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R] 하늘 위 비행운 2화. 데이지 꽃

인터뷰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알카이드]

대장기 기장인 저의 움직임이 제대 전체의 대형을 결정합니다. 그런 직책을 맡게 되어 영광이기도 하지만, 부담이 되기도 하죠. 새로운 대형에서는 제가 호위기를 볼 수 없기 때문에 편대의 모든 조종사들이 호흡을 맞춰서 협조해야 해요. 전 믿을 수 있는 기장이 되고 싶습니다. 다행인 점은, 모두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무사히 임무를 완수했다는 거죠. 

 

[로지타]

알카이드 기장님은 책임감이 강하고 든든한 사람인 것 같네요. 

 

 인터뷰에서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었지만, 알카이드는 꽤 신경 쓰는 듯했다. 

 

[알카이드]

과분한 말씀이네요.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로지타]

알카이드 기장님이 공군 조종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나 계기 같은 게 있을까요? 

 

[알카이드]

...네, 근데 좀 유치할 수도 있어요. 

 

 그의 대답이 궁금했던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알카이드]

필요한 순간에 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키고 싶었거든요. 타이밍을 놓치거나,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걸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하는 건 원치 않았어요. 

 

 알카이드는 이 두 마디에 힘을 실어 말했다. 그리고 금세 다시 부드럽게 웃었다. 

 

[알카이드]

지금 우리는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어요. 그렇기에 군대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인 셈이죠.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그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앞에 있는 청년이 주는 따뜻한 느낌에 내심 감단했다. 그런 느낌이 그 소년과 비슷하기도 했다...

 

[로지타]

알겠습니다 이번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난 일하러 왔고 알카이드도 날 모르는 것 같으니,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걸 거다. 난 점심 식사와 오후 일정을 계산하며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로지타]

...앗, 배터리가...

 

[알카이드]

음? 무슨 일이시죠? 

 

 녹음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오후 인터뷰까지 버티지 못할 게 분명하다. 

 

[로지타]

아, 녹음기 때문에요... 배터리가 오래됐는지, 이상하게 빨리 닳네요. 

 

[알카이드]

배터리가 다 떨어진 건가요? 

 

 알카이드는 나를 바라보며 적극적이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태도로 제안을 건네왔다. 

 

[알카이드]

오후에 다른 일정 있으세요? 급한 일 있으시면 제가 충전해드릴게요. 전 점심때도 여기 있으니까, 점심 식사하시고 아무 때나 와서 찾아가시면 돼요. 

 

-

 

 사실 충전하는 건 간단한 일이라, 아무 데나 가서 충전기를 쓰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알카이드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녹음기를 그에게 맡긴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일 때문에 어쩌다 만난 우리는 이제 인터뷰가 끝났으니 더 볼 이유가 없다.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끝났으니, 계속 그를 귀찮게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난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에게 물건을 맡겼고, 또 찾으러 왔다. 

 

[로지타]

알카이드 기장님 계신가요? 

 

내 부름을 들은 알카이드가 나타났다. 

 

[알카이드]

로지타 기자님이시군요. 여기요, 충전은 다 됐어요. 이 녹음기 가지고 즐거운 오후 보내셨으면 좋겠네요. 

 

 고마움을 전하며 녹음기를 받는데, 구석에 놓인 화분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서 한 마디가 들려왔다. 

 

[알카이드]

기자님, 혹시 데이지 좋아하시나요? 

 

[로지타]

...!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돌려 알카이드를 쳐다봤다. 데이지라니...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계속 내 침대맡에 있어 준 것이 바로 시들지 않는 데이지였다. 

 

[알카이드]

그냥... 꽤 주의 깊게 보시는 것 같아서 여쭤본 거예요. 혹시라도 제가 실례를 범한 게 아니 있으면 좋겠네요. 

 

[로지타]

실례라뇨, 전혀 아니에요... 그리고 저 데이지 좋아해요. 

 

[알카이드]

제가 취미로 화초 가꾸는 걸 좋아해서, 가끔 화분을 집에다 놓지 못하게 되면 여기로 가져와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곤 하거든요. 마음에 드시면... 하나 가져가실래요? 제가 하나 드릴게요, 부담 갖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