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안전시간

2023. 12. 28. 00:25다음 역, 에덴/첫 에덴

집회소를 나올 때는 이미 해가 져 어둑해져 있었다. 주변 분위기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레지스탕스 단원들이 계속 순찰 중이라 별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난 길을 걸으며 루카스의 말을 곱씹었다. 에덴에는 '안전 시간'이 있다고 했다. 밤이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거주 구역으로 향하자, 길가의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통신기로 로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응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밖에 오랫동안 머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통신기의 알림이 떠올라, 거주 구역에 가서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
 
번호를 고르기도 전에, 근처에서 집 한 채를 찾아냈다. 들어간 곳은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정말이지.. 낡아빠진 공간이었다. 시커먼 복도엔 쌓인 먼지 탓에 공기 중에 퀘퀘한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가득했다. 실내가 이런 상대라면 노숙과 다를 게 없잖아..
레지스탕스가 나를 초대하며 '더 나은 숙소'를 약속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복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절망스러운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터져 나왔다. 
 
[???]
...대체 어디까지 우리를 몰아넣을 셈이야?! 
 
 난 숨을 죽인 재 복도 구석에 몸을 숨겼다. 복도 안쪽에는 레지스탕스를 상징하는 검은색 옷차림의 용병들이 모여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로 보이는 그들 앞에는 궁지에 몰린 능력자들이 있었다. 용병들을 이끄는 지도자가 왠지 눈에 익다...
 저 금발 머리는 혹시... 안젤리카? 
 
[겁에 질린 소년]
부탁해, 제발 우리를 놓아줘. 
 
[안젤리카]
너희들 전부, 통신기를 넘겨. 
 
[소녀]
저 언니 말대로 하자. 우리는 살 곳을 원한 것 뿐이잖아. 
 
[겁에 질린 소년]
믿지 마! 통신기를 내놓으면 끝장... 으윽! 
 
기다란 창이 청년이 왼팔에 끼고 있던 통신기를 꿰뚫었다. 통신기가 떨어져 나간 순간, 이상한 파동이 청년을 감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청년은 외마디 비명만 남기고 사라졌고, 그가 자고 있던 통신기는 쪼개진 채 바닥에 나뒹굴뿐이었다. 청년은 다른 곳으로 간 걸까, 아니면,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까? 지난번 '에덴'의 규정을 위반한 자를 가차 없이 처리했던 걸 떠올리면 그에겐 비극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옆에 있던 소년이 겁에 질린 나머지 '털썩'하고 무릎을 꿇으며 목숨을 구걸했다.
 
[겁에 질린 소년]
주, 죽고 싶지 않아요.. 제, 제발 살려주세요...
 
[안젤리카]
시끄러워, 구걸해봤자 아무 소용 없어. '안전 시간'은 끝났으니까. 이제는 사냥 시간이라고. 
 
[나]
!!!
 
복도 뒤에 숨었지만 결국 그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금발 머리의 용병이 무기를 든 채 부하들을 이끌고 날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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