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31. 20:47ㆍ이벤트 스토리-2021/달콤한 휴일
빠른 속도로 물건을 정리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간 나는 알카이드의 자전거를 타고 그와 함께 카니발 축제로 향했다. 5월. 셀레인섬의 봄이었다. 짭짤한 바닷바람이 조용히 내 곁을 스쳐 지나가고, 길가에 핀 벚꽃 향기가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 분명 너무도 아름다운 장면이지만, 전혀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자전거에 앉아 균형을 유지하면서 치마가 날아가지 않게 잡고 있는 게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더 난감한 건, 앞쪽에 내리막길이 있어 균형 잡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거다.
알카이드는 내가 불안해하는 걸 눈치챈 듯, 달리는 속도를 점점 늦췄다.
[알카이드]
옆으로 앉아서 균형 잡기가 좀 불편하지? 이렇게 하면 좀 괜찮으려나?
[로지타]
균형 잡는 것까진 괜찮은데, 오늘 바닷바람이 제 치마한테 협조를 안 해주네요...
나는 하늘거리는 치마를 내려다보며 체념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알카이드가 자전거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내게 건넸다.
[알카이드]
내가 미리 신경썼어야 했는데... 내 잘못이야, 미안해. 이거라도 허리에 묶으면 좀 나을 거야.
아침 햇살이 내려앉은 알카이드는 유난히도 빛이 났다.
[로지타]
고마워요, 선배!
나는 자연스럽게 알카이드의 외투를 받아 허리에 두르고 안심하며 다시 앉았다.
[알카이드]
지금은 아직 좀 쌀쌀하니까 몇 벌 껴입는 게 좋을 거야. 놀러 나와서 감기 걸리면 안 되잖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입꼬리가 저절로 휘어졌다.
[로지타]
네에... 다음부턴 신경 쓸게요!
[알카이드]
참, 내 주머니에 티켓 있거든. 거기에 지도가 있으니까 네가 먼저 보고 이따가 어디로 놀러 갈지 생각해 봐.
알카이드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내게 말했다. 손을 뻗어 알카이드의 주머니를 뒤진 나는 금세 티켓을 찾아냈다. 티켓 앞면에는 놀이공원 지도가 간략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그곳엔 이번 카니발의 각종 놀이 기구가 표시되어 있었다.
[로지타]
다 재미있어 보여서 못 고르겠어요. 선배는 어떤 걸 해 보고 싶어요?
[알카이드]
난 다 좋아. 참, 4D 롤러코스터가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같이 타볼까?
[로지타]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이름이 뭐예요? 어디 있는지 찾아볼게요.
[알카이드]
그게... '대협곡 너머'였나? B구역에 있을 거야.
알카이드가 말한 대로 지도를 훑어보니, 그가 말한 놀이 기구를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로지타]
맞아요! 이따 이거 타러 가요.
[알카이드]
그래, 그러자.
지도를 다시 알카이드의 주머니에 넣는데, 정면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알카이드]
로지타. 위험할 수 있으니까 내 허리 잡아.
그 말에 나는 살포시 그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 는 내내, 내 마음속은 곧 있을 여정을 떠올리며 기대감이 차올랐다.
'이벤트 스토리-2021 > 달콤한 휴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6화. 광산 카트 (0) | 2024.03.31 |
---|---|
5화. 귀신의 집과 가면 (0) | 2024.03.31 |
4화. 진정한 소원 (0) | 2024.03.31 |
3화. 볼링의 고수 (0) | 2024.03.31 |
1화. 프롤로그 (0) | 2024.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