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 2. 신생의 땅

2024. 1. 5. 22:38에르세르 대륙(完)/별들의 장 (알카이드)

숲에서 빠져나오자 에르세르 이주민들의 정착지가 나타났다. 강림 의식 이후로 제법 많은 시간이 홀렸지만, 생존자들은 아직까지도 그날 밤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알카이드와 나에 대한 목격담도 나왔다. 그러나 생존자 대다수는 이를 전설로 받아들였다. 마법사는 사라졌고, 아무도 우리의 신분을 의심하지 않았으니.

 유쾌한 목소리가 우리를 불렀다. 

 

[생존자]

머물 곳을 찾고 있나요? 그럼 여기로 와요! 

 

 나와 알카이드는 이 마을에 잠시 머무르기로 했다. 처음부터 삶의 터전을 일구느라 모두 분주했다. 

 며칠 후.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물물교환의 장이 생겨났다. 내가 땅 노점상 앞에서 발을 멈추자, 알카이드도 멈춰 섰다. 

 

[알카이드]

사고 싶어요? 

 

[나]

그렇긴 한데... 뭔가 바꿀 만한 게 없어서요.

 

알카이드는 로브에 붙은 보석을 주저없이 떼내 빵을 파는 부인에게 내보였다. 부인은 화려한 보석을 보고선 뛰며 기뻐했다. 

 

[나]

잠깐! 손해예요, 알카이드! 그 귀한 보석을 어떻게 빵이랑! 

 

[알카이드]

왜 손해죠? 보석은 배부르지 않잖아요.

 

[나]

아직 이런 교환은 좀 낭비라고 생각해요.

 

[알카이드]

여긴 새로운 세계예요. 가치의 척도도 달라지는 법이죠. 아무리 귀한 보석이라도 당장 당신의 배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빵 한 덩어리만도 못하죠.

 

저 논리를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우리는 보석과 바꾼 '귀한' 빵 한 덩어리를 길가에 앉아 나눠먹었다. 알카이드는 앞으로 약초를 모을 거라고 했다. 마탑에서 익힌 지식이 도움이 될 거라고도 했다. 

 

[나]

약초 가게를 열고 싶어 했었죠? 어디로 갈 거예요? 

 

[알카이드]

어디로 갈지는 당신이 결정해요.

 

알카이드는 미소를 지으며 봄바람처럼 따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카이드]

당신이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갈 테니까. 계속해서 같은 말을 하는 기분인데...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당신의 진정한 반려자가 되고 싶어요. 

 

[나]

대답은 이미 알고 있죠? 나도 마찬가지예요, 알카이드. 

 

 새로운 세상에서 할 일이 아주 많다. 함께 살아갈 터전을 일구고, 그가 언젠가 해보고 싶다던 약초 가게도 열고, 생각보다 우리가 할 일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는 에르세르 대륙의 마지막 마법사였고, 수많은 법술과 약에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니.

 그러나 그와 함께라면 이 세상이 일순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우리는 개척자가 될 수도, 치유자가 될 수도, 나그네가 될 수도 있다. 나 혼자였다면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을지 모르겠지만, 알카이드가 곁을 지켜줄 테니 괜찮다. 

 우리는 둘만의 새로운 터전을 찾기 위해 마을을 떠나 푸르른 숲으로 걸어갔다. 흙냄새와 풀내음이 가득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곳으로.

 

[알카이드]

가볼까요.

 

나는 달려가 그의 손을 잡았다. 

 

[알카이드]

당신의 여정에, 제가 언제나 함께하기를.

 

낮이던 밤이던, 나는 그의 소망에 응답할 것이며 나 역시도 그에게 내 소망을 속삭일 것이다. 그에게 내 모든 바람을 담고 내 모든 걸 쏟아부어 그의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이 길 위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별들을 스쳐지나왔다.

그러나 그중 내가 원하는 별은 단 하나.

그 하나를 단단히 움켜쥔다.

그러곤 고개를 들고,

눈을 감고,

소원을 빌어본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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