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신 편 3화. 집념
사람을 가둬 놓으려면 어떤 마법을 써야 하지?
까마귀 깃털과 가느다란 리본을 써야 해.
마법을 속박하는 주문은?
억압의 저주, 마녀 요괴의 속눈썹과 나쁜 마음을 더해야 하지.
사람의 마음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르겠어, 도저히 모르겠어...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었기 때문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람들은 예신이 이미 먼 길을 떠난 줄 알고 있고, 누구도 그가 나의 밀실에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업무를 마친 나는 저녁 식사가 준비된 쟁반을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에게 갔다.
고요한 밤, 감옥으로 개조한 방 안에는 촛불이 켜져 있고, 각종 마법 재료들이 놓여 있었다. 예신은 내 발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지금 외부와 연결이 끊어져 있기 때문에 매일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이런 생활이 오래 지속되었지만 그는 태연했다. 우리 사이에 난간이 가로막지 않았다면, 그저 평범한 밤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는 레시피를 읽고 연구한 뒤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나]
오늘은 좀 어때요? 나 많이 기다렸어요?
평소 예신은 나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두 눈을 책에 고정한 재 차가운 석상처럼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나 난 매일 밤 여전히 이 밀실에서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었다. 예신에게 식사를 가져다주고, 할 말을 찾아 그에게 말을 걸고, 그가 들고 있는 책과 필기 내용을 살펴봤다.
예신은 나와의 소통을 거부했지만 내가 도서관에서 마법 서적을 찾아다 주는 건 허락했다. 필기를 하며 마법약 레시피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필기와 레시피는 내가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했다. 몇 년간 이 밀실에서의 불편한 교류 속에서도, 예신은 여전히 나의 스승이 되어 준 것이다.
그런데 오늘, 예신이 나를 훑어보더니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나에게 다가왔다.
[예신]
어깨에 난 상처는, 어떻게 된 거야?
먼저 말을 걸어준 그의 모습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가 이곳에 갇혀 있던 수년간, 밖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나]
살짝 다친 거예요, 별 거 아니에요.
예신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줘서 기뻤지만, 그를 걱정시키고 싶진 않았다. 이런 사소한 일조차 해결하지 못한다면 예신을 이곳에 있게 할 면목이 없었다.
[예신]
네가 모르는 곳에는 땅속에 사는 어둠의 생물이 있어. 그들은 음침하고 살육을 좋아하지. 요정 숲의 마법 재료와 요정들에게 전해지는 룬 마법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나]
땅속의 '다크 엘프'라는 종족에 대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군요.
[예신]
알기만 할 뿐이 아니야. 너희 어머니와 같이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기도 했고, 흑마법도 배웠지. 언젠간 그들이... 요정의 숲에 전쟁을 일으킬 거야.
나지막이 말하는 예신의 눈에는 엷은 서리가 맺혀 있었다.
[예신]
그래서 이 숲에는 창조자와 수호자, 그리고 여행자가 있어야 해... 여행자는 더 강력한 마법약과 마법을 찾아서 요정의 숲이 어둠에 오염되지 않게 해야하지.
예신은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조근조근 내게 말하는 그의 말투에선 날 꾸짖으려는 의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예신이 고집스럽게 떠나려고 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오래전부터 다크 엘프가 우리의 영지를 침범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더 강력한 마법약과 마법을 찾거나, 믿을 만한 동맹을 찾아 침략자를 막아야 했다. 하지만 그를 가로막고 멋대로 가둬둔 나 때문에 그와 어머니의 계획이 무너지고 말았다.
[나]
내가 벌인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거예요.
난 입술을 깨물었다.
[나]
하지만 예신이 떠난다고 해서 꼭 방법을 찾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이곳에 남아 내 옆에 있어줘요. 다크 엘프들이 골칫거리이긴 하지만, 우리는 마법과 활을 잘 다루잖아요. 예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보금자리를 지킬 수 있을 거예요.
난 난간 틈으로 손을 뻗어 예신의 소매를 붙잡았다.
[나]
예신, 날 믿어줘요. 내가 요정의 숲을 지켜내고 당신을 지켜줄게요.
예신은 움직이지도, 소매를 뿌리치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그냥 멈춰 있었다. 몇 년 전에 그랬듯, 그는 가만히 내 눈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신]
오두막 아래층을 쓸 수 있게 해줄래?
난 흠칫 놀랐다. 예신이 왜 이런 부탁을 하는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
그렇게 해요. 하지만 이곳을 떠날 순 없어요. 내가 요정의 숲의 주인인 이상, 예신은 내 죄수니까요.
예신은 담담하게 웃었다.
[예신]
못말리는 고집이네.
난 난간 안쪽에서 식사 쟁반을 건네받았다.
[나]
네, 예신에 관한 일이라면, 고집이 센 편이죠. 그리고 반성할 생각 같은 건 없어요.
-
전쟁은 갈수록 심각해졌다. 땅속에서 올라온 잔혹한 어둠의 종족이 퍼붓는 거센 흑마법 공세에, 우리 요정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거대한 요정의 숲이 적의 수중에 넘어갔다. 숲은 불타고 작은 동물들은 마법 재료가 되었으며, 우리의 용사들은 금지된 마법과 흑마법에 갈가리 찢겼다. 그렇게 숲의 비극은 밤낮으로 이어졌다.
나 자신이 생각보다 그리 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물러날 길이 없었다.
용사들과 함께 전쟁터에 나가야 했기에, 예신의 식사도 시녀에게 맡겼다. 까마귀 깃털과 가느다란 리본을 찾을 여력이 없었다. 그러니 예신을 봉인했던 주문도 이미 효력을 잃었겠지. 아마도 예신은 도망쳐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예신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난 요정의 숲의 수호자였고, 우리 종족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으니까.
어느 날 나와 전사들이 어딘가로 후퇴해 쉬고 있었는데, 뒤쪽을 바라보니 근처에 내가 예신을 숨겨두었던 오두막이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요정의 숲 대부분을 이미 적에게 빼앗기고 말았다는 것을. 어째서일까, 그래도 저 오두막에 가보고 싶었다. 예신을 놓을 수 없었던 거겠지. 그 예언 속의 여행자가 정말로 이미 떠났는지, 다크 엘프와의 전쟁에 휘말려 다치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난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문 뒤의 촛불은 꺼져 있고, 아무도 없었다.
쾅쾅!
문밖에서 호위병들이 시끄럽게 문을 두드렸다. 근처에서 집결하라는 나팔소리가 들려왔다. 또 어둠의 마물들에게 습격을 받은 것 같은데, 그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보였다. 난 몸을 돌려 군대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