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4. 17:04ㆍ캠퍼스 편(完)
알카이드가 세인트셀터로 전학 왔다고? 인연이란 참 신기한 것 같다.
작년 겨울, 나와 예신은 오로라를 보러 갔다. 운이 좋아, 첫날 바로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광활한 밤하늘에서 너울너울 춤추는 신비로운 초록빛 파도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눈앞의 장관에 푹 빠져 있는데, 뒤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돌아보니 눈밭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나]
에신! 여기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바로 그것이 알카이드와의 첫 만남이었다. 날, 알카이드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기록해보겠다고 그 수많은 촬영 장비를 혼자 다 짊어지고 산을 올랐다고 했다.
-
[나]
참, 그 때 카메라는 괜찮아요?
알카이드는 놀라며 물었다.
[알카이드]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던 거야?
[나]
당연하죠! 저는 사진엔 서툴러서, 잘 찍는 사람들 보면 부러위요. 그날 제가 찍은 오로라 사진은 다 망했더라고요.
알카이드는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알카이드]
그런 거라면 나한테 사진을 몇 장 달라고 하면 되었을텐데.
[나]
으음. 남의 작품을 함부로 달라고 말할 수 있나요.
[알카이드]
너는 나를 구해줬잖아. 네 부탁이면 뭐든 들어줬을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
그거랑은 별개죠.

그날 밤, 하늘엔 오로라뿐 아니라 유성우도 내렸다. 나는 그의 카메라 화면을 슬쩍 보았다. 그 자그마한 액정 화면에는 눈부신 풍경들이 차례차례 슬라이드 쇼로 지나가고 있었다. 순간을 영원으로 간직하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지.
-
[나]
그래서, 이번에도 여행을 위해 셀레인 섬에 온거예요? 갓 입학하긴 했지만, 세인트 센터 학원이라면 제가 간단한 길 안내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거예요.
알카이드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카이드]
고마워.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엔 지난 여행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할 것 같은데? 정식으로 인사할게. 올해 세인트 셀터 학원 천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한 알카이드라고 해.
응? 그럼 내 선배인거야?! 엄청난 우연이네!! 어안이 벙벙해진 내가 멍하니 서있는 사이, 알카이드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내 물건들을 번쩍 들어올렸다.
[알카이드]
좋아, 그럼 귀여운 후배를 데려다 줘야겠는걸.
-
우리는 사이 좋게 짐을 나눠들고 캠퍼스를 걸었다. 걷던 중 씩 마음에 드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얼른 그를 불러세웠다.
[나]
저기, 선배! 잠시만요.
재빨리 그의 앞으로 달려나간 나는 방금 산 화구들 중에서 필요한 것을 추렸다.
[나]
거기 잠깐 그대로 있어주세요. 금방 끝나니깐요.
알카이드는 또 한 번 고분고분, 내가 그림을 완성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나]
짜잔! 됐다!
나는 그에게 완성된 그림을 건네주었다.
[나]
지금 선배의 모습과 제 기억 속 선배 모습을 합쳐서 그려뽰어요. 어때요?
한참이나 소중하게 그림을 들여다보던 그는 마침내 고개를 들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알카이드]
이건 정말이지... 너무 마음에 드네.
[나]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에요. 그 그림은 선배한테 선물로 드릴게요, 대신... 그날 밤 선배가 씩은 오로라 사진, 나한테 선물해주세요!
알카이드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알카이드]
네 그림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전부 줄게.
나를 집앞까지 데려다준 알카이드는 곧장 학원 뒷산에 간다고 했다.
[알카이드]
그쪽이 경치도 좋고 사진 구도도 잘 나온다고 해서.
뒷산이란 소리에 불현듯 재한 선배에게서 들은 괴담이 떠올랐다.
[나]
선배! 뒷산 동굴엔 절대 가지 말래요! 물론 그냥 미신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조심하세요.
그저 웃어넘길 수도 있을 텐데, 그는 늘 그랬듯 진지하게 대해줬다.
[알카이드]
걱정해줘서 고마워, 혹시 문제가 생기면 바로 문자 보낼 테니, 한 번만 더 구해줄래?
구해주는 건 전혀 문제가 없는데...
[나]
우리, 서로 연락처 모르잖아요.
알카이드 선배는 나를 보다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알카이드]
그러네. 지금껏 번호도 교환 안 하고.
-
사은 물건들을 다 정리하고 새 장난감으로 나비 녀석과 한참 놀아주고 있던 때였다. 발신자 '알카이드 선배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알카이드>
걱정 마, 이건 도움 요청이 아니야.
단지 너를 만나 기쁘다고 말하고 싶었어.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선배가 없었다면 녀석의 식량을 집으로 못옮겼을거에요.
너를 도와줄 수 있어 정말 다행이야.
(웃음)
(웃음)
나를 따라하는 거야?
뭐, 됐어. 네가 좋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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