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진실한 소원

2024. 1. 5. 22:03에르세르 대륙(完)/별들의 장 (알카이드)

내일은 월계절. 나는 아직 이 세계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외면해봤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끝없는 눈보라일 것이다. 거기엔 행복한 미래 같은 것도 없겠지. 운명에 맞서야 한다. 

 

-

 

나는 안으로 들어가 알카이드의 손을 잡았다. 

 

[나]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내가 없어도 카이로스는 의식을 진행할 수 있는 것 같던데요. 그리고 강림 의식은 황제와 귀족만을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게 사실인가요? 지난번 여정에선 대륙의 모든 사람을 전송할 예정이었거든요.

 

알카이드는 그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었다. 강림 마법진은 에르세르인 전체를 전송하기 위한 것이 맞았다. 황제가 백성들을 성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자신과 황족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황족의 피는 마법진의 필수 제물이었다. 다른 세계로 가는 길을 트기 의해선 강력한 감정의 힘도 필요한데, 그걸 가진 특수한 존재가 바로 나였다. 그리고 그런 나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십만 명의 사람들이라고 한다. 십만 명... 그때 반란군이 대거 황성에 진입했던 건 어쩌면 카이로스와 로샤의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많은 제물로도 의식은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그들이 맞이한 것은 기이한 눈보라가 온 세계를 뒤덮는, 최악의 결말이었다.

 

[나]

알카이드, 나, 황성으로 돌아가볼래요. 

 

[알카이드]

...왜죠? 

 

[나]

도망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테니까요. 황성으로 돌아가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에요. 

 

[알카이드]

당신은 역시 포기를 모르는군요. 

 

[나]

으응. 마지막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알카이드와 함께 '살아가는' 거니까요. 

 

[알카이드]

좋아요.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나]

괜찮겠어요? 

 

[알카이드]

약속했잖아요. 그리고 나도 당신과 함께 살고 싶어요 물론, 이번에는 그 누구도 해치지 않고. 

 

 

알카이드는 내 손을 잡고서 밖으로 나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밤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져 내리더니 하나둘씩 발밑으로 모여들었다. 잠시 후, 별빛으로 짠 양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알카이드는 빛의 양탄자 위로 나를 에스코트했다. 곧이어, 우리는 하늘 높은 곳으로 떠올랐다.

 우리는 아름다운 별빛에 실려 설원을 가로질렀다. 너무나도 아름다워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알카이드]

마음에 드나요? 

 

[나]

너무 멋져요, 알카이드.

 

알카이드는 내게 또 한 번 꿈만 같은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이번 여정의 끝이 어떨지는 몰라도, 나는 그와의 추억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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