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별들의 경연

2023. 12. 25. 15:24캠퍼스 편(完)

'별들의 경연' 대회 전. 왠지 불안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이른 아침. 기상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먼저 번쩍 뜨였다. 오늘은 채린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날이자 첫 학교 행사가 있는 아주 중요한 날이니까. 서둘러 나갈 준비를 마치고 신발을 신으려는데 고양이 녀석이 신발끈을 물며 장난을 걸었다.

 

[나]

나 이러다 늦겠어... 금방 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녀석은 마지못해 신발끈을 놓더니, 심통을 내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미안해! 이따 돌아와서 캔 따줄게! 토라진 고양이가 걱정이었지만 달래주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

 

길을 걷던 중, 셔터를 누르는 소리에 다가가 봤더니 카메라를 든 알카이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화단에 앉은 나비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나]

선배, 별들의 경연 같이 보러갈래요?

 

[알카이드]

네가 간다면, 같이 갈게.

 

-

 

학교에 도착해 강당으로 들어서니, 무대 아래에서 카이로스 선배가 중계팀과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이로스]

경연 시작까지 얼마 안 남았어. 차질 없도록 전체 흐름 다시 체크해.

 

-

 

바쁜 선배를 방해하기는 뭐해 인사는 건너뛰고, 나는 곧장 무대 뒤로 가서 채린을 찾았다. 긴장하는 건 엊그제에 비해 많이 좋아진 듯 보였다. 하지만, 지척에 있는 사람이 저 무표정한 아인이다 보니 대비가 극심하다.

 

[아인]

네 친구가 너무 긴장하는 것 같은데, 나랑 순서를 바꾸는 게 어때? 난 마지막이거든.

 

[나]

세상에! 이렇게나 친절한 분이셨군요!

 

내 반응에 아인은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인]

말도 안되는 소리. 이딴 답답한 곳에서 빨리 나가고 싶은 것 뿐이야. 

 

하... 그럼 그렇지. 

 

[조나단]

채린 학생, 공연이 곧 시작되니 준비하게.

 

[채린]

네, 지금 갈게요. 

 

채린은 대기실 문 앞에서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녀를 항해 조용히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나]

힘내! 내가 제일 가까운 곳에서 응원하고 있을 테니까!

 

-

 

관객들이 입장을 마치고 로샤를 포함한 심사위원들까지 모두 자리에 앉았다. 지금까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객석의 조명이 꺼지자 눈부신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정중앙을 밝혔다. 마침내 경연이 시작되었다.

 

채린이 제대로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유려한 춤선과 그고 화려한 동작들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실로 아름다운 춤. 무대 위의 그녀는 내가 알고 있던 수줍기만 한 소녀 채린이 아니었다. 그녀는 오늘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완벽한 무용수였다. 나는 채린과 약속했던 대로 무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녀의 춤을 감상하며 온 마음을 다해 응원했다. 채린의 공연이 클라이맥스에 다다를 즈음, 갑자기 주변이 어수선해졌다. 뭔가 이상했다.

 

[관중]

저기 좀 봐! 저게 뭐지? 재 발밑에... 혁, 저게 뭐야 대체?!

 

관객들은 더 크게 동요했다. 채린의 발밑에서 눈부신 빛기등이 솟아오르더니, 별 모양의 빛무리가 떠올랐다. 곧이어, 무시무시한 검은 나비떼가 무대 바닥의 틈새를 뚫고 일제히 날아올랐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김은 나비떼는 채린의 주변을 벽처럼 에워쌌다.

 

 채린은 나비떼를 피하려 고통스럽게 발버둥 지다 무대 중앙에 쓰러지고 말았다. 서로 먼저 도망치려는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한데 엉켰다. 온 사방이 아비규환이었지만 나는 채린에게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인파를 헤치고 무대로 다가가려 안간힘을 쓰던 중, 저 멀리 서 있는 예신을 발견했다. 그는 알 수 없는 눈빛을 하고서 내게 뭔가 전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나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안 그래도 겁 많은 채린을 홀로 내버려둘 순 없었다.

 말 그대로 사투 끝에 무대로 올라간 나는 정신을 잃은 채린을 부축해 얼른 그곳올 벗어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우리 둘 주변으로 깨진 거올 조각들과 말라비를어진 백합 같은 것들이 맹렬하게 솟구쳐 벽을 이루었다. 모든 것이 이상하게 뒤틀리고 휘며 망가져갔다. 벽과 천장은 온통 기이한 별빛들로 메위지는가 싶더니 산산이 깨지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물건들, 벽, 천장... 바닥까지..? 그 생각까지 다다르자, 기다렸다는 듯 발밑이 쑥 꺼졌다. 나는 필사적으로 채린을 끌어안은 재 무저갱 같은 암흑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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