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3화

2024. 2. 19. 16:01이벤트 스토리-2020/프린세스 데이 (공주제)

 나는 계속되는 축제를 잠시 미뤄두고, 계단에 앉았다.

 오늘 있었던 모든 일을, 꿈같지만 우리에게 조금씩 다가온 소소한 현실을, 내가 만난 모든 이의 미소를, 이 모든 것의 시작을 생각했다. 
 
[???]
공주님, 왜 여기 혼자 앉아 계시죠? 
 
고개를 들어 보니, 루카스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루카스]
필요하신 거라도 있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모자람이라곤 없는 하루였다. 루카스는 내 마음을 알아챈 듯 웃었다. 그리고는 몸을 숙여 나와 시선을 맞췄다. 
 
[루카스]
잠시 산책이라도 할까? 
 
[나]
이건 추가 서비스인 건가요? 
 
 고개를 젓는 그의 등 뒤로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말소리가 사라져갔다. 
 
[루카스]
아니. 이건 너에게만 주는 특권. 
 
 오늘 밤의 달은 은백색을 띄며 정원 하늘에 걸려 있었다. 여기서 보면 바깥은 칠흑같이 어둡고, 여기만 등불로 환하게 빛났다. 나란히 걷는 우리의 뒤로 은백색 달이 따라왔다. 
 나는 진심으로 루카스에게 감사했다. 처음에는 그의 생각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느껴졌지만, 오늘 내가 겪은 모든 것들과 낭만은 그가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루카스]
내가 프린세스 데이를 만든 이유는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야. 아무 걱정 없이 그저 자신의 마음을 따르며 웃고 떠드는 일. 상상으로는 쉽지만 평소에 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 나는 그런 경험을 학생들에게 주고싶었어.
 
그제서야 나는 그가 어떻게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알 수 있었다.

 
[루카스]
내게도 영광을 선사해주겠어? 
 
 둥근 달 아래에서 루카스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수풀에서 불어온 산들바람이 물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루카스]
곧 무도회가 열릴 거야. 거기서 나한테 네 손을 맡겨줄래? 네 미소를 마주 보고 싶어. 
 
 이런 밤은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달빛과 그림자가 한데 읽히며 그 속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홀에서 음악 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며 무도회의 시작을 알렸다. 
 
-
 
 남학생들이 신사처럼 춤을 청하자, 여학생들이 손을 건넸다. 그들은 멀어졌다 가까이 다가오고, 원을 그리며 스텝을 밟았다. 오늘 밤의 마지막 낭만이었다. 아름다움을 붙잡아둘 수 없다면, 눈과 귀, 모든 감각을 동원해 그것을 오래도록 기억하면 된다. 소녀들이 떠날 하늘에서 보슬비가 내렸다. 남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공주님을 에스코트했다. 비 내리는 하늘 아래, 소녀들의 눈가엔 옅은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이 순간 소녀들이 가장 아름다운 공주님이라는 건 의심할 필요 없는 사실이었다. 

큰 우산 하나가 내 앞에 멈취섰다 우산이 살짝 올라가자, 카이로스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카이로스]
집에 데려다줄게. 가자. 
 
[나]
카이로스 선배,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그의 앞머리는 비에 살짝 젖어 있었고 등불은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마치 이 밤의 마지막 꿈 같았다...  
 
[카이로스]
오늘이 끝나지 않은 이상, 네게 필요한 건 전부 해주고 싶었거든.
 

말발굽 소리와 함께 창밖을 내다보니, 불빛은 여전히 그곳을 비추고 있었다. 밤은 끝나지 않았고, 이야기 또한 아직 끝나지 않은 것만 같았다. 
 
모든 게 완벽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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