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이드 편 5화. 성월

2024. 5. 15. 22:17이벤트 스토리- 2021/인연의 저편

 그림이 비단처럼 눈앞에 천천히 필쳐지더니, 천문대 위에 서 있는 훤칠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알카이드가 홀로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그의 머리에도 이슬이 맺혔다. 지금 이 별은 어젯밤과는 다른 별인데, 누구를 위해 밤을 새는 것인가. 알카이드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알카이드]
로지타 님, 오셨군요. 


 청년 사천감이 내 쪽으로 다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다시 끝없는 밤하늘을 바라봤다. 
 
[알카이드]
마지막으로 본 지도 벌써 한참 지났군요. 당신에게는 찰나의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에서의 하루는 이곳에서의 1년이니까. 


 알카이드의 말에, 내가 선녀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잠깐 망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카이드]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당신이 어딘가를 바라보는 동안, 속세는 이미 세월이 흘러 강산이 변해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짧은 만남은 재회를 더 기쁘게 만들죠. 하지만 기나긴 이별은 저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로지타]
알카이드...
 
[알카이드]
당신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 전 그저 당신과 함께 하루하루 세상의 모든 감정을 나누고 싶을 뿐이에요. 신선은 범인과는 다르니, 당신과의 거리를 좁히려면 제가 당신을 찾아갈 수밖에 없겠지요.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따라 영원히, 달과 해가 뜨는 하늘까지 쫓아갈 겁니다.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되겠지만, 신선이 되는 것만이 제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로지타]
신선이 되겠다고요? 
 
[알카이드]
네. 그것만이 방법이니까요. 

 알카이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도를 닦다가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알카이드는 정말 이런 무모한 길을 선택하려는 걸까? 
 
[로지타]
신중히 생각해요... 한 나라의 황제도 열에 아홉은 실패했고, 그대로 죽기까지 했어요... 진시황도 서복을 바다로 보냈지만 배에 물건만 싣고 종적을 감춰버렸죠.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에요. 
 
[알카이드]
신선이 되는 건 하늘에 오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건 압니다. 도전한 사람도 여럿봤지만 성공한 사람 역시 하나도 보지 못했어요. 인연이 있다고 해도 도중에 실패한 사람도 많을 테지요. 
 
[로지타]
내 말이 그 말이에요!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고 신선이 되는 약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사람들 중에 몇이나 살아 있는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죠. 그러니까 제발 정신 차려요. 
 
[알카이드]
전 멀쩡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더.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이건 내가 바라는 것이고, 이 마음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요. 달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어두운 밤하늘을 밝혀주지요. 저 역시 그 밝고 깨끗한 달처럼 되고 싶습니다. 
 
[로지타]
...제 말을 전혀 안 듣고 있는 것 같군요. 
 
[알카이드]
전 신선이 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어떨지, 될 수는 있을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찾으러 가는 길 위에선 망설이지 않을 겁니다. 

 알카이드는 희미하게 웃어 보이며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알카이드]
오늘은 여기서 인사를 해야겠군요. 부디 다음번 만남 후엔 이별이 없기를. 

 말을 마친 알카이드는 공손히 손을 모아 예를 갖추고 자리를 떠났다. 그를 쫓아가려 했지만, 벌써 종적을 감춘 뒤였다. 우선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