고기 파이, 꿀을 바른 직화 닭꼬치, 계피와 정향을 입힌 멧돼지 고기, 얇고 바삭한 오트밀 쿠키... 이건 일부에 불과하다. 연회장은 많은 사람이 한 데 어우러져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 
 
[귀족 1]
올해 사냥대회는 대성공이군요. 
 
[귀족 2]
우승자는 누구일까요? 
 
 사람들 틈 사이로 나타난 작은 그림자가 생선구이, 푸아그라, 레몬 케이크 등 각종 주식을 '위장'에 쓸어 넣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 소녀는 양다리 구이를 들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알로라]
언니, 예쁜 언니, 이거 먹을래요? 
 
 내 입가로 음식을 들이미는 알로라를 보고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진한 육즙이 입 속에서 터져 나오며, 음식이 주는 만족감을 느꼈다. 
 
[알로라]
어때요? 
 
 소녀는 긴장되면서도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
알로라, 오늘 즐거워 보이네? 
 
[알로라]
그럼요, 알로라는 축하연이 제일 좋아요! 맛있는 걸 잔뜩 먹을 수 있으니까요! 
 
소녀는 자그마한 제 배를 통통 두드렸다. 여기서 알로라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빰을 쓰다듬어 주었다. 웃음꽃이 활짝 핀 모두의 얼굴을 보니, 꿈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 꿈을 만들어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뿐이었다.

 
[알로라]
언니, 무슨 생각 해요? 
 
알로라는 커다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더니, 내 옆자리에 앉아 나이프와 포크를 쥐고 눈앞의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입가에 소스가 묻은 모습이 마치 얼룩무늬 고양이 같았다. 소녀의 천진난만한 웃음에,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은 조금도 중요치 않게 느껴졌다. 
 
[나]
알로라, 널 그려도 될까? 
 
[알로라]
그럼요! 알로라가 뭘 하면 되나요? 
 
[나]
뭐든 괜찮아. 언니는 꽤 대단하거든. 
 
[알로라]
흠, 그러면...

 알로라는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입가를 열심히 닦고 긴 곱슬머리를 정리한 뒤, 나를 보며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건 맹세코 내가 본 것 중 가장 말간 웃음이었다. 별, 다이아몬드... 반짝반짝 빛나는 모든 것들이 소녀의 앞에선 빛을 잃었다. 
 그림은 받아 든 알로라는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면서 식사까지 멈추었다. 내가 잠시 맡아주겠다고 하자, 소녀는 완고하게 고개를 저었다. 
 
[로샤]
멋진 그림이구나, 알로라! 귀한 과일 셔벗을 통째로 줄 테니까 그림과 바꾸지 않을래? 
 
로샤를 보던 알로라는 입맛을 다시더니, 손에 든 그림을 내려다봤다. 잠시 망설이던 소녀는 결국 눈을 질끈 감고... 
 
[알로라]
알로라는 언니한테 받은 걸 절대 다른 사람한테 주지 않아요! 
 
[나]
에들 거 빼앗지 마요! 
 
 또다시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린 로샤는 곧이어 진지한 표정으로 알로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로샤]
좋아. 사과의 의미로 그냥 주도록 하지. 
 
 알로라가 신나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짓던 로샤는 곧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로샤]
그대 덕분에 이번 사냥대회를 순조롭게 마무리했어. 
 
[나]
정말요...?
 
 나는 반신반의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그다지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은데...
 
[알카이드]
폐하, 같이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연회장 저편에서 알카이드가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로샤와 함께 다가가자, 그가 나를 위해 의자를 빼주었다. 자리에 앉은 후에야 이 테이블이 선수들이 앉는 자리라는 걸 깨달았다.

카이로스는 묵묵히 고기를 썰어 입에 넣고 있었다. 로샤는 맑은 액체가 든 잔을 가법게 흔들며 흡족한 얼굴로 의자에 몸을기댔다. 알카이드는 내게 디저트를 밀어준 뒤, 테이블 위의 꽃을 정리했다. 아인은 집기를 절반 정도 비웠을까, 갑자기 손을 멈추고 무언가를 발견한 듯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살아있는 하안 토끼가 있었다! 
 
[로샤]
이런, 불청객이로군. 아직 사냥대회 폐회 선언 전이라, 흐음... 심판의 판단에 맡기지.
 
>카이로스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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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마디도 거들지 않는 카이로스를 쳐다봤다. 그 역시 내 시선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카이로스]

폐하, 여흥을 위해 제가 마법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나]

......

 

[로샤]

하하! 카이로스 경이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줄은 몰랐군. 기왕이면 춤추는 토끼였으면 좋았을 덴데! 

 

[카이로스]

......

 
>알카이드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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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냥한 알카이드를 쳐다봤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알카이드는 미소를 지었다.

 

[알카이드]

폐하, 날이 날이니만큼 오늘은 이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로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득당한 듯한 모습이다. 

 

[로샤]

일리 있는 말이군.

 

 
>아인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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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표정한 아인을 쳐다봤다. 그러자 잠시 후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인]

제가 데리고 온 녀석입니다.

 

[나]

......

 
 축하연이 계속되고, 어느 순간, 나는 불현듯 계절이 또다시 불분명해지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슬그머니 연회장을 벗어났다. 
 
-
 
복도는 팅 비어 있었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다시금 그 방 앞에 다다른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문을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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