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이드 편 5화. 오해

2024. 5. 20. 12:53이벤트 스토리-2024/세인트셀터 마법학원

 그 대화 이후 나와 알카이드의 관계는 급속히 악화되었다. 내가 바라던대로 알카이드는 기숙사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더 이상 자신에 대해 전처럼 세세히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그가... 나를 피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우리는 거실에서 대화하며 웃는 시간이 줄었고, 그는 점점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방 안에 생명체가 나와 그 둘 뿐만이 아니라...
 
[키라]
야옹!
 
많은 곰과 함께 이루어진 수많은 실험. 그 끝에 태어난 고양이 키라가 있다는 것.
 
[로지타]
키라, 손.
 
 결코 작지 않은 종이접기 생물이 우아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능숙하게 내 손바닥을 문지르다 이내 엎드려 뱃살을 드러냈다.
 나와 알카이드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고양이는 이렇게 크지 않고 날개도 없었지만, 알카이드가 만든 수많은 고양이 중 이 모습만 살아남았기에 우리는 키라를 키우기로 했다.
 
[로지타]
알카이드가 매일 숨어서 뭘 하는지 아니?
 
[키라]
야옹~
 
[로지타]
아냐, 엿볼 생각은 아니야. 나는 학생의 사생활을 엿보지 않는 좋은 선생님이니깐.
 
[키라]
야옹?
 
[로지타]
조금 외롭기는 하지만...
 
 그 때, 알카이드의 방 문이 갑자기 열리고 수려한 외모의 청년이 모습을 들어냈다.
 
[알카이드]
조금 늦었어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로지타]
아니, 약학 선생님에게 수면제를 처방받았을 뿐이야. 요즘따라 다시 악몽을 꿔서 말이지...
 
 키가 훌쩍 자란 청년은 걱정스러운 표정과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알카이드]
괜찮으시다면 밤에 곁을 지켜드릴까요? 푹 주무시면 방으로 다시 돌아갈게요.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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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타]

그래, 좋아.

 

 아무 생각 없이 승낙했지만, 키라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키라]

야옹!

 

[로지타]

응? 키라도 이 임무를 맡고 싶은 거야?

 

 나는 알카이드와 눈을 마주봤고, 알카이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알카이드]

그래, 오늘 밤은 키라가 선생님을 지켜주자. 부탁할게?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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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타]

이미 알카이드는 너무 자란 걸. 같은 방에서 잘 수는 없어...

 

[알카이드]

그럼 키라가 저 대신 같이 자는 걸로 할까요?

 

 나의 거절은 언제나 그를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알카이드는 철이 들었는지 내게 왜냐고 묻지 않았다.

 

[로지타]

그래.

 

[키라]

야옹~

 
 
-
 
방, 거실, 현관...
안뜰을 지나 숲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수 없이 본 악몽. 내 신체가 조각난 듯한 기분. 지팡이를 쥐고있는 손과 신발을 신은 발. 모든게 무감각해 두려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
야옹~
 
[로지타]
키라, 네 임무는 실패해버렸네... 또 악몽을 꿨어.
 
 거대한 고양이가 내 침대 옆에 엎드려 고개를 가웃거린다. 키라는 내 몸에 머리를 비비더니 고개를 돌려 방문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따라가자, 잠겨있어야 할 문이 열려있었다.
 
[로지타]
...응?
 
 집에 외부인이 들어온 건가? ...기말 시험지를 훔치려는 학생? 아니면 계속해서 알카이드의 행방을 찾고 있는 흑마법 세력? 나는 너무놀라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지팡이를 들고 뛰쳐나갔다.
 거실로 나가자, 검은 그림자가 알 수 없는 긴 물체를 들고 홀연히 서 있었다. 지팡이? 아니면 무기인가?
 
[알카이드]
벌써 일어나신 건가요..?
 
[로지타]
...응? ...한밤중에 잠이 안와서. 집안일이나 하려고. 너무 부지런한가?
 
 나는 아무렇게나 집어든 대걸레를 치우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로지타]
실은 집에 누가 침입한 줄 알았어.

[알카이드]
그럴리가요. 혹시나 누가 침입한대도 저 혼자 상대할 수 있으니 안심하세요.
 
[로지타]
그렇다면 대체 내 방 문은 어떻게 열린 거지...

[알카이드]
오늘 문을 안닫고 주무셔서 환기를 시키시려는 줄 알았는데.
 
[로지타]
그런가?
 
 나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알카이드는 한 점의 표정변화도 없이 차분하고도 품위 있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로지타]
키라도 봤니?
 
[키라]
야옹~
 
 나는 의심을 내려놓고 이전처럼 알카이드와 무릎을 맞대고 앉았다.

[알카이드]
오랜만에... 선생님과 마주 앉았네요.
 
[로지타]
집에 오면 항상 네 방에만 있었잖니.
 
 달빛이 나무 바닥으로 스며들다 내가 키운 이 학생을 은빛으로 물들인다.
 
[로지타]
알카이드, 원하는 게 있다면 편하게 말하렴. 선생님은 알카이드랑 함께 있고 싶고, 마주앉고 싶어. 다른 걸 원한다면... 말해도 괜찮단다.
 
[알카이드]
전... 바라는 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