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동맹

2024. 2. 11. 23:07에르세르 대륙(完)/아이리스의 장 (로샤)

 자객을 쓰러뜨린 나는 연회장으로 달려가다 카이로스 일행과 마주겠다. 카이로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서둘러 테라스로 향하려던 참, 로샤가 나타났다. 
 
[로샤]
왜 그렇게 당황하지? 혹시, 짐이 자객에게 당했을까 걱정이라도 한 건가? 
 
[나]
괘, 괜찮으세요? 
 
[로샤]
저런 피라미들에게 내어줄 것은 털끝 하나도 없다. 잔당은 호위병들이 정리하고 있으니 그런 표정하지 마라.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군.
 
 로샤는 환하게 웃으며 성큼 다가오더니 흐트러진 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샤]
그렇게나 걱정해주다니, 고맙다. 그리고... 그대의 머리카락에선 좋은 향기가 나는군.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상황이라니, 나는 어찌할 줄 몰라 얼굴을 푹 숙였다.
 
[로샤]
카이로스 경, 유난히 시끄러운 저녁이로군.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고, 짐은 이만 신부를 데리고 침전에 들겠네. 
 
[카이로스]
폐하, 신녀와 관련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조금 전, 무기라곤 아무것도 없는 저에게 곧장 달려와 자객을 처리해달라고 하더군요. 마치 제 힘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뿔싸! 카이로스는 겉보기에 그저 허여멀건한 관리직으로만 보였다. 나는 막 에르세르에 소환됐으니, 그가 최강의 대마법사임을 몰라야 마땅하다. 급한 나머지 생각이 짧았다! 지금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건 로샤뿐이다. 나는 최대한 애처로운 눈빛으로 로샤를 올려다봤다. 로샤는 한 팔을 뻗어 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로샤]
카이로스 경, 적당히 하게, 적당히. 지금껏 그대가 겁주어 울린 여인들이 어디 한둘인가. 짐이 보냈네. 가서 경의 곁에 있으라고 했어. 이제 됐나? 물론 멋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도 싶었지만, 사랑스러운 신부를 어찌 위험 속에 둔단 말인가. 
 
 로샤는 한술 더 떠 카이로스를 항해 몹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로샤]
카이로스 경, 오늘만이라도 눈치를 좀 발휘해줄 순 없겠나? 이러다 첫날밤을 여기서 보내게 생겼군. 
 
 카이로스는 싸늘한 표정이었지만, 다행히 더는 아무 말도 않은 채 자리를 떴다. 
 
[로샤]
드디어 갔군. 분위기 깨는 데는 선수라니까. 이제 둘만의 시간을 오붓하게 보낼 수 있겠어.
 
 잠깐, 방금 뭐라고? 로샤가 나를 데리고 침전으로 간다는 기잖아? 로샤는 당황해서 굳어버린 나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황후 침전 앞을 지나던 때 나는 침착하게, 그러나 필사의 저항을 시도했다. 
 
[나]
폐하! 아직 혼인도 전인데 하, 합방이라니 법도에 대단히 어긋나는 일 같사옵니다! 
 
로사는 짓궂게 웃으며 단칼에 잘랐다. 
 
[로샤]
무슨 소리. 이 나라에선 짐이 곧 법도인 것을. 기껏 새장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도와줬더니 도통 은혜를 모르는군.
 
 그는 황제 침전에 들어가 나를 사뿐히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문을 굳게 닫고서 철컥 소리 나게 잠가버렸다. 
 
[나]
자, 잠깐만요...!!
 
화려하고 웅장한 방에는 거대한 침대가 놓여 있었다. 나는 잔뜩 경계하며 로샤를 바라봤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테이블에 앉아 잔 두 개에 술을 재웠다. 
 
[로샤]
자아, 이제 단둘만 남았으니... 진솔한 대화를 나눠볼까. 가녀린 여인을 가장한 그대의 연기, 지금껏 잘 감상했다. 아주 인상적이었어. 
 
살짝 당황했지만, 나는 차분하게 웃음 지었다. 
 
[나]
폐하도 방탕한 폭군을 연기하고 계시잖아요? 저와 마찬가지로 말이에요. 
 
로샤는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냉철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샤]
돌려 말하는 건 서로 그만두지. 그렇게 안 봤는데, 그대는 대단한 실력자더군. 그 좁은 비밀 통로 안에서 홀로 다수의 자객을 처리하다니. 그것도 그토록 빨리. 
 
로샤는 뜯어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관찰했다. 
 
[나]
비밀을 눈치채고도 감춰주서서 감사해요. 
 
로샤는 씩 웃었다.
 
[로샤]
우리 사이에 그렇게 내외할 필요는 없잖아? 뭐, 짐이 그대를 지키는 건 아름답고 능력 있는 그대를 새장에 가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제가 폐하의 적이라면요?
 
[로샤]
그대가 짐을 해할 마음을 먹었다면, 테라스에서 무방비 상대로 있던 그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겠지. 그리고... 상대가 적인지 아닌지는 눈빛만으로도 구별해낼 수 있다. 적에 둘러싸인 채 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 
 
로샤는 내게 잔을 권했다. 
 
[로샤]
그대는 조금 전의 혼란을 틈타 얼마든지 도망질 수 있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짐의 곁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짐에게 뭔가 용건이 있다는 뜻이겠지. 자아, 어떤 얘기인지 한번 들어나 볼까? 
 
 로샤는 손을 뻗더니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는 훤히 드러난 내 목덜미를 진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짓궂게 덧붙였다. 
 
[로샤]
만약 사랑 고백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라고.
 
 내가 질색하며 물러나자 그는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늘 내게 엄청난 위압감을 줬다. 첫 번째 여정을 통해 그가 정말 나를 '신부'로 삼을 생각이 없다는 것과 세상을 구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와 손을 잡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이 나라 권력의 중심이면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그와 동맹을 맺는 모험을 해도 되는 걸까...? 
 
[나]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폐하의 협조가 필요해요.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거에요. 터무니 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끝까지 들으셔야 해요. 
 
 나는 내가 겪은 일들을 로샤에게 상세히 알려주었다. 〈시공 속에서〉 라는 만화에서부터 세인트 셀터 학원, 그리고 에르세르로의 시공 여행까지 빠짐없이. 겉으론 능글맞고 생각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신중하고 세심한 사람이다. 그러니 내 이야기가 절대 꾸며낸 것이 아님을 모를 수 없을 터. 
 로샤는 내내 평온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과 관런된 이야기를 들을 때면 고개를 가법게 끄덕였고, 알카이드가 등장하는 부분에선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가 끝난 후, 로샤는 손가락으로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로샤]
호음, 알카이드인가 하는 그 고위 마법사가 나의 신부와 마주치지 못하도록 하면 되는 건가. 
 
[나]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아시잖아요.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시공을 넘나들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런 능력을 가졌다는 걸 안 이상... 그저 멍하니 구경만 하거나 무기력하게 휩쓸려 다닐 수만은 없었어요. 제가 폐하꼐 접근한 이유를 물으셨죠? 폐하께서 에르세르의 통치자이기 때문이에요. 폐하가 신민들을 구하고자 하시는 걸, 저는 알아요. 그래서 저는 폐하와 힘을 합쳐 방법을 찾고 싶어요. 그리고 참극이 되풀이되는 걸 막을 거예요. 
 
 내 이야기를 다 들은 로샤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참의 시간이 호른 뒤, 그가 말문을 열었다. 
 
[로샤]
그대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란 것은 알겠다. 다만... 그대에게 힘을 빌려줘야 할 필요성을 모르겠는걸. 짐은 혼자서도 이미 충분하니 말이야. 
 
 로샤는 더 이상 능글맞은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차갑고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나]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지금 당장 저를 카이로스 경에게 넘기고 새장에 가두세요.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저는 다음 세계의 다른 폐하를 찾아갈 수 있어요. 하지만 폐하는 다르죠. 폐하께 다음 기회는 없어요. 
 
[로샤]
싸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협박도 수준급이로군. 
 
[나]
저는 월계절과 강림 의식을 이미 겪어본 사람이에요. 그 경험, 그리고 제 힘은 폐하께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전 알아요. 폐하께서 반드시 도와주실 것을. 당신은 누구보다도 현명하고 강한 분이 에요. 세상의 비난을 받는 것도, 폭군으로 역사에 남는 것도, 끝내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죠. 그것이 신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로샤]
협박에다 아첨까지? 하지만... 나쁘지 않군. 좋아. 짐이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가. 그 알카이드라는 마법사를 죽이면 되나? 아니면 카이로스 경과 거리를 뒀으면 좋겠나?
 
[나]
우선, 제가 놓진 실마리부터 찾도록 도와주세요. 실버나이트는 폐하의 숙적이지요. 그에 대해 아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
 
 지난 여정에서 실버나이트와 마주친 순간, 나는 그 눈빛을 통해 바로 알아챘다. 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나를 그가 한눈에 알아봤다는 것을. 우연히도, 내 세계로 돌아갔을 때 예신은 사라지고 없었다. 연락도 닿지 않았다. 기별 없이 잠적한 적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예신이 나처럼 시공을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이며, 어쩌면... 실버나이트와 동일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점점 짙어졌다. 
 
[로샤]
그 표정은 뭐지? 실버나이트의 이야기만 나오면 그대의 눈빛이 달라지는게 마음에 안 드는 군. 
 
[나]
제가 살던 세계에 예신이라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이 실은... 실버나이트랑 똑같이 생겼어요. 어쩌면, 그 두 사람이 동일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요. 폐하,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실버나이트와 똑같이 생긴 제 지인은... 저를 아끼고 돌봐주던, 그리고 제가 가장 믿고 따르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약속할게요. 설령 예신이 실버나이트라고 해도... 저는 폐하의 편에 있을 기예요. 가장 중요한 건, 이 세계를 지키는 거니까요. 
 
나는 결의에 찬 태도로 로샤가 따라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나]
콜록.!!!
 
...실수였다. 술은 매우 독했다.
 
[로샤]
짐의 앞이라 강한 척을 하려는 건가? 아니면 그 반대? 어느 쪽이든, 태도를 확실히 하라고. 
 
 빙글빙글 웃으며 일어선 로샤는 나를 번쩍 안아 들더니 곧장 침대로 갔다. 

[로샤]
그대와 진지하게 맹약을 나누는 것보다 차라리 초야를 치르는게 나을지도 모르겟군.
 
 나는 똑바로 그를 올려다봤다. 내 뺨에 닿는 그의 손길을 피하지도 않았다. 언뜻 호색한의 추파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날 시험하려는 것이다. 
 
[나]
굳이 떠보실 것 없어요. 제 각오는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저는 알아요. 폐하는 거부하는 여자를 강제로 안을 분이 아니세요.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우스운 취급을 당할 게 뻔했다. 황제는 겁쟁이 소녀와 동맹을 맺을 이유가 없으니.
 로샤의 손이 느릿느릿 내 뺨을 쓸고 지나갔다. 그의 손끝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뜨겁고 거칠었다. 똑바로 시선을 맞추고 내 눈동자 깊은 안쪽을 들여다보며, 그는 음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로샤]
걱정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여인이로군. 나의 자제력을 그렇게 믿나?
 
[나]
제가 믿는 건 폐하의 자제력 뿐만 아니라 제가 소울을 부르는 속도죠. 여차하면 폐하와 싸워 이길 생각입니다.
 
 로샤는 한 대 얻어맞은 듯 잠시 굳어 있다 이내 한바당 호탕하게 웃고서 몸을 일으켰다. 
 
[로샤]
그대가 이겼다. 자, 이걸 받아라. 

로샤가 내민 것은 아주 귀해 보이는 귀걸이로, 황실 문양을 품고 있었다. 
 
[로샤]
짐이 그대에게 주는 약속의 증표다. 항상 달고 다니도록. 그걸 빼면 더 이상 약속의 의미는 없는 것으로 여기겠다. 
 
로샤는 더없이 진지하고 냉철했다. 문득 현실 세계의 로샤가 떠올랐다. 비지니스 협상을 할 때 그도 이런 모습이었겠지? 귀걸이를 받아 든 순간, 문제가 하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귀를 안뚫었는데...
 그러나 사소한 일로 말이 길어지는 건 원치 않았다. 나는 그가 준 약속의 증표를 집어 들고서 숨을 그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것으로 귓불을 뚫어버렸다. 생살을 관통하는 통증에 눈물까지 핑 돌았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동안 나도 제법 독해졌나 보다. 로샤는 다소 놀란 듯 얼굴을 찌푸렸다. 
 
[로샤]
그렇게 마구잡이로 찔러넣으란 소린 아니었다만... 무표정하게 찌르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그대가 겪은 일들이 짐작이 가는 군.
 
로샤는 한숨을 내쉬더니 약을 가져와 직접 발라주었다. 테이블로 간 그는 잔을 다시 재우고 나를 불렀다. 
 
[로샤]
이것은 이세계에서 온 막무가내 신녀와 폭군 황제의 동맹을 위한 잔이다. 술을 잘 못하는 것 같더군. 마시지 않아도 좋으니 잔만 들거라. 운명을 바꾸고자 주저 없이 뛰어든 그대의 용기에 단복했다. 그 기개, 목표를 달성하는 날까지 꺾이지 않기를. 

 로샤는 굳이 마시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잔을 부딪치고서 곧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진한 향기와 화끈한 열기는 순식간에 가슴 속 깊은 곳까지 퍼졌다. 로샤는 뜨거운 숨을 내뱉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었다. 술잔을 내려놓은 나는 그의 푸른 눈을 마주하며 미소지었다. 
 
[나]
고마워요, 폐하. 
 
[로샤]
별말씀을. 쓸모가 있을 것 같으니 받아준 것뿐이다. 그대는 어디까지나 짐의 신부이기도 하고 말이지. 앞으로 짐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허하겠다. 
 
[나]
좋아요! 그럼 앞으로 로샤도 저를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제 이름은 따로 있으니 굳이 신부, 신부 안 하셔도 돼요. 
 
[로샤]
무슨 소릴 하는 거지? 그대는 내가 어렵게 찾아낸 귀여운 신부라고. 좀 더 여기저기에 자랑하고 싶단 말이다. 하... 사실 내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오늘 밤 둘이서 뜨겁게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다고. 
 
[나]
당장이라도 뜨거운 공격의 맛을 보여줄 순 있는데요. 
 
 로샤는 유쾌하게 웃으며 두 손을 들었다. 이어 그는 침전 한쪽의 소파를 가르켰다.
 
[로샤]
그대가 무서워 도무지 동침할 마음이 들지 않는군. 나는 저기서 잘 테니 그대는 침대에서 자도록.
 
내가 부리나게 침대로 뛰어들자, 로샤는 피식 웃으며 휘장을 쳐주었다. 
 
[로샤]
시간은 충분하니 천천히 이야기 나누기로 하고, 오늘 밤은 편히 쉬도록. 그렇다고 너무 자유분방한 차림으론 있지 말고. 어쨌든, 짐도 평범한 남자니 말이다.
 
[나]
아아, 농담은 이제 그만하세요!
 
[로샤]
너무하긴 누가 너무하다는 거지? 이 나라 황제는 그대에게 침대도 뺏기고 소파에서 자는 신세가 됐는데! 
 
아아, 포기하자. 더 따져봤자 내 입만 아프지. 
 
[로샤]
놀림은 여기까지만 하지. 잘 자.
 
휘장 저편에서 넘어오는 로샤의 목소리가 새삼스러웠다. 술기운이 이제야 도는 듯 얼굴이 새빨개지고 몸이 더워졌다. 
 
[나]
로샤...도 잘 자요. 
 
긴장이 풀려서인지 황제의 최고급 침구 덕분인지, 잠자리는 너무도 포근했다. 그날 밤 나는 한 번도 깨지 않고서 깊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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