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7. 19:37ㆍ다음 역, 에덴/첫 에덴
로샤가 갑자기 내게 다가왔다.
[로샤]
가지 마.
사뭇 진지한 표정의 로샤에게서 엄청난 적을 마주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
걸리적거리지 말고 저리 비켜!
용병 차림의 누군가가 나타나 동료들과 함께 나무 사다리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밀려난 주변 사람들이 길을 내주었다. 저 사람들... 개찰구를 피해 직접 건너갈 생각인 걸까? 로샤와 함께 멀찍이 떨어진 곳에 숨어 나지막이 물었다.
[나]
표를 안 내고 몰래 들어가려는 건가요?
[로샤]
쉿, 가까이 가서는 안돼.
옆에서 사람들이 낮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 만들어진 나무 사다리가 에덴 입구에 걸렸다. 자신만만한 모습의 능력자는 총을 친구에게 건넨 뒤, 사다리에 오르기 시작했다. 로샤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굳은 이유는 저 용병들 때문이 아니라, 입구 그 자체일 것이다...
"경고. 긴급사고입니다. 처리 중입니다."
소리가 울려 퍼지자, 능력자의 안색이 변하더니 되돌아오려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기계음이 후회할 기회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모든 그 순간, 모든 뒤틀림이 하나로 모아졌다.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눈 깜짝할 사이에 능력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가 밟고 있던 나무 사다리가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바닥에는 자그만한 결정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방금 그 능력자가 남긴 흔적은 이게 다였다.
[로샤]
당황한 표정 짓지 마. 들키니깐.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인 후 로샤와 함께 물러났다. 떠나기 전, 로샤가 조그맣게 툴툴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로샤]
에덴의 주인이 허점을 보일 거라고 생각하는 멍청이가 아직도 있었다니.
로샤가 말한 '에덴의 주인'은 조금 전의 침범을 미리 예상한 것 같다. 그리고 로샤가 방금 경계했던 건 침범하려는 용병들 때문이 아닌 지금 일어날 사건을 미리 예상한 탓인 듯 했다. 바닥에 떨어진 결정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달려들면서 주변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하나의 생명이 사라진 순간, 애도는 커녕 더 많은 탐욕을 불러올 뿐이었다. 로샤의 말이 맞다, 이제 남은 건 혼란한 현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