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 1. 작은 소원, 둘만의 여정

2024. 1. 4. 23:34에르세르 대륙(完)/별들의 장 (알카이드)

내 마음속 가장 깊은 소원은 무엇일까. 나는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떠오르는 건... 알카이드 뿐이었다.

 
나를 위해 기적을 일으켰던 알카이드.
자기 자신은 돌보지 않으면서까지 나를 지켜준 알카이드.
나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위기도 극복해냈던 알카이드.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알카이드가 살아가는 것. 그로 인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해도, 나는 그를 살리고 싶다. 알카이드는 내 곁에 서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품에서 셜린의 티아라를 꺼냈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절대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에는 한 사람을 다른 세계로 보낼 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다. 지난번 여정에선 나 혼자서 내 세계로 돌아가는 데 성공했지. 간절히 원한다면, 티아라는 내 마음에 반응할 것이다. 나는 알카이드에게 바짝 다가가 티아라를 들어올렸다. 

 천천히 허공으로 떠오른 티아라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빛나는 티아라는 소원을 이뤄주는 별처럼 보였다. 
 
[나]
알카이드... 나는 알카이드가 운명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해요. 다른 세계로 가요, 알카이드. 그리고 거기서 평범하게 살아줘요. 
 
 나는 내 손바닥을 베어 피가 티아라에 가득 묻도록 했다. 그러곤 경악하는 알카이드를 있는 힘껏 끌어당겼다. 티아라로부터 발산된 별빛이 일제히 알카이드에게로 모여들었고. 알카이드는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티아라의 빛은 그를 집어삼켰다. 시공을 뛰어넘는 힘이 발현되었다. 
 
-
 
강렬한 빛이 번쩍이더니, 티아라는 빛의 파편이 되어 알카이드의 몸에 흡수되었다. 빛이 폭발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어지럽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고, 그저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끝...났나? 정신을 차렸더니 매미 소리와 새소리가 들렸다. 더는 춥지도 않았다. 눈을 뜨고 몇 번 깜박이자 시야가 선명해졌다.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얼마 만에 보는 초록빛 숲인지. 생명력이 넘쳐흘렀다. 
 
[나]
......
 
그토록 그리워하던 봄날. 
 
[나]
알카이드? 
 
팅 빈 숲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했다.
 
[나]
누구 없어요? 제 목소리 안 들려요? 
 
나는 힘껏 내달리며 외쳤다. 그러나 사방은 고요하기만 할 뿐이다. 강렬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곳이 어떤지... 알것 같았다. 에르세르가 아닌, 다른 세계. 티아라가 데려다준 세계였다. 새로운 세계엔 얼음 나비도, 마법사도 없을 거라 했었지... 
 
[나]
......
 
새소리와 꽃이 전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소름 끼치기만 할 뿐. 결국... 내 소원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가. 
털썩.
무릎이 거친 땅에 닿았다. 아픈 줄도 몰랐다. 눈물이 솟구겠다. 괴로워 참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어째서...!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카이드]
당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알카이드가 저만치에 서 있었다. 그는 내게로 다가와 손을 뻗어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알카이드]
울지 말아요. 걱정 끼쳐서 미안해요. 
 
[나]
아아, 나는...  혹시라도 알카이드가...! 
 
몸을 숙인 알카이드는 내 눈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나를 품에 안았다. 
 
[알카이드]
날 부르는 당신 목소리를 들었어요. 
 
그는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알카이드]
걱정했어요. 당신이 잘못됐을 봐. 
 
[나]
알카이드를 정말 구하고 싶었어요. 알카이드만이라도 살아주었으면 해서...! 
 
[알카이드]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나한텐 당신이 가장 중요해요.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검지를 살며시 내 입술에다 가져다 했다. 
 
[알카이드]
내겐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의 꿈을 꿨어요. 아니, 꿈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절박하고도 다급해 보였죠. 내가 끝까지 나일 수 있도록 해준 건... 당신이었어요. 
 
[나]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알카이드]
저는 통제할 수 없는 힘을 사용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돌아오지 못했겠지요. 
 
그는 내 손을 꽉 잡았다. 
 
[알카이드]
나... 더 이상은 마법사가 아니에요. 방금 시도해봤는데, 마력을 사용할 수 없더군요. 나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알카이드의 마력이 사라졌다니. 그 말은 곧, 알카이드가 족쇄를 벗었다는 뜻. 
 
[나]
당신만 있으면 되는걸요, 알카이드. 
 
입안을 맴돌던 수많은 말들을 삼켰다.아무렴 어떠랴. 
 
[나]
우리 둘이서 행복하게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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