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4. 16:55ㆍ캠퍼스 편(完)
예신이 녀석의 입양을 허락해 주었다.
예신은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예신]
집 정리는 다 끝났대. 가자.
-
예신이 마련해준 집은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평소의 저녁 산책처럼,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예신]
오늘은 어땠니? 특별한 일은 없었어?
재밌는 남학생을 만났어요/좋은 친구를 사귀었어요/오늘은 그림 연습만 했어요
[예신]
그래? 그거 특별한 일이구나. 내가 다 기쁘네.
[나]
무슨 소리예요? 그냥 '재미있는' 남학생을 봤다고요.
[예신]
그래. 그러니 특별한 일이지.
[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예신]
네 생각말고 또 있겠니.
모퉁이를 돌자, 내가 살 집이 나타났다.
-
[??]
야옹~ 야옹~
어디선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화단 속에 작고 얼룩덜룩한 털뭉치 같은 것이 숨어 있었다. 동글동글한 머리와 쫑긋 선 두 귀, 보드라운 털이 너무나 귀여운 고양이였다.
[나]
어머, 안녕, 야옹아?
고양이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지만, 고양이는 내 손을 피해 쪼르르 예신에게 달려갔다.
예신은 몸을 낮취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원래부터 알던 사람이나 되는 것처럼 예신의 손에 제 몸을 부비댔다. 뭐야, 이 녀석... 지금 사람 차별하는 거?
고양이에게 코웃음 친다/예신에게 질투의 눈빛을 보낸다/눈 앞의 광경을 즐긴다
내 눈빛을 본 예신은 미소 지었다.
[예신]
질투하지는 말고. 이쪽으로 와. 이 아이도 네 마음을 알아줄 거야.
나는 이 예민한 녀석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레 다가갔다.
[고양이]
야옹~
[예신]
아무래도 이 아이는 너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은데.
[나]
네에? 정말요...?
작은 고양이는 느긋한 걸음으로 내게 다가오더니 완전히 경계를 풀고 누워버렸다! 조심스레 어루만져본 고양이는 너무도 보드랍고 따뜻했다. 작은 생명제와 눈이 마추진 순간, 나는 더 이상 충동을 참을 수 없었다.
[나]
에신, 이 고양이 제가 키우면 안 될까요?
[예신]
책임질 자신만 있다면, 당연히 괜찮지.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정중하게 의견을 물었다.
[나]
우리 집에 같이 갈래? 나랑 살자, 응?
[고양이]
야옹~
[나]
좋다고 한 거다? 그럼 널 뭐라고 부를까...
그날 녀석은 내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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