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알로라

2024. 3. 23. 20:31에르세르 대륙(完)/전승의 장 (카이로스)

 나는 들키지 않고서 수면 거울을 관찰할 수 있는 곳에 숨었다. 알로라는 무릎을 꿇고서 수면 거울을 띄웠다. 거울 표면이 그게 한번 일렁 이더니, 익숙한 얼굴이 떠올랐다. 역시나 조나단 이사장이었다!

 나는 온 정신을 집중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한마디라도 놓쳐선 안 된다. 그가 어떤 음모와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지 알내아아만 한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그는 알로라의 투정을 들어주고 열심히 달래며 별 의미 없는 수다만 이어갈 뿐이었다. 알로라를 바라보는 조나단의 시선은 너무도 따뜻했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에 말투도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알로라]

아저씨, 오늘 새 노래를 알려준다고 했잖아요. 어서 들려주세요. 

 

 조나단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나직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꽤 낯선 동요였다. 낮고 느린 음운이 왠지 구슬프게 들렸다. 

 

별들은 잠들고 흰나비 날아와 

달님도 숨은 밤 작은 발 어디로

 

내 아이는 어디 가고 흰나비 나풀나풀

꽃향기만 여기있네

 

[알로라]

졸려... 알로라는 아저씨 노래를 들으면 잡이 스르륵 와요. 

 

 무슨 일인지, 알로라를 바라보는 조나단은 몹시도 비통해 보였다. 

 

[알로라]

알로라 너무 졸려... 조금만 잘게요...

 

 알로라는 살며시 바닥에 눕더니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이쪽의 마법에 대해 잘 모르는 내 눈으로 봐도 알로라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카이로스에게서 들은 대로, 폭주에 임박한 건지도 모른다. 평범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드문 알로라에게 있어 조나단은 꽤나 의지가 되는 상대였나 보다. 

 

[조나단]

크, 흐흑...!

 

돌연 조나단이 오열했다. 왜 우는 거지? 그것은 가식 이 아닌 진짜 울음이 있다. 영락없이 악당일 줄로만 알았는데,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나는 조심스럽게 거울 앞으로 걸어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나]

조나단 이사장님. 

 

 갑작스러운 내 등장에 조나단은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었다. 그는 이내 눈물을 닦고서 태연하게 날 마주했다. 

 

[조나단]

반갑군.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

저도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런 상황에도 당당한 상대를 보자 심사가 뒤틀렸다. 조나단은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조나단]

별들의 경연에서 채린 학생이 희생된 것도, 자네가 그쪽으로 가게 된 것도... 그래, 모두 내가 한 짓이다. 내게 있어서 에르세르는, 이제 이 세상보다 더 의미 있는 곳이 되었지. 그곳 에르세르에... 내 딸이 있기 때문이야. 

 

 조나단은 지갑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누렇게 바랜 사진 한 장이었다.

 사진 속의 이사장은 알로라를 똑 닮은 소녀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함께 별 구경을 하고 있는 듯한 이사장과 소녀는 부칙이나 행복해 보였다. 

 

[조나단]

조이, 내 외동딸이다. 아내와 이혼한 뒤 조이를 내가 홀로 키웠지. 천문학이야말로 인생의 전부였던 나는 거의 모든 시간을 연구에 쏟았다. 머리 위의 하늘만 바라보느라 주변을 둘러보질 못했어. 그러던 어느 날, 내 딸이 사라졌다. 친구와 나갔다가 동굴에 갇혀 변을 당했어. 그 애가 애타게 아비를 찾으며 울고 있을 때, 아비는 중성자별의 충돌을 관측하고서 철 없이 환호하고 있었다. 조이를 묻던 날, 나는 실성한 것처럼 밤새 웃어댔지. 아아,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바로 곁에 있는 딸의 죽음조차 모르고 있던 놈이 광활한 우주의 이치를 알고자 하다니! 

 

[나]

따님을 잃으신 건 정말 유감이지만, 대체 왜 이런 짓을...

 

이사장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조나단]

세상에 염증을 느꼈다고나 할까. 조이는 떠났지만, 나는 조이를 보내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시공의 공명 이론을 접하고 깊이 연구했지. 어딘가엔 평행세계가 있을 거라고, 내 딸 조이는 그곳에 반드시 살아 있을 거라 믿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발견했지. 평행세계 에르세르를. 천문대의 송신기를 통해 에르세르의 수면 거울을 연결했고, 나는 그곳의 대마법사와 접촉했다. 나는 그들 대신 너를 찾고, 그들이 너를 감시할 수 있도록 돕기로 약속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찼다. 화가 나는 건 둘째치고, 이유가 너무나 궁금했다. 

 

[조나단]

내가 카이로스에게 적극 협조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거울을 통해 그 아이를 봤기 때문이었다. 알로라, 아니, 내 딸 조이를 발견한 순간, 나는 우주의 위대함에 감사하며 환희의 춤을 췄다. 

 

이사장의 눈은 정상이 아니었다. 알로라가 그의 딸 조이가 아니 라는 것을 이사장도 분명 알고는 있을 터다. 그의 집착은 어느새 광기로 변해 있었다. 여기서 알로라까지 잃는다면 그는 완전히 미치고 말겠지. 잠시 뒤 이사장은 평정을 되찾았다. 

 

[조나단]

내가 지난 일을 고백한 까닭은, 결코 참회하거나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알로라의 상태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폭주해서 얼음 나비로 변하지 않도록, 네가 곁에서 보살펴줘. 사실, 카이로스에게 부탁했다. 내가 제물을 찾아 그쪽으로 보내줄 테니 알로라를 잘 돌봐달라고. 그러나 제물을 손에 넣은 지금, 그로서는 굳이 알로라에게 신경 씨야 할 필요가 없겠지. 

 

조나단의 목소리가 떨렸다. 

 

[조나단]

만약 내 딸이 또 한 번 잘못된다면, 나는 시공의 공명을 일으켜 이 세계를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다. 네 세계가 무사하길 바란다면 내 딸을 지켜라. 그 아이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 제발...

 

조나단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났다. 거울은 이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마지막으로 본 그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

 

 나는 곤히 잠든 알로라를 업고서 마탑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몸은 다시 얼음장처럼 차디차게 식어 있었다. 알로라는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다가 내 목을 끌어안았다. 

 

[알로라]

추워...

 

 알로라는 다 꺼져 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 다. 

 

[알로라]

별들은 잠들고... 흰 나비 날아와...

 

 알로라의 노래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알로라]

잊어버렸어... 기억이 안나...

 

 내 목을 끌어안은 아이의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복통을 참고 있는 듯했다. 마법사의 숙명...이라. 이렇게 어린 소녀가 짊어지기엔 너무도 큰 짐이 아닌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여린 몸을 꼭 안아주는 수밖에. 

 

-

 

 어느새 나는 깊이 잠들었다. 문득, 이상한 느낌에 정신이 들고 눈이 번쩍 뜨였다. 알로라! 알로라가 어디로 갔지? 설마...! 

 나는 벌떡 일어나 허겁지겁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마차에 오르기 직전인 알로라를 발견했다. 카이로스가 알로라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기척을 죽이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알로라는 임무를 받는 중이었다. 그 임무는 바로... 배신한 마법사들의 숙청. 지난 여정을 통들어 실버나이트는 마법사들을 포섭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들은 일반 병사들보다 전투력이 월등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변절한 마법사의 숙청은 마탑의 업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카이로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모양이다. 이전 여정에선 전혀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실버나이트가 황성을 치기 위해 폭주 상대의 마법사 부대를 양성했다는 것이다. 실버나이트는 약을 사용해 마법사를 폭주하게 만든 뒤, 또 다른 약을 써서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그 수법에 당한 마법사들은 의식이 있는 상대로 온몸이 얼음으로 뒤덮이는 고통에 시달리다 결국은 미쳐버린다고 했다. 극한의 마력을 마구잡이로 발산하는 상대에 맞서 피해를 최소화할 묘책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바로, 통째로 집어삼키는 것. 카이로스로선 다른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알로라]

와아! 괴물이 잔뜩? 그럼, 배부를 때까지 마음껏 먹어도 되는 거죠? 

 

[카이로스]

그래, 배불리 먹고 난 후엔... 푹 쉬거라. 앞으로 더는 춥지도, 배가 아프지도 않을 것이다. 

 

 그 소리에 가슴이 철렁했다. 알로라...! 알로라는 배부르고 편해질 거란 소리에 그저 뛸 듯이 기뻐했다. 카이로스의 담담한 말에 담긴 뜻을 이해 못 한 것이다. 안 돼,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카이로스는 긴 한숨을 내취고서 덧붙였다. 

 

[카이로스]

알로라. 나를 원망하럼. 

 

카이로스가 저런 소릴 하다니...? 그는 남의 시선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줄 알았는데. 알로라는 모르겠다는 듯 천진난만한 눈으로 카이로스를 올려다봤다. 

 

[카이로스]

마탑의 주인, 모든 마법사의 스승이 다 무슨 의미란 말이냐. 모두 허상일 뿐.... 다수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명목으로, 나는 너희를 도구처럼 이용하고 희생시킬 뿐이지. 너희의 생명 또한 그들의 것과 같은 무게를 지닐진대. 그러니 원망하거라. 나를 원망해. 

 

 카이로스의 목소리엔 온갖 감정들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는 결코 감정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에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짊어져야만 하는 책임이 있기에 오랜 세월 동안 그저 묵묵히 참고 외면해왔던 것이다. 

 

[알로라]

원망이라뇨? 알로라가 왜 카이로스 님을 원망해요? 카이로스 님을 만나기 전엔, 알로라는 매일매일 울었어요. 배가 너무 고파서요. 아빠는 알로라가 우는 소리가 듣기 싫다며, 알로라를 강가로 데려가 딱딱한 빵을 주워 먹으라고 했어요. 강가엔 딱딱한 회색 빵들이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그건... 아주아주 맛이 없었어요. 

 강가에서 딱딱한 회색 빵을 주워 먹게 했다고? 설마... 아이를 죽일 셈으로 돌을 먹인 건가? 고대에 기근을 만났을 때 아이를 죽이기 위해 자기 자식에게 돌을 먹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눈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줄이야.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소리에 귀가 먹먹해졌다. 

 

[알로라]

딱딱한 빵을 먹고 배가 너무 아팠는데, 카이로스 님이 알로라한테 약을 줬잖아요. 약 먹은 후엔 하나도 안 아팠어요. 

 

[카이로스]

알로라. 그건 도운 게 아니었다. 넌 지금도 배가 아프잖니. 나는 너를 이용했어. 

 

 알로라는 물끄러미 카이로스를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해맑게 웃으며 대꾸했다. 

 

[알로라]

으음. 뭐, 그래도 괜찮아요! 카이로스 님은 마법사지, 의사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알로라가 배가 아픈 건, 카이로스 님이 주는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이에요! 알로라는 먹는 게 너무 좋아서 참지 못하거든요! 그러니 절대로 카이로스 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카이로스]

......

 

 카이로스의 입술 사이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잔인할 정도로 순수한 동심에 내 가슴도 무너져 내렸다. 알로라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탑 9성에까지 오른 이유는, 아무 의심 없이 마법을 전부 받아들였기 때문이겠지. 

 알로라가 카이로스 앞으로 폴짝 뛰어가더니 그의 소매를 붙잡고 흔들었다. 

 

[알로라]

카이로스 님은 왜 맨날 슬퍼요? 모두 한 번쯤은 웃어요. 웃지 않는 사람은 카이로스 님밖에 없어요. 알로라가 배가 부르면 웃는 것처럼, 사람들은 모두 원하는 걸 얻으면 웃어요. 카이로스 님은 원하는 걸 얻지 못했어요? 그럼, 알로라가 매일 밤마다 기도할게요. 카이로스 님이 얼른 소원을 이루도록! 다시 깨어나지 못하더라도... 알로라는 카이로스 님을 위해서 계속 기도할 거예요.

 

아...! 알로라,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었어...! 카이로스는 알로라의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카이로스]

미안하다. 너를, 아니, 너희를 이렇게 만들어서... 모든 죄는 내가 다 짊어지겠다. 너희는 괴물이 아니야. 세상을 구한 영웅이지. 절대 너희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 

 

 카이로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숱한 여정을 거겠지만, 카이로스가 웃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알로라는 카이로스의 팔에 매달린 채 좋아서 폴짝거렸다. 

 

[알로라]

와아! 카이로스 님이 웃었다! 

 

 그토록 차가웠던 카이로스마저 녹이다니, 순수한 알로라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카이로스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카이로스]

나는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너희와 함께했기에, 더욱더. 

 

 숨어있기를 그만두고 다가간 나는 알로라와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카이로스가 당연히 막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카이로스]

너의 목적에서 벗어난 일이다. 네가 그런들 알로라를 구할 수는 없어. 하지만, 너라면... 또 모르겠군. 어차피 내 말은 듣지도 않을 테고. 

 

 카이로스의 말이 더는 차갑게 느껴지질 않았다. 그는 그동안 멀리서 봤던 것과는 다른 면모를 갖고 있었다. 카이로스는 황성에 대규모의 기습이 일어났다는 보고를 받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나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알로라의 손을 잡고서 마차에 올랐다. 알로라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저 즐거워 보이는 알로라와 달리, 내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조나단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알로라가 잘못되면 그는 내 세계를 무너뜨리겠다고 협박했었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 재 환하게 웃는 알로라를 바라봤다. 알로라가 잘못되는 건 나 역시 바라지 않지만, 내가 그녀를 데리고 도망친다면 이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마차는 황성 밖의 숲에서 멈춰섰다.  

 저 앞에, 반쯤 나비로 변한 폭주 마법사들이 군집해 있었다. 한때는 사람이었을 그들은 끔찍한 모습으로 변모해 있었다. 저들도 분명 누군가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였을 덴데...

 카이로스에게서 들었던 대로였다. 폭주 마법사들은 극한의 고통에 시달리다 이성을 잃었는지, 하나같이 눈에 초점이 없었다.  그들이 날개를 펄럭이자, 위험을 느끼고 도망치던 산짐승들은 순식간에 얼어붙어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날갯짓 한 번에 거대한 곰까지 당하는 것을 직접 보게 되니 공포로 몸이 굳었다. 실버나이트가 왜 이 부대를 양성했는지 알 것도 같다. 이들은 보통 얼음 나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자랑했다. 이들에게 당하면 얼어붙은 시신조차 남기 지 못하는 것이다. 과연 알로라와 내가 막아낼 수 있을까. 일단 후퇴하고 카이로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나]

알로라! 안 되겠어, 일단 물러서자! 

 

알로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나]

너무 위험해! 네가 다치는 건 어제 그 아저씨도 바라지 않을 거야. 

 

나는 일부러 조나단 이사장을 들먹였다. 그러나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알로라]

고마워요, 언니. 알로라는 알아요. 언니랑 아저씨는 진심으로 알로라를 걱정해주죠. 그지만 알로라는 마법사예요. 마법사가 도망치면 사람들이 위험해져요. 

 

알로라는 손을 들어 숲속을 가리켰다. 그곳엔, 동굴에 숨어 있다 폭주 마법사들에게 들킨 사냥꾼이 있었다 

 

[사냥꾼 1]

사람 살려! 누가 좀 도와줘요! 

 

 사냥꾼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며 울부짖었다.

 사냥꾼의 몸은 마법사의 날개가 일으킨 돌풍에 휘말려 허공으로 떠올랐다.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섞인 돌풍에 사냥꾼은 금세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사냥꾼 1]

으아악! 

 

[사냥꾼 2]

아악! 

 돌연, 푸르스름한 빛이 사냥꾼의 주변을 감싸더니 얼음 공격을 막아주었다. 사냥꾼은 알로라를 발견하고서 에원했다. 

 

[사냥꾼 1]

아아, 마법사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알로라]

응응, 걱정 말아요! 알로라가 구해줄게요! 

 

 알로라는 마법으로 사냥꾼을 무사히 구출해 내 옆으로 데려왔다. 그런 뒤, 나를 바라보며 간절히 부탁했다. 

 

[알로라]

두 사람은 여기 있어요. 알았죠? 알로라가 다 먹어치우고 올게요! 

 

[나]

안 돼, 알로라! 

 

 알로라는 완강했다. 그녀는 한번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곧바로 위험을 항해 달려갔다. 불면 날아갈 듯 작은 아이의 뒷모습은 더없이 눈물겨웠다. 알로라를 본 폭주 마법사들이 천천히 모여들었다. 알로라는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눈을 감았다. 흡사 기도하는 듯한 모습으로, 알로라는 그녀만의 싸음을 시작했다. 문득 눈앞이 흐릿해졌다. 내 두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알로라의 부탁을 무시하고 그림 소울을 소환하며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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