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역, 에덴/새싹 (예신)(6)
-
6화. 사막의 꽃
나와 예신은 에덴의 문을 나섰다. 난 계속 예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우린 떠나는 열쇠가 바로 '안일한 마음을 버리는 갓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 뒤에 필쳐진 저 에덴은 평온과 안일함, 언제든 머무를 수 있는 작은 세계를 의미했다. 이 작은 세계 안에서 우리는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 없이 서로를 보살폈고, 서로의 눈에는 상대를 제외한 다른 것은 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떠나야만 한다,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모래바다로 걸 어가야 한다. 안일함을 버리고 죽음의 위험을 마주 봐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우린 아득하게 펼쳐진 모래바다로 걸어들어갔다. 그러자 휘몰아치는 모래 바람으로 인해 내 시야가 흐릿해졌다. 우린 걸음을 멈추지 않고, 서로 손을 맞잡은 재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나아갔다. 얼마나 ..
2024.06.27 -
5화. 히아신스
또 어느 평화로운 날이었다. 어느 날, 예신과 함께 에덴을 돌아다녔다. '열쇠'를 찾아보자고 했지만, 누구도 열쇠를 찾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늘이 높고 구름이 엷은 화창한 날이라서, 예신의 손을 잡고 함께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문득 풀숲에 히아신스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여긴 예신이 처음 에덴에 나타났던 곳이었다. [나]제가 에덴에 막 왔을 때, 여기서 예신을 만났었죠. 그때 예신의 발밑에 이 파란색 히아신스가 피어 있었어요. 예신이 고개를 숙여 발밑에 핀 파란색 꽃을 내려다봤다. 파란색 히아신스는... '생명'을 상징한다. 예신은 한참 그 꽃을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나]예신? 내가 고개를 들자, 예신은 바이올렛을 닮은 눈동자로 날 바라봤다. 우린 정신 세계..
2024.06.27 -
4화. 에덴
난 그렇게 예신과 함께 에덴에서 지내고 있다. 우린 여전히 '열쇠'를 찾아 다녔지만, 성공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우린 경치가 좋은 곳을 찾아 구경도 하고 피크닉도 하면서 휴일이라고 생각하며 즐기곤 했다. 대부분은 집에 머물렀다. 난 예신을 불러서 함께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함께 디저트나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 예신과 함께 있으면 매일이 그렇게 지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령 오늘처럼... 예신은 내 맞은편 소파에 앉아서 나와 함께 책과 시집을 공유했다. [예신]"눈 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과 쉼없이 떨어지는 초침을 난 믿어야했다." [나]"어지러이 읽힌 선과 뒤들린 형상 속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난 확신해야했다." [예신]"차가운 태양과 뜨거운 눈을 난 바라봐야했다." 나는 예신의 ..
2024.06.27 -
3화. 새장
별의 제독의 영상이 사라졌다. 우릴 '도와주겠다'는 말을 실천하려는 건지, 더 이상 그의 기운은 느낄 수 없었다. [나]예신... 어떻게 절 찾은 거예요? [예신]너는 계속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어. 그래서 네 정신의 위치를 추적해 찾아온 거야. 나도 여행자에 속하니까. 그래서 꿈속에서 의식을 가진 상태로 여러 세계를 넘나들 수 있어. [나]여기가 어디예요? 이제 어떻게 해야 깨어날 수 있어요? 예신이 살짝 고개를 저으며, 여긴 가상의 정신 감옥과도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런 꿈속은 들어온 영제를 가둘 수 있는 곳으로, 이 정신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열쇠'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외부 세계의 힘을 쓸 수 없기 때문에, 고차원 문명의 제독인 예신이라 할지라도 갇힐 수밖에 없다..
2024.06.27 -
2화. 그 사람
에덴에는 아무도 없었다. 난 지하에서 중앙 관리실까지 에덴 전역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사람도 방랑자도 타락자도 없었고, 어디를 가도 날 막는 것이 없었지만, 나가는 출구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영체는 음식이나 휴식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한 바퀴 돌고 나니 좀 피곤해 겼다. 난 고민 끝에 일단 블랙 스트릿으로 돌아왔다. 거점부터 마련하고 싶었는데, 이곳이 내게 제일 익숙한 곳이었다. 블랙 스트릿의 버려진 공장 건물 안의 작은 방에 있다보니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다. 이때 별의 제독이 다시 나타났다. 난 경계하며 그를 쳐다봤다. [나]말해요, 절 어떻게 할 생각이죠? [별의 제독]사실 너에겐 더이상 어떤 짓도 할 필요가 없어. 널 이곳에 남겨두면, 그걸로 목적을 이룬 셈이지. [나]그게... 무슨 뜻..
2024.06.27 -
1화. 환상의 세계
[주의] 해당 카드스토리는 에덴의 모든 스토리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적절한 오픈 시점 선택을 권장합니다. 어, 내가 왜 또 에덴으로 돌아온 거지? 난 이미 에덴 세계의 문제를 해결했다. 알카이드가 창조한 새로운 세계에선 만물이 소생하고, 사람들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는데, 어째서 내가 에덴에 처음 왔을 때의 모습인 거지...?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가? 하지만 꿈이라기엔, 모든 것이 너무 선명하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모두 내가 에덴에서 봤던 것과 똑같다. 다만 주변에 아무도 없을 뿐이다. 푸른 덩굴이 휘감은 건물 사이를 조용히 걸어가는데, 갑자기 앞에서 낯익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에덴의 주인 방호복을 입고 있는 저 사람은... 알카이드였다. 그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조금도 숨기지 않고..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