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정확한 알림&길은 언제나 조심히 보기!

2025. 3. 24. 13:18이벤트 스토리-2024/천추도(천년을 건너)

지도를 열어 길 안내를 확인하는데, 화면 상단의 알림 창에 푸시 메시지가 떴다.  

 

[로지타] 

맥주 생선을 많이 먹으면 음주 운전으로 판정될까요……  

 

[알카이드]  

확률은 낮지만,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두리안이나 리치 같은 음식도 가짜 양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 걱정된다면 여기서 좀 더 걸으며 소화도 시킬 겸 시간을 보내도 돼.  

 

알카이드와 나란히 거리를 걸었다. 저녁노을이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로지타]

방금 맥주 생선을 먹고 나자마자 이런 푸시 알림을 보다니, 대체 얼마나 내 생활을 들여다보고 있는 거야, 빅데이터……  예전에도 그랬어요. 온갖 고양이 용품을 추천해 주는 건 물론이고……  

 

'어떻게 하면 남자친구에게 애교 부릴 수 있을까'  

'단 한마디로 남자친구를 설레게 하는 방법'  

 

이런 글을 줄줄이 추천하더라고요.  

 

[알카이드]  

연애 코칭 같네. ……하지만 전혀 참고할 가치가 없지 않아? 그런 글에는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는 민망한 대사들만 가득하잖아. 그래도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궁금해지는데? 하나만 예를 들어 줄 수 있어?  

 

[로지타]  

예를 들면…… 남자친구 품에 뛰어들면서,  

'나는 벽에 부딪치고 싶지 않아, 당신 품에 부딪치고 싶어.'  

이런 거요.  

 

알카이드는 걸음을 멈추고 어깨를 살짝 떨었다. 마치 웃음을 참으려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로지타]

그러니까, 제가 왜 참고할 가치가 없다고 했겠어요!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알카이드가 손목을 붙잡았다. 손목을 따라오는 힘에 이끌려 그의 품으로 부딪쳤다.  

 

[알카이드]  

괜찮아, 한 번쯤은 부딪쳐도.  

 

---  

 

울퉁불퉁한 산길을 따라 바퀴가 덜컹거리며 굴러갔다. 나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여행용 캐리어를 바라보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런 반산악형 '자연산소 휴양지' 민박을 선택하지 말 걸. 차는 결국 산기슭 주차장에 두고 올라와야 했다.  

 

[알카이드]  

좀 피곤해? 잠깐 쉬어갈까?  

 

[로지타]  

아뇨, 저는 그저 선배의 촬영 장비가 걱정돼서요. 꺼내서 상태를 확인해 볼까요?  

 

[알카이드]  

출발 전에 방진 스펀지가 들어 있는 장비 가방에 넣어 놨어. 수시로 상태를 확인할 필요는 없을 거야. 오히려 너야말로, 등산할 때는 한눈팔지 말고 길을 잘 보고 가야지.  

 

눈 덮인 산길이 조금 미끄러웠다. 그제야 알카이드가 내 허리를 살며시 받쳐 주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로지타]  

알겠어요. 선배를 잘 보면서 가겠습니다.  

 

한 계단 위로 올라서서, 두 손으로 알카이드의 얼굴을 감싸고 천천히 살펴보았다.  

 

[로지타]  

, 정말 잘생겼네요.  

'이벤트 스토리-2024 > 천추도(천년을 건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5화. 개화하는 땅  (0) 2025.03.24
3화. 전용 서비스  (0) 2025.03.24
2화. 랜덤 길안내  (0) 2025.03.24
1화. 여행준비  (1) 2025.03.24
프롤로그. 또 한 해  (0) 202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