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화. 튜토리얼

2024. 5. 16. 23:01이벤트 스토리- 2021/목표 전쟁 도시

 예신이 사라진 지 2주가 지났다. 집에 돌아가자 고양이 녀석이 내 품에 안겠다. 예신이 가끔 주던 통조림을 못 먹게 되자 의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었다. 

 

[나]

통조림 못 먹은 지 얼마나 됐지? 


 당연하게도 녀석은 그저 억울하다는 듯 울 뿐, 대답이 없었다. 나는 녀석의 털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예신을 마지막으로 만났던 게... 

 이번 여름, 그는 내게 피난처의 비밀을 알려줬다. 그렇게 우린 함께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서로를 잊지 않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2주 동안 문자도, 전화도, 여행자의 꿈에서마저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예신에겐 항상 계획이 있다. 그러니 그에게 중요한 일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그를 방해하거나 쓸데없이 걱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순간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예신 님이 〈목표: 전쟁 도시〉에 집속했습니다. 

 

 이건... 그 게임 이름이잖아? 알림 이 사라진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게임 계정과 SNS 계정을 연동하면 접속 시 이런 시스템 메시지가 뜬다. 하지만... 어째서 예신이? 예신이 왜 게임을 하는 거지... 그것도 이렇게 연락도 안 되는 상황에서? 예신의 연락처를 찾아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연결이 되지 않는다. 

 

[나]

.......


 휴대폰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미술학과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알 수 없음>

[나]
예신!

[루카스]
나야, 후배님.

[나]
루카스 선배...?

[루카스]
이 번호로 전화한 이유는, 에신 교수님이 안 계실 때는 내가 너한테 과제를 내준다는 뜻이지. 후배님도 이제는 적응되지 않았어? 그분이 안 계실 땐 내가 과제를 내잖아. 

[나]
.......다른 용건 없으시면...

[루카스]
뭘 그리 서둘러 끊으려고 해. 후배님. 게임이라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나]
〈전쟁 도시>가 엄청 핫하긴 하지만 아직 플레이 해보진 않았어요...

[루카스]
난 그냥 게임이라고만 했는데 어떤 게임인지 바로 아네? 

[나]
......

[루카스]
성인이니까 잔소리는 하지 않겠지만, 역시 게임은 적당히 하는 게 좋아. 뭐든지 너무 지나치면 독이잖아. 가장 중요한 건 게임 떄문에 과제 제출 기한을 넘기지 않는 거고.

[나]
알았어요...


 


 나는 맥없이 전화를 끊었다.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셨다. 오전에 있던 축제 현장에서 연극부 사람들이 했던 말... 바로 가상 세계의 망령... 갑자기 연락이 끊긴 예신이 〈목표: 전쟁 도시〉에 집속했다는 알림... 정말로 게임 세계에 갇힌 사람이 존재할까? 게임에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게임을 시작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안내자 신분의 NPC는 없는 모양이다. 주변에 있는 거라곤...


[강아지 봇]

멍멍!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강아지 봇이 당신이 마음에 들었는지, 당신 주변을 돌아다니며 짖고 있습니다. 이름을 지어주세요.' 


내가 아니라 개한테 먼저 이름을 지어주라고? 

 

[나]

이름은... 멍멍이? 


사용 중인 이름입니다.

 

[나]

통조림


​사용 중인 이름입니다.

 

[나]

...슈퍼통조림.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슈퍼통조림은... 당신이 기나긴 잠에 빠지기 전 기르던 강아지의 이름입니다..

 

 

[나]

(윽.. 초반 설정이 이름이랑 연관되는 건가? 계속 보자) 

​당신은 사고로 백 년간 잠들어 있었습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당신이 있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당신은 먼 과거에서 온 유일한 사람입니다. 아주 먼 옛날... 당신에겐 슈퍼통조림이란 이름의 반려견이 있었습니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이 강아지 봇은 슈퍼통조림이 주인에게 느끼던 감정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강아지를 데리고 이 황폐한 곳에서 살아가야 한다. 

 

[나]

 먼 과거에서 온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그런 이야기인가...뭐, 모두가 '유일한 존재일 테니까. 일단 지도를 봐야겠다. 마을은 어디 있지? 여관은?


[슈퍼통조림]

멍멍!

 

[나]

통조림, 가고 싶은 데 있어? 

 

[슈퍼통조림]

멍멍!

 

[나]

NPC한테 길을 물어봤자지...

 

[슈퍼통조림]

멍!

 

[나]

강아지 NPC에겐 더더욱. 

 

[슈퍼통조림]

멍멍멍!

 

[나]

.....


 이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게임을 즐기러 온 게 아니니, 느긋하게 게임을 익히기보단 도와줄 만한 사람을 찾는 게 빠를 것이다. ...누구한테 도움을 받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