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편(完)(15)
-
8화. 재회
알카이드가 세인트셀터로 전학 왔다고? 인연이란 참 신기한 것 같다. 작년 겨울, 나와 예신은 오로라를 보러 갔다. 운이 좋아, 첫날 바로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광활한 밤하늘에서 너울너울 춤추는 신비로운 초록빛 파도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눈앞의 장관에 푹 빠져 있는데, 뒤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돌아보니 눈밭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나] 에신! 여기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바로 그것이 알카이드와의 첫 만남이었다. 날, 알카이드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기록해보겠다고 그 수많은 촬영 장비를 혼자 다 짊어지고 산을 올랐다고 했다. - [나] 참, 그 때 카메라는 괜찮아요? 알카이드는 놀라며 물었다. [알카이드]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던 거야? [나] 당연하죠! 저는 사진엔 서툴러서, 잘 찍는 사람..
2023.12.24 -
7화. 쇼핑
고양이 사료와 용품을 사러 상점가로 향했다. 아침 6시, 묘하게 답답한 느낌에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고양이 녀석이었다. 어찐지 무겁더라니... 나는 내 가슴을 방석처럼 깔고 앉아 있던 녀석을 조심스레 안아 올렸다. [나] 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 [고양이] 냐앙! [나] 어머나, 대답한 거야? 똑똑한 녀석 같으니라고. 녀석은 돌연 내 팔을 툭툭 치며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톤으로 울기 시작했다. 배고프니 밥을 달라는 소리인가 보다. 나는 냉장고에서 닭가슴살을 꺼내 적당히 데워 주었다. 오늘은 녀석에게 필요한 걸 사러 가야겠다. 고양이 용품은 한번도 사본 적이 없어 걱정이네. 뭐가 필요할지, 뭐가 좋을지. 예신이 말한 '책임'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다행히 녀석은 얌..
2023.12.24 -
6화. 고양이 집사
녀석을 집으로 데려왔다. 나도 이제 정식으로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예신이 마련해준 집은 내가 상상한 집 그 자체였다. 전제적으로 널찍널찍하고, 창밖으로는 저 멀리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게다가 예신은 내가 완성한 작품들을 전시할 작은 갤러리까지 만들어두었다. 예신이 갤러리 쇼윈도에 직접 '구매 문의는 이메일로' 라는 문구를 붙이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약간 조바심이 났다. [나] 아무도 내 작품을 사가지 않을지도 몰라요... [예신] 구매를 한다는 건 다른 사람이 네 그림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거야. 너도 이제 어른이 됐으니 세상 돌아가는 방법을 알아야 해. [나] 세상은 잔혹해요! 예신은 대답 없이 그저 웃을 뿐이다. 그림이라고 한다면... 나는 한참이나 주저하다 '그 질문'을 던졌다. [나] 예신이 ..
2023.12.24 -
5화. 미지의 생물
예신이 녀석의 입양을 허락해 주었다. 예신은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예신] 집 정리는 다 끝났대. 가자. - 예신이 마련해준 집은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평소의 저녁 산책처럼,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예신] 오늘은 어땠니? 특별한 일은 없었어? 재밌는 남학생을 만났어요/좋은 친구를 사귀었어요/오늘은 그림 연습만 했어요 [예신] 그래? 그거 특별한 일이구나. 내가 다 기쁘네. [나] 무슨 소리예요? 그냥 '재미있는' 남학생을 봤다고요. [예신] 그래. 그러니 특별한 일이지. [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예신] 네 생각말고 또 있겠니. 모퉁이를 돌자, 내가 살 집이 나타났다. - [??] 야옹~ 야옹~ 어디선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화단 속에 작..
2023.12.24 -
4화. 학생회장
본관 앞에는 신입 부원을 모집하는 동아리 부스가 즐비했다. [남학생 1] '외계인이 왜 그럴까' 동아리에서 신입 부원을 모집합니다! 천문학과 아니어도 대환영! 동아리 이름 무슨 일이야? 네이밍 센스 참담하네... [남학생 2] '반려동물 교류회'의 가입 조건은 누차 말씀드리지만 반.려.동.물.의 사진 들 한 장입니다! 제발 본인 사진 좀 보내지 말라고요! 반려동물이 없으니 저긴 안 되겠고... 천천히 구경하고 싶지만, 예신과의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 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다. - 동아리 모집 때문에 큰길이 엉망이다 보니, 아무래도 법학관을 가로질러 가는 게 빠를 것 같다. [카이로스] 정재한, 나머지 얼른 줘. 어? 이 목소리는..? 고개를 들어보니, 학생회장이 사다리 꼭대기에서 뭔가를 작업 중이었다. 학생..
2023.12.24 -
3화. 신입생 등록일
신입생 등록을 하고나니 새롭게 다가올 캠퍼스 생활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신입생 등록일. 오늘 정식으로 세인트 셀터 학원의 학생으로서 등록을 마친 뒤, 예신을 만나기로 했다. 본관은 나같은 신입생들로 인산인해였다. 제 3강당이라...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계단에서 무심코 고개를 든 나는 2층 난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안경을 쓴 차가운 이미지의 남학생이었는데, 등에다 대나무라도 꽂아둔 듯한 꼿꼿한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 저기, 실례지만... 내가 묻기도 전에 그는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남학생] 신입생은 저쪽. 어떻게 알았지? 독심술이라도 쓴 건가? 안내받은 방향으로 걸어가다 살짝 뒤를 돌아보니, 그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의문..
2023.12.24 -
2화. 새 친구
기숙사 옆방의 새 친구 채린은 '스타제' 참가자로, 낮을 가리는 귀여운 소녀였다. 학교에서는 아직 방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정식 기숙사 바로 옆 건물에 임시 기숙사를 마련해주었다. 아담한 방엔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생각보다 좋은 방이었다. 캐리어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누군가 노크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나가자, 문 앞엔 어떤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채린] 안녕, 나는 네 옆방에 사는 채린이라고 해. 옆방에 어떤 사람이 들어올까 무척 궁금했는데 인기척이 들려서 슬쩍 봤는데 네가 있어서. 이름이 뭐야? [나] 아, 내 이름은 - 채린은 수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채린] 예쁜 이름이네. 참, 짐 푸는 것 좀 도와줄까? 난 어제 도착해서 방 정리가 끝났거든. [나]..
202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