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21. 21:28ㆍ이벤트 스토리-2021/동화이야기
현실 세계 알카이드의 의식이, 이 책 속 세계에까지 도달하리라.
[알카이드]
로지타... 여긴... 어디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사진을 현상하고 있었는데, 살짝 졸았던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꿈을 꾸다 깨어보니 생전 처음 보는 곳에 와 있네.
모든 것이 평온해진 금장미 정원에서 알카이드는 눈을 깜빡이며 곤혹스럽다는 얼굴로 물었다.
[알카이드]
아직도 꿈속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너는 진짜인 것 같아. 왜지?
알카이드는 내 얼굴을 만지려는 듯 손을 들었지만, 이내 멈칫했다. 꿈이라 해도 내게 멋대로 굴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알카이드]
로지타...? 이건 꿈이겠지?
뭐라 대답해야 좋을까. 내 앞에 서 있는 알카이드는 세인트셀터 학원 알카이드 선배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게 꿈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의식이 어떻게 이 꿈 속으로 온 건지는 나도 설명할 수 없었다. 이곳에 잠시 머무는 동안, 이 꿈이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어릴 적 환상은 장미꽃 향기와 나이팅게일의 낮은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깨고 싶지 않은 꿈이었다.
[로지타]
꿈이에요....
나는 말끝을 호렸다. 그리고는 달빛 아래 선 알카이드를 보며 그에게 되물었다.
[로지타]
하지만 만약 이곳이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꿈이라면 어떨 것 같아요? 두렵나요?
알카이드는 잠시 망설였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정원에는 정적이 흘렀다. 쿵 쿵, 빠르게 뛰는 내 심장 소리만이 귀에 울렸다.
[알카이드]
그릴 리가. 네가 내 곁에 없다는 것 말고는 무서울게 없는 걸.
알카이드의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힘이 실려 있었다.
[알카이드]
네가 이곳을 떠나고 싶다면, 너와 함께 나가는 길을 찾을 거야. 하지만 네가 여기 있고 싶다면, 나도 네 곁에 있을게. 너니깐.
알카이드의 말은 직설적이었다. 그의 부드러운 푸른 눈이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진지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꿈일 뿐인데 어째서 심장이 진짜처럼 뛰는 걸까. 알카이드가 점점 빠르게 뛰는 내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을까 봐 겁이 났다. 나이팅게일이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다. 환희에 찬 노랫소리였다. 어느 사랑 노래에서 들어본 멜로디 일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멍하니 있던 나는 내가 알카이드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로지타]
이 꿈속에 그렇게 오래 잡혀 있지는 않을 거예요.
어쩌면 알카이드가 꿈에서 깨면 모든 걸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알카이드]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 조금 유감인걸.
알카이드는 웃으면서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길이 정원 위를 지나 하늘가로 향했다. 아득히 높고 먼 밤하늘에 별과 달이 걸려 있었다. 달은 휘영청 밝고, 별들은 반짝거렸다. 그사이에 끝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가 잦아들더니, 한두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그의 어깨로 날아와 다정하게 그의 머리를 쪼았다. 그는 정원에 핀 장미를 보며, 손을 내밀어 금색 꽃잎에 맺힌 밤이슬을 살짝 건드렸다.
[알카이드]
정말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꿈이네. 그래서, 너와 좀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넌 어때?
알카이드의 눈은 별빛을 머금은 것처럼 부드럽고 깨끗했다.
[로지타]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선배와 좀 더 이곳에 머물고 싶어요.
알카이드는 나를 보기가 좀 쑥스러운지, 살짝 웃으며 눈길을 돌렸다.
[알카이드]
이 정원, 굉장히 독특하고 멋진데? 같이 구경할까?
[로지타]
좋아요. 제가 선배보다 먼저 여기 도착했으니, 제가 소개해 줄게요.
나는 두어 걸음 앞서 걸으며, 알카이드를 데리고 달빛 아래 정원의 오솔길을 걸었다. 알카이드는 내 뒤에서 한가로이 거닐며, 정원의 꽃과 내가 이름 붙여준 나이팅게일의 소개를 조용히 들었다.
[로지타]
에는 '짹짹이'예요. 재는 '팔팔이'고요...
내 소개를 듣던 알카이드의 입가가 휘어지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로지타]
제가 지은 이름이 그렇게 웃겨요?
나는 짐짓 화난 척했지만, 알카이드는 내가 화나지 않았다는 걸 쉽게 알아챘다.
[알카이드]
아니야. 그냥 네가 귀여워서 그랬어. 재밌어서.
별빛처럼 다시 반짝이는 알카이드의 눈동자를 보니, 내 마음이 살짝 두근거렸다. 문득 전에 장미 가시에 찔렸던 느낌이 떠올랐다.
[로지타]
알카이드 선배.
[알카이드]
응, 왜?
알카이드의 자상한 물음에, 나는 고개를 흔들며 그에게 미소 지었다.
[로지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불러보고 싶었어요.
뺨이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알카이드에게서 눈길을 돌리고 화제를 바꿨다.
[로지타]
참, 알카이드 선배. 날개를 소환할 수 있는지 한번 해 볼래요?
나이팅게일이었던 알카이드가 날개를 소환했던 것이 떠올랐다. 거대한 순백의 날개 한 쌍이 그를 하늘로 데려다줄 것이다.
[알카이드]
여기선 나한테 그런 능력도 있어?
[로지타]
맞아요. 그러니 한번 해봐요, 제가 도와줄게요.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해요...
나는 알카이드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는 살짝 웃으며 자신의 손을 내 손에 갖다 댔다. 따뜻한 손바닥이 맞닿자, 알카이드의 손끝이 살짝 움찔거 렸다. 나를 바라보던 그는 이내 눈을 감았다. 마법의 힘이 우리 몸 안에서 서로 통하는 것이 느껴졌다.
곧 순백의 빛이 우리 손에서 반딧불처럼 튀어나와 점점 커지더니, 머리 위의 하늘에 가득 차올랐다.
[알카이드]
읏...
알카이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몸 안에서 터져 나오는 날개에 통증을 느끼는 듯했다. 잠시 후 그의 등 뒤로 날개가 필쳐지
더니, 순백의 거대한 날개가 우리를 감쌌다. 깃털 몇 개가 공중에 휘날리는 모습은 꼭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로지타]
성공했어요!
하늘을 동경하던 알카이드라면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비록 꿈은 꿈이지만, 이건 현실처럼 실감 나는 꿈이니까. 눈을 뜬 알카이드는 나를 보며 웃었다. 이내 날개가 서서히 그의 몸 뒤로 접히더니, 그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알카이드]
내가 자유자재로 날개를 사용할 수 있나 봐.
알카이드의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지만, 그의 미소는 환했다.
[알카이드]
신기한 경험을 선사해줘서 고마워. 정말 잊기 힘든 꿈이 될 거야.
말을 마친 알카이드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내게 손을 내밀었다. 별빛 아래 마법이 그의 손끝에서 작고 하안빛이 되어 맺혔다.
[알카이드]
그럼 나와 함께 하늘을 날아보지 않을래?
[로지타]
좋아요, 원하던 바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마법 빗자루는 잠시 잊기로 하고, 알카이드에게 손을 건넸다. 알카이드가 내 손을 꽉 잡아 그의 품으로 나를 끌어당김과 동시에, 그의 몸 뒤로 날개가 필쳐졌다. 그렇게 우리는 정원을 떠나 구름을 뚫고 별빛이 찬란한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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