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세편 6화. 구름과 안개

2025. 6. 16. 20:24이벤트 스토리-2022/아득한 앞길

[별의 제독]

골치 아픈 일이 끊이질 않는군.

 

[선장]

정말 죄송합니다, 제독 각하. 보시다시피…

 

별의 제독이 짜증스러운 듯 그의 말을 끊었다.

 

[별의 제독]

요운은? 어디에 가둬놨지?

 

[선장]

가장 안쪽 구금실에 있습니다, 각하.

 

그게 바로 내가 있는 곳이었다. 별의 제독의 시선이 내게 닿자, 나는 본능적으로 허겁지겁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는 금세 시선을 거둬들였다.

 

[별의 제독]

경비가 꽤 삼엄하군.

 

군화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두드렸고, 별의 제독은 방으로 들어갔다.

 

요운은 특별히 더 심하게 구속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마도 기지 사람들은 별의 제독이 어떤 돌발 상황이든 제어할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요운]

제독 각하… 오랜만입니다.

 

별의 제독은 죄수의 맞은편에 앉아, 느슨한 태도로 요운을 훑어보며 평가했다.

 

[별의 제독]

정신 상태는 괜찮아 보이네.

 

[요운]

어차피 누군가 제게 가르쳐주셨습니다. 나약함이란 건 굳이 세상에 보여줄 필요 없는 거라고요.

 

별의 제독이 살짝 눈썹을 들었다.

 

[별의 제독]

그래? 그 사람이 네게 세상을 숨기고 제국을 배신하는 것도 가르쳤나?

 

요운은 잠시 생각하다가 성실하게 대답했다.

 

[요운]

…방법은 확실히 그 사람에게 배운 게 맞습니다.

 

[별의 제독]

 

잠시 침묵이 흘렀고, 별의 제독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별의 제독]

말해 봐, 그 사람은 또 뭘 가르쳤나? 넌 명성도 자자하고, 승진도 눈앞이었을 텐데,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했는지 궁금하군.

 

이건 명백한 별의 제독 특유의 비꼼이었다. 그러나 요운은 잠시 침묵한 뒤, 마치 진지하게 기억을 더듬는 듯 대답했다.

 

[요운]

그 사람의 행동 방식이요, 제독 각하. 그는 스스로 선택을 내리는 사람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설령 그 선택이 그와 적대하는 것이거나, 아주 난처한 선택이라도 말입니다.

다만 그 사람의 ‘높은 평가’란, 대개 그와 함께 임무에 끌려가는 걸 의미했죠. 각하, 지금 돌아봐도 그 임무들은 정말 미친 짓거리들이었습니다.

 

[별의 제독]

허.

 

[요운]

하지만 그 과정을 겪은 사람은 하나같이 그 사람에게서 강인함과 결단력을 배웠고, 목표를 위해 모든 걸 걸 만큼의 광기도 배웠습니다.

 

별의 제독이 웃었다.

 

[별의 제독]

그 정도였나?

 

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변수가 터졌다.

 

연분홍빛 안개였다.

 

안개는 사방에서 서서히 스며들더니 구금실 벽의 틈새로 조용히 파고들었다. 내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연분홍빛 안개는 극도로 끈적하게 변하며, 원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체를 잡으려 했다. 그것은 결코 무해한 ‘안개 덩어리’가 아니었고, 구름 형태를 한 채 사냥꾼과 공생하는 거대한 짐승이었다.

 

이 사실을 깨닫자마자 나는 도망치려 했지만, 그 안개는 주저 없이 내게 달라붙었고, 곧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요운]

이즈, 돌아와!

 

이번에 요운의 호통은 통하지 않았다.

 

이즈라는 이름의 안개는 나를 붙잡기로 결심한 듯 경보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영체는 보통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지만, ‘만물 공생자’는 이를 포착할 수 있었다. 탈주 중인 또 다른 여행자를 잡는 것은 공멸이든 공적이든 상관없다는 듯했다.

 

혹은, 설령 나를 붙잡지 못하더라도 요운이 도망칠 기회를 만들기 위한 혼란을 유발하려 한 걸지도 몰랐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을 희생하고, 선택을 감수하며, 별의 제독의 인정을 받으려는’ 대화에서 얻은 영감이었을 터였다.

 

나는 배운 모든 영체 기술을 동원해 필사적으로 복도를 빠져나오려 했지만, 등 뒤에서 끈적한 안개가 더욱 사나운 형태로 퍼지며 수많은 미끈거리는 촉수를 뻗었다.

 

전례 없는 위기감과 ‘실수했다’는 후회에 나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한 줄기 차가운 섬광이 스쳤다.

 

그것은 순식간에 나타났고, 소리 없이 안개 짐승의 모든 촉수를 잘라냈다. 그것이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안개 짐승은 아픈 듯 움츠러들었고, 요운의 몸속으로 다시 흡수되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 별의 제독은 무심한 얼굴로 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별의 제독]

아깝군. 이 틈에 도망쳤어야지.

 

……이 남자가 얼마나 악랄한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면, 이 말은 오히려 진심 어린 아쉬움처럼 들릴 뻔했다.

 

[요운]

그럼, 그 틈에 절 봐주셨을 건가요?

 

별의 제독은 병자를 진단하듯 그를 흘겨보았다. 요운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요운]

방금 일은 제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그녀를 데리고 나오려고 한 것도 아니고, 방금은 정말 우연이었어요.

 

방금까지만 해도 별다른 추궁을 할 생각이 없어보이던 별의 제독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별의 제독]

네 작은 녀석이 사냥을 나선 게 아니었나? 설마 단지 네 몸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바람 쐬러 나온 건 아니겠지?

 

머릿속에서 갓 탈출한 나는 다시 긴장감을 느꼈다. 그때 천장의 통신 장치에서 선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장]

이쪽 상황은 어떠신가요? 모니터가 꺼진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어서…

 

[별의 제독]

네 방송도 같이 꺼버려.

 

별의 제독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손짓해 요운에게 자신과 함께 독방으로 가자고 신호했다.

 

나는 그제야 한숨 돌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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