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1화

2024. 2. 19. 16:00이벤트 스토리-2020/프린세스 데이 (공주제)

 아침에 소포를 하나 받았다. 실크 리본으로 묶인 상자였다.

 상자에는 이번에도 흰색 카드가 한 장 꽂혀 있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열자, 생소한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선물이니 받아주세요. 해피 프린세스데이." 살짝 잡아당겨 상자를 열어 보니, 흰 드레스와 작은 티아라가 놓여 있었다. 나는 거울 앞에서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드레스를 바라보았다. 물보라를 연상게 하는 드레스는 바닥에 닿을 듯 닿지 않았다. 분홍색 리본은 내 허리를 지나, 장미꽃 한 송이를 감싸 주었다. 꽃잎을 닮은 티아라에 콕콕 박힌 사파이어는 꼭 태양 아래 영롱하게 반짝이는 이슬 같았다. 나는 망치기라도 할까 봐, 숨을 죽이고 거울 속에 비진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문 앞에서 가법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데리러 온 마차가 도착한 모양이다.

 나무 아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카이로스였다. 그는 검은 제복을 멋지게 입고, 망토를 휘날리고 있었다. 그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마차 앞에는 말 두 마리가 소리를 내며 우아한 모습으로 잔디에 발을 구르고 있었다. 평소 과묵하던 학생회장이 나를 보더니 흠칫했다. 곧 그는 모자를 벗고 나에게 예를 차렸다. 
 
[카이로스]
좋은 아침입니다. 파티장으로 모시죠. 
 
[나]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낭만적인 이름이 붙여진 축제는 소리 없는 마법처럼 모든 것에 찬란함을 쌓아 올리며, 모두의 미소에 더욱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는 분명 평소와 똑같이 얼굴을 맞대고 서 있었지만, 우리 자신이 아닌 것처럼 변해 있었다. 
 
[카이로스]
상관 없어. 영원히 기다릴 수도 있는걸. 
 
 달리는 마차의 창밖으로 새가 지저귀고 있었다. 새들의 노랫소리는 내 마음을 대변하듯 기쁨에 들떠 있었다. 마차가 멈추자, 루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카스]
내리시죠, 공주님.
 
그는 무대 휘장을 젖히듯, 한 손으로 마차의 커튼을 걷어 젖혔다. 루카스는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굴지 않고, 마치 딴 사람처럼 그곳에 서 있었다. 동화 속 기사님처럼 늠름하고 우아한 그에게서 믿음직한 매력이 느껴졌다. 
 
[루카스]
네가 첫 번째로 와줘서 기뻐. 
 
[나]
준비는 다 됐어요? 뭐 빠진 건 없겠죠? 
 
[루카스]
그런 걱정은 이제 내려놓고, 넌 즐기기만 하면 돼. 
 
 하늘은 저 멀리 있지만, 한 발 한 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길을 안내하는 루카스의 뒤를 따랐다. 문과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도 긴장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도착한 그곳엔 수많은 꽃으로 장식된 길이 필쳐져 있었다. 몇 걸음이면 갈 수 있던 거리가 마치 사계절을 지나온 듯 길게 느껴졌다. 
 
[루카스]
준비됐어?
 
 문 앞에선 루카스가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름다운 상상과 노력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그 문을 열어주었다.

 언제 울린 지 모를 종소리에, 잔에는 생명이, 그릇에 담긴 음식과 음료엔 영혼이 피어난 듯했다. 그림자 속엔 축제를 즐기러 온 요정들이 소곤거리며 이야기 하고, 잔은 서로를 향해 쨘- 소리를 내며, 등불은 이 밤을 찬란하게 만들기 위해 타오르고 있었다. 모든 꿈은 현실이 됐고, 모든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모든 미소는 이곳에 있었고, 모든 것이 아름답게 빛났다. 
 
[모두]
환영합니다,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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