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추억

2024. 2. 11. 22:37에르세르 대륙(完)/아이리스의 장 (로샤)

※열람 전, 앞전 스토리(알카이드와 아인 편)을 읽고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내 만화의 주인공은 황제와 실버나이트다. 이들의 대립은 스토리 전반에 걸쳐 계속되었다. 황제와 실버나이트가 숙적인 그 상황은 이세계인 에르세르에서도 똑같았다. 지난 여정에서 월계절의 재앙은 결국 피하지 못했다. 에르세르뿐 아니라 내가 살던 세계의 사람들까지 휘말리고 말았다. 잔인한 결과였다. 원치 않는 현실에 순응하자니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을 바로잡고 싶다. 

 나는 또다시 시공을 넘어 에르세르로 향했다. 강림 의식과 얼음 나비 등 구체적으로 알아보려면 제물의 신분으론 불가능한데, 다행히도 지난 여정보다 조금 앞선 시간대에 도착했다. 의식의 방에서 눈을 뜬 나는, 살며시 황궁을 빠져나왔다. 당연히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나는 열심히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신민들 사이에서 강림 의식이란 황족만의 특권으로 알려져 있었고, 로샤는 명백한 폭군으로 자리한 듯했다. 

 실버나이트를 찾으려고도 애썼다. 그러나 폭군 황제와는 달리, 실버나이트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대로 된 해법을 찾지 못한 재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고, 결국 다시 월계절이 밝았다. 

 황성으로 돌아간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강림 의식의 목적이 애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황제와 왕족들은 강림 마법진의 제물이었다. 그러니 의식을 통해 구원받을 대상은 그들이 아니라, 폭군 황제가 황성에서 내쫓았던 신민들이었다.

혼란의 한가운데서 나는 실버나이트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역시도, 수많은 군중 속에서 단번에 나를 찾아 똑바로 눈을 마주쳤다.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던 순간, 등에 묵직한 충격이 가해졌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그곳에 생명이라곤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얼어붙어 있었다. 황실 근위병이고 반란군이고 상관없이 전부. 로샤와 카이로스, 그리고 실버나이트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진실을 알고 싶다. 로샤는, 그리고 실버나이트는 과연 무엇을 하려는 걸까? 

 눈앞에 또다시 수많은 문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번 실패를 통해 깨달은 게 있었다.

같은 식으로 접근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것.

권력의 중심에 접근해야 했다.

황제 로샤에게로. 

 

-

 

안개가 눈앞을 가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안개가 걷히고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한 저택이었다. 햇살이 가득 들어찬 홀에는 한 귀부인과 그녀의 아들로 보이는, 열 살 남짓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황금색 머리카락과 천진난만하면서도 기품 있는 모습은 어린 사자, 그리고 어떤 이를 연상케 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서 춤을 추는 내내, 소년은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소년]

어머니, 제가 언제까지 이 지루한 짓을 해야 하나요? 저는 춤추기 싫어요. 이딴 춤 말고 승마나 검술 실력을 쌓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요. 

 

 소년의 볼멘소리에도 귀부인은 아랑곳 않은 재 계속해서 우아한 스텝을 이어갔다. 

 

[귀부인]

승마나 검술 못지 않게 춤 연습도 중요하단다. 로샤가 어른이 되어 사랑스러운 신부를 맞이하려거든 더욱더. 무도회에서 좋아하는 상대를 만나더 라도, 춤을 못 춘다면 놓치고 말겠지. 

 

[로샤]

흐음, 글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도회에서 의미 없이 빙글빙글 도는 데 시간을 당비하진 않을걸요. 

 

[귀부인]

어머, 그럼 우리 로샤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쩐지 낮익다 했더니, 소년은 바로 어린 로사였다. 

 

[로샤]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귀부인]

그럼, 내가 알려주지. 우리 로사의 신부는 반짝이는 눈과 매력적인 보조개를 가진, 아주 예쁘고 상냥한 사람일 거야. 

 

[로샤]

으음, 어째서 그쪽으로만...

 

로샤의 부드러운 뺨이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로샤]

그런 것보다는, 마음이 맞는 사람이겠지요. 외모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제 신부는 저를 이해하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일 거예요. 가장 필요한 순간에 서로 위해주고 기댈 수 있는 사람 말이에요. 

 

[귀부인]

우리 로샤는 어쩜 이렇게 생각이 깊은지. 정말이지, 특별한 아이라니까. 

 

로샤는 더 붉어진 뺨을 들키기 싫은지 슬쩍 고개를 돌려버렸다. 

 

[귀부인]

다 큰 아들을 놀리는 건 이쯤 해야겠구나. 너는 늘 주관이 뚜렷했지. 그래, 로샤. 운명의 상대를 만나거든, 놓치지 말고 꼭 붙잡으렴. 

 

 순간, 자욱한 안개가 또다시 앞을 가렸다. 손으로 안개를 헤쳐봐도,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봐도, 여전히 시야는 뿌옇기만 했다. 방금 전 광경은 로샤의 과거이기에 볼 수는 있어도 관여할 수는 없나 보다. 갑자기 로샤의 과거를 보게 된 이유는 월까. 내가 그에게 접근하겠다는 생각으로 시공을 넘었기 때문에?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안개는 모여들었다 걷히기를 반복했다. 

 

-

 

 이번엔 황궁의 메인홀이 나타났다. 단상을 올려다본 순간, 나는 두려움에 몸서리치고 말았다. 

로샤는 더없이 느긋하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황좌에 앉아 있었다. 그가 든 검과 황좌 아래에는 선혈이 당자했다. 

 

[로샤]

대관식은 이걸로 대신하지. 선황의 뒤를 따르고 싶은 자가 아직도 남은 게 아니라면, 다들 물러가거라. 

 

[귀족들]

예, 폐하!

 

로샤는 귀족들을 물린 뒤 홀로 회랑을 걸어나갔다. 장검을 질질 끌며 뚜벅뚜벅 걷는 그의 뒤로 선명한 핏자국이 이어졌다.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김신을 타고 흘러내린 탓이다. 

 

[베셀공작]

황공하옵니다, 폐하. 

 

[로샤]

베셀 경이군. 무슨 일이지? 

 

[베셀공작]

에르세르 황실에 영광 있으라. 황위에 오르심을 다시 한번 감축드립니다. 

 

[로샤]

돌려 말하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군. 유감스럽게도 짐은 아니라서. 

 

[베셀공작]

소, 송구하옵니다. 다름이 아니옵고, 황실의 또 다른 한 축인 황후 폐하의 자리가 비어 있으니 이 충신의 근심이 깊사옵니다. 마침 신의 외동딸이 막 성인이 되었기에...

 

[로샤]

황후라... 베셀 경, 짐이 손에 피를 잔뜩 묻혀가며 황위를 찬탈한 목적이 원지 아는가? 

 

[베셀공작]

그, 그것은 에르세르의 미래를 위한 폐하의...

 

[로샤]

시답잖은 소리 집어치우게. 짐은 대륙 전제를 손에 넣고서 그저 쥐락펴락하고 싶을 뿐이라고. 이제 밤낮없이 미녀들과 술을 불러다 맘껏 유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단 말이지. 그나저나, 나같은 짐승에게 에지중지 길러온 딸을 굳이 먹이로 던져주려 하다니. 경의 충심에 진심으로 감복했도다. 

 

[베셀공작]

아, 아니옵니다, 폐하. 신이 감히 주제넘는 짓을...! 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어떻게든 한자리 차지해보고자 했던 귀족은 꽁지가 빠져라 도망쳐버렸다. 뒷모습조차 비열하기 짝이 없다. 

 

-

 

[카이로스]

베셀 공작의 말이 딱히 들리진 않군요. 조만간 황후를 간택하서야겠습니다. 

 

[로샤]

대마법사께서 그런 데 관심을 투고 계시는 줄은 전혀 몰랐군. 

 

[카이로스]

황실의 정통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까요. 

 

[로샤]

정통성이라니 어불성설이다. 짐의 목표가 잔인한 폭군이란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가 바로 경일 덴데. 카이로스 경, 이 길로 들어선 이상 짐에게 미래는 없어. 무고한 여인을 불행에 끌어들일 생각은 더더군다나 없고. 

 

 로샤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러나 카이로스는 아랑곳하지 않고서 말을 이었다. 

 

[카이로스]

강림 의식 전에 후손을 남겨두시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거든 간택하여 후사를 보십시오. 강림 의식의 제물 이전에, 폐하께서도 사람입니다. 얼마든지 욕망에 충실할 권리가 있죠. 

 

[로샤]

카이로스 경, 욕망 운운하는 소린 그 잘난 마탑에서나하게. 짐은 그대의 제자가 아니라고. 

 

 로샤는 짐짓 사납게 카이로스를 노려봤지만 카이로스는 무표정하게 그의 시선을 받아넘겼다. 잠시 후, 로샤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 얼굴에 어린 시절의 모습이 겹쳤다. 

 

[로샤]

카이로스 경, 경은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있나?

 

[카이로스]

그것은 제 지식 밖의 일입니다. 

 

[로샤]

어린 시절, 어머님께서 그러셨지. 운명의 상대를 만나거든 절대 놓치지 말라고. 아무래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닌가 보군. 경도 지금껏 혼자인 걸 보면 말이야. 후손을 남기기 위한 결혼은 할 수 없어. '역사에 길이 남을 폭군'을 아비로 둔 자식을 생각해보라고. 그저 대를 잇기 위해 무고한 여인을 아내로 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습겠지. 친족과 그 충신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생명을 거둬들일 각오를 품은 놈이 이런 생각을 하다니... 짐이야말로 세상 제 일가는 위선자다. 그러니 카이로스 경...

 

[카이로스]

알겠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선 다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지요. 

 

[로샤]

이제야 마음이 좀 편하군. 

 

재차 안개가 몰려와 모든 것을 뒤덮었다. 

 

-

 

안개가 걷혔다. 로샤는 수면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로샤가 보고 있는 수면 거울에는... 놀랍게도 나와 예신이 비쳐 있었다. 내가 고향 집에서 살던 때였다. 그때 예신은 직접 만든 디저트를 가지고 나를 찾아왔었다. 거울 속 나는 활짝 웃고 있었다. 예신은 언제나 다정하고 정중했기에, 그가 곁에 있을 때면 나는 편안하고 즐거웠다. 아니, 그건 그렇고. 로샤가 왜 우리를 엿보고 있지? 이건 명백한 사생활 침해인데! 조금 화가 났다.

 

[카이로스]

폐하, 밤마다 거울을 들여다보시는군요. 목표를 감시하는 것은 설린의 일입니다. 그녀에게 맡기고 이만 쉬시지요. 

 

[로샤]

카이로스경. 대관식 직후에 나누었던 대화를 혹시 기억하고 있나? 아무래도 찾은 것 같군. 짐의 운명의 상대를 말이야. 

 

[카이로스]

폐하, 설마 저 여자를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그녀는 실버나이트와 가까운 사이인데다, 강림 마법진의 제물이기도 합니다. 

 

[로샤]

상관없지 않나. 저 여자나 짐이나 미래가 없기는 마찬가지고, 실버나이트에게서 소중한 존재를 뺏는 것이니 괴롭히는 셈도 되고 말이야. 

 

[카이로스]

제물은 새장에 가둬둘 것입니다. 변수를 늘리는 건 곤란합니다. 

 

[로샤]

짐의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자가 있을 것 같나? 

 

 로샤는 황위 찬탈의 날과는 전혀 다른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거리낌 없이 말했다. 

 

[로샤]

짐은 지금껏 반역자, 잔인하고 방탕한 폭군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해왔다. 욕망에 충실하도록 권유했던 사람은 경이 아니었던가. 어차피 남은 시간도 얼마 없지 않나. 월계절 전까진 맘대로 살아보고 싶군. 카이로스 경, 약속을 잊지 말게. 협조하지 않는다면 맹약을 유지하기는 힘들겠지. 

 

 로샤는 시종일관 웃고 있었다. 내내 무표정하던 카이로스는 처음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카이로스]

협박에 능하시군요. 꼭 저 여자여야만 합니까? 

 

[로샤]

응. 그녀여야만 해. 

 

 능글맞게 웃는 얼굴로도 로샤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그를 방해한다면 약속이 깨지는 것은 물론이고, 더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카이로스]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만 해주십시오. 일이 틀어질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 즉시 제물의 신병을 구속하겠습니다.

 

[로샤]

그러지.

 

카이로스는 찬바람을 날리며 돌아서 나가버렸다. 홀로 남은 로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물끄러미 수면 거울 안의 나를 바라봤다. 

당황한 나는 나도 모르게 팔을 뻗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에게는 닿지 않았다. 역시나 과거에는 개입할 수 없나 보다. 볼 수는 있지만 바꿀 수는 없는. 작은 발소리가 가까위졌다. 

 

[셜린]

폐하. 조금 전 대화를 우연히 듣고 말았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로샤]

신경 쓰지 말거라. 

 

[셜린]

저 여인을 뺏는다 한들, 실버나이트가 과연 곤란해할까요? 

 

로샤의 시선이 수면 거울을 떠나 설린에게로 향했다. 

 

[로샤]

짐이 겨우 그런 이유로 반려를 맞으려 하겠는가. 그대의 눈에도 짐이 난봉꾼으로만 보이는 모양이군. 

 

[로샤]

로샤의 날카롭고 강렬한 눈빛에도 설린은 기죽지 않았다. 

 

[셜린]

저 여인을 아직 마음에 깊이 두신 건 아닌 것 같아 드린 말씀이에요. 

 

그 말에 로샤는 속을 들켰다는 듯 피식 웃어버 금났다. 

 

[로샤]

아아, 그래. 이러니저러니 해도, 솔직히 저 둘이 같이 있는 게 꼴 보기 싫을 뿐이야. 저 여자가 놈의 곁에서 웃는 걸 볼 때마다 못 견딜 정도로 기분이 더럽고 불쾌해. 그래서 이 무의미한 짓을 그만두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눈에 안 보이니 자꾸만 궁금해지더군. 뭘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짐은 사랑이 원지 모른다. 어차피 끝까지 알지 못한 재로 죽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 갖고 싶은 걸 가질 뿐이다. 누구도 막지 못해. 

 

 짧지만 강한 한마디. 마치 사자가 먹엇감을 앞두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듯 맹렬한 기세였다. 돌연, 설린이 눈물을 흘렸다. 

 

[셜린]

지금껏 지켜본 바, 그녀는 정말 작하고 순수하더군요. 부디 따듯하게 대해주세요. 상처받지 않도록. 오직 폐하의 제국을 위해 희생될 운명이니까요. 저처럼 말이에요. 

 

설린은 슬픈 눈으로 로사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만난 적 한번 없는 나를 위해 눈물을 홀렸다. 본인의 희생을 앞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로샤는 복잡한 표정으로 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로샤]

그대의 마음은 잘 알았다. 물러가도록. 

 

로샤는 더는 수면 거울을 들여다볼 기분이 아닌 듯,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

 

혼자가 되자 로샤의 얼굴에 초조와 불안이 드러났다. 

 

[로샤]

제길,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지...분명 결심했는데, 끝까지 홀로 가겠다고 그렇게 굳게 결심했는데... 대체 난 뭘 기대하고 있는 걸까. 빌어먹을 이 썰렁한 방 때문인지도 모르겠군. 혼자인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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