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잔 2화

2024. 2. 19. 15:16이벤트 스토리-2020/프린세스 데이 (공주제)

[루카스]
알카이드, 꽤 의욕 있어 보이네. 좋아. 그 열정을 높이 사겠어. 
 
[로지타]
그럼 알카이드 선배 잘 부탁드려요, 루카스 대장님. 
 
[루카스]
대장님이라는 호칭은 이 세계관이랑 맞지 않는 걸.
 
그는 진지하게 내 말을 정정했다. 
 
[루카스]
알카이드 군이라면 잘 해낼거라고 생각하지만 뭔가 알카이드에게 더 잘 어울리는 역할이 있을 것 같은데... 고민을 좀 해봐야겠어. 
 
 내가 이런저런 모습을 상상하며 빤히 바라보자 알카이드는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알카이드]
일단 뭐라도 좀 마시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루카스의 눈이 반짝거렸다. 
 
[루카스]
떠올랐어, 바로 그거야! 화려한 조명 아래 빛나는 바텐더!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빛과 같은 사람! 
 
 루카스가 혼자 신이 나 멋대로 떠드는 바람에 나는 알카이드를 보기가 민망해졌다. 
 
[루카스]
알카이드 군, 어떻게 생각해? 
 
[알카이드]
음, 멋진 아이디어지만... 전 칵테일을 만들 줄 몰라요. 거기다 아직 미성년자인 참가자들도 있을 데고요. 
 
[루카스]
걱정할 거 없어. 내가 할 줄 아니까! 무알코올 메뉴도 빠삭하지! 멋진 칵테일쇼로 축제에 활기를 더하는 거야. 시작해볼까? 
 
 이 사람은 도대체 매일 어디다 시간을 쓰는 거지... 정말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긴 하는건가.
 석양이 점점 셀레인섬에 내려앉자, 붉은 노을이 먼바다의 수면 위를 비추기 시작했다 . 평화로운 이 풍경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하품이 나왔다. 
 
[루카스]
로지타, 좀 진지해져봐. 축제 때 내놓을 음료를 엄선하는 중 이라고. 
 
[로지타]
네...
 
루카스가 알카이드에게 바텐더를 맡긴 지 거의 3시간이 되었지만, 그는 두꺼운 주류 메뉴판을 몇 번이고 뒤적이며 아직도 어떤 음료를 내놓을지 고심 중이었다. 
 
[루카스]
무알코올...무알코올 음료라.... 핫 애플 칵테일은 어떨까? 사과 속을 파대서 만드는 무알코올 칵테일이야. 음... 허들이 너무 높나? 손님이 이백 명 오면 사과를 이백 개 파내야 하니까.
 
[로지타]
우리가 먼저 죽겠는데요...
 
[루카스]
그래, 이건 아웃. 로지타, 거의 다 됐으니 조금만 참아. 
 
 그의 손에서 절반 정도 넘겨진 메뉴판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절규했다. 루카스는 진지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루카스]
칵테일을 포기하고 아이스크림을 주력으로 하는 것도 좋겠군. 알카이드에게 핑크색 에이프런과 모자를...
 
[로지타]
취소! 선배, 칵테일 만들 줄 안다면서요. 새로운 걸 만들어 보는 건 어때요? 
 
내 말에 루카스는 생각에 잠긴 듯 메뉴판을 덮었다. 
 
[루카스]
멋진 의견이야. 독창적인 음료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어.  
 
루카스는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한번 쳐다봤다. 
 
[루카스]
아아, 벌써 6시가 됐군. 잠시 쉬었다 다시 하도록 하자. 
 
[로지타]
선배, 지금 그 멘트 꼭 수업 끝날 때 다 됐는데도 계속 진도 나가자고 하시는 교수님 같네요. 
 
[루카스]
언젠가 강단에 서게 될 나의 미래를 기대해줘! 
 
 한쪽에서 가만히 우리 대화를 듣고만 있던 알카이드가 잠시 쉬어도 좋다는 루카스의 말에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알카이드]
나가서 좀 걸을까? 
 
 그를 따라 카페를 나왔다. 야외의 신선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자, 혼란스럽던 머리가 다시 맑아지기 시작했다. 
 
[로지타]
...계속 저런 얘기들 듣느라 지루했죠? 
 
[알카이드]
아니, 재미있었어. 
 
 그는 고개를 들어 아득히 먼 하늘에 박현 별을 올려다봤다. 
 
[알카이드]
로지타, 저기 봐. 파란 별이야.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따라 올려다보니, 정말로 작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옆에 있는 노란색 별과 달리, 그것은 제 존재를 감추기라도 하는 듯 짙은 푸른색을 띄고 있었다. 
 
[로지타]
정말이네... 왜 그런 걸까요? 한 번도 신경 써서 본적 없는 것 같아요. 
 
[알카이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별은 뜨겁게 타올라 푸른빛을 피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온도가 낮아져 오렌지빛으로 변하지. 저 별은 막 어른이 되었나 봐.
 
[로지타]
으음. 그럼 친구 해도 되겠네요. 
 
잠시 멍하니 있던 알카이드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알카이드]
멀리 사는 친구가 생겼네. 
 
[루카스]
짙푸른 하늘에 빛나는 별이라... 코발트블루 스타! 어때? 
 
[로지타]
...쉬는 시간 아직 안 끝났거든요! 
 
[루카스]
후후. 그럼 난 수업 종 칠 때까지 안에서 기다리고 있겠어. 
 
 루카스가 자리를 뜬 후에도 나와 알카이드는 밖에 조금 더 머물러 있었다. 밤이 더 깊어져서야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알카이드]
로지타, 프린세스데이 끝나면 같이 별 보러 가자. 
 
 알고 있다. 그와 함께 있으면 항상 무수한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루카스]
결정했어. 프린세스 데이의 오리지널 칵테일은 코발트블루 스타! 젊음의 열정을 내포하는 이름이지. 로지타, 네 생각은 이때? 
 
[로지타]
이름은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각테일을 만들지는 잘 모르겠어요. 
 
[루카스]
좋은 질문이야. 별은 어떤 맛일까? 
 
나는 밤하늘에 뜬 별에게서 느껴지는 것을 열심히 떠올렸다. 
 
[로지타]
차가우면서, 영롱하게 반짝이죠. 마치 가는 모래알처럼... 오렌지 향이 날 것 같아요. 
 
[루카스]
좋아. 알카이드는? 
 
[알카이드]
어렵네요. 별은 밀도가 매우 높은 운석이라 별로 맛있지는 않겠지만 젊음의 열정이라면... 첫맛은 상큼하고 뒷맛은 시원한 느낌이 어울리겠어요. 
 
[루카스]
둘 다 훌륭해! 천생 바텐더잖아! 레모네이드와 하와이안 주스를 써야겠어. 하지만 한 가지... 화룡점정을 찍을 포인트를 잡아야 해. 
 
 루카스가 기대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순간, 머릿속에 하나의 답이 스쳐 지나갔다. 
 
[로지타]
...얼음?
 
[루카스]
맞아! 우리에게 필요한 건 평범한 얼음이 아니야. 상온에서도 잘 녹지않고 별처럼 반짝이는 얼음이어야 해. 그걸 '얼음 심장'이라고 부르자. 
 
[로지타]
멋대로 이름 좀 붙이지 마요! 
 
 루카스의 아이디어는 확실히 알카이드가 만들 코발트블루 스타에 딱 들어맞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건을 충족시길 만한 얼음을 구할 곳이 있었다. 
 
[로지타]
그런 얼음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어요. 금방 가져올게요. 
 
나는 알카이드에게 미소를 지었다. 
 
[알카이드]
나는 열심히 연습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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