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스토리-2022/아득한 앞길

[SSR- 셔터] 3화. 교육

ろ_ 2025. 6. 16. 22:02

눈 깜짝할 사이에 500여 개의 행성이 지나갔다.

 

[훈련생 갑]
너 들었어? 훈련장에서 그 신입…

 

[훈련생 을]
그 유난히 거칠게 구는 여자애 말이지?

 

[훈련생 갑]
쳇! 무슨 여자애야? 걔는 완전…

 

[??]
미친 애지, 괴물 같기도 하고.

 

[훈련생 갑]
맞아! 또 미쳤고 또……

 

말을 하던 훈련생은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방금 그 말을 받아친 건 동기들 중 누구도 아니었다.


제국 최고의 고위 장성, 별의 제독이었다. 그는 어딘가 모르게 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훈련생이 자신을 바라보자 격려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계속 말해보라는 듯이.

 

[훈련생 갑]
제, 제독 각하…

 

[별의 제독]
왜 말을 멈췄나?

 

그는 친절하게도 다음 말을 대신 이어줬다.

 

[별의 제독]
미쳤고, 거칠고, 쉬지도 않고 친구도 필요 없으며, 사소한 일에도 목숨 걸고 싸우려 드는 녀석. 싸움이 시작되면 상대도 자신도 안중에 없고, 타고난 재능 믿고 훈련장에서 멋대로 날뛰는… 그런 애지.

 

그의 말에 훈련생은 공포에 질려 눈을 크게 떴고, 별의 제독은 옅게 미소지었다.

 

[별의 제독]
그렇게 벌벌 떨 필요는 없어.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는 몸을 약간 숙이며, 눈썹 사이에 번진 웃음을 드러냈다. 그 표정에 훈련생은 거의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별의 제독]
하지만, 내가 여기 왔다는 건—— 비밀로 해줄 수 있겠지?

 

나는 마침내 천의 제국의 정식 병력에 편입되었다. 많은 변화가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내게 일어났다. 나는 남은 유년기의 흔적을 벗고 점점 더 군인다워졌다.

 

키가 2센티미터나 더 커버렸다. 나조차도 성인이 된 이후 키가 클 줄은 몰랐는데. 아마 치료 캡슐의 효과가 좋았던 걸지도 모른다. 나는 그걸 누구보다 자주 사용했고, 심하게 손상된 육체도 자주 복구해야 했다.

 

오늘, 나는 예정대로 휴가를 받아 훈련소를 떠났다. 별의 제독은 평소 훈련소 근처 항성계에 별선을 정박해놓고 나만 따로 오가게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내가 직접 나타나면 정식 시찰이라 오해받아 귀찮아져서”였다. 덕분에 내 훈련 시간은 꽤 줄어들었고, 나는 그걸 혼자 보충해야 했다.

하지만 익숙한 일이었고, 불평할 이유도 없었다. 선내는 여전히 별의 제독이 선호하는 스타일로 유지되어 있었지만, 오늘 나는 선에 오르지 않았다.


나는 두 손을 뒤로 깍고 호숫가에 서 있었다. 별의 제독은 소형 배에 기대고 있었고, 그의 나른한 목소리가 호수 건너에서 들려왔다.

[별의 제독]
말해보지,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이번 달 너와 관련 보고서가 몇 개나 올라왔는지 알아? 물자 피해, 시설 파손, 인명 위협…

 

[로지타]
제가 먼저 손을 댔어요. 누가 제 험담을 퍼뜨려서요.

 

나는 호숫가에 서서 그렇게 보고했다. 생각 끝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로지타]
아마 제독님에 대한 험담도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별의 제독]
오, 무슨 말을 했는데?

 

[로지타]
저보고 무능하고 약한 낙하산이라고. 그리고 제가 제독님의 사람이라고도요.

 

별의 제독은 손을 뱃전 위에 올리고 있다가 천천히 자신의 이마로 가져갔다.

 

[별의 제독]
완전히 근거 없는 말은 아니지.

 

[로지타]
그럼…… 제가 손댄 게 잘못인가요?

 

[별의 제독]
다음에도 그러도록 해. 누구 명예를 지킨다는 핑계는 굳이 필요 없어. 후반부는 그럴 듯하지만, 앞부분은 웃기기만 하네. 결론적으로, 네가 싸우고 싶으면 싸워. 기분 따라 해도 돼. 다만 다음엔 좀 더 깔끔하게 해. 보고서 따윈 안 올라오게 말이야.

 

그는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걸치고, 내 옆으로 걸어왔다. 벽 속에서 기계팔이 나와 귤맛 에너지 음료를 우리 둘에게 건넸다.

 

[별의 제독]
로지타.

 

그가 내 이름을 불렀고, 나는 옆에서 얼굴을 단정하게 하고 기다렸다.

 

[별의 제독]
별거 아니야. 가도 좋아.

 

훈련소를 오가는 소형 비행기는 내가 직접 조종했다. 다만 졸업식 전이라 항해 자격이 없었다. 즉, 훈련소를 나오는 건 엄밀히 따지면 규정 위반이다.


하지만 다른 규칙들처럼, 들키지 않으면 문제도 아니다. 나는 신중히 항해 정보가 감청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남은 시간을 점검했다… 이건 내 인생에서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유일하게 ‘그 사람’과 연락할 수 있는 시간. 나는 조용히 기다리며 심우주 통신망에서 익숙한 신호를 찾았다.

늘 그랬듯,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신호가 연결되었을 때, 눈이 환하게 빛났다.

 

[로지타]
나 왔어요.

 

내가 먼저 말했다. 엄격했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마치 어린 소녀처럼 들렸다.

 

[로지타]
알카이드, 알카이드. 이번엔 좀 늦었죠? 미안해요.

화면 건너, 가장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알카이드]
괜찮아. 오래 기다리진 않았어.

 

그의 목소리는 멀리서 들려왔지만 맑고 평온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그런 울림이었다.

 

[로지타]
보고 싶었어요.

 

이건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가 나눈 서른일곱 번째 장거리 통신이었다. 나는 우리가 처음 연락을 주고받은 날을 절대 잊지 못한다.

 

-


훈련소 입소 전, 별의 제독의 우주선에 한 달간 머물렀다. 일정을 자유롭게 쓰는 정도의 자유는 있었지만 외부로 나갈 수는 없었다. 나는 그 시간 동안 무기력했고, 저항했고, 외로웠다.


그러다 우연히 아주 멀리서 날아온 무선 신호를 받았다. 우주는 늘 잡음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중 한 단어가 내게 너무 익숙했다.


——η UMa

 

반복되며 울리는 그 잡음 속에서, 그 단어만은 선명히 들렸다. 북두칠성 제7성, 그리고 알카이드가 한때 사용했던 이름. 그날 나는 놀라지 않았다.


심지어 별의 제독과 마주쳤을 때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행동했다. 나는 감정을 꾹 눌렀다. 그 메시지가 진짜 알카이드에게서 온 게 아닐 수도 있다고, 확률은 아주 낮다고 스스로 설득했다.

 

그래도…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고향이 그리워졌다. 나는 집이 그리웠고, 알카이드도 그리웠다.
우리가 함께 키우던 두 마리 고양이, 포근한 이불, 다정했던 품이 그리웠다.

 

그로부터 행성일로 사흘 뒤, 나는 별의 제독에게 부탁했다. 내가 순응하고 협조하면 훈련소 신분을 줄 수 있냐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열심히 노력했고, 침착했다. 1년 동안 꾸준히 단독 행동 기회를 확보해가며, 결국 그 신호와 연결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기적이었다.


그 신호의 주인은…진짜 알카이드였다. 제국과 별의 제독의 감시 아래에서, 이건 나만의 조용한 기적이었다. 나는 매번 통신을 오래 유지하지 않았다.


들킬까 두려웠고, 지구의 근황이나 기술 수준, 알카이드가 어떻게 통신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 모든 게 제국 손에 넘어가면 나는 절대 용서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별거 아닌 일상 이야기만 골라 말했다. 지옥 같은 훈련은 마치 평범한 학교 생활처럼 포장했다.

 

[로지타]
나…… 점점 내가 아닌 것 같아요.

 

[알카이드]
왜 그렇게 느껴?

 

[로지타]
자꾸 타협하고 싶어져요. 먼저 내 안전을 확보하고, 그다음에 세상을 바꾸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제 안에 ‘그들’이 조금씩 스며드는 기분이에요.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늘 그래왔듯, 구체적 상황은 생략하고 캠퍼스의 기억처럼 감쌌다. 죽느냐 사느냐의 결투도 마치 물리 경시대회처럼 묘사했지만, 알카이드는 늘 진심으로 들어줬다.

 

[알카이드]
넌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

 

[로지타]
그래도 무서워요…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아주 작게 말했다.

 

[로지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 그 안에 있는 내가 낯설어요.

 

그는 직접 위로하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빛은 분명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카이드]
그래도 넌 여전히 로지타야. 사람은 사랑하는 걸 지키기 위해…… 원하지 않는 일도 하게 돼. 그게 널 바꾸는 건 아니야.

 

나는 손을 화면에 댔다. 마치 그 너머로 알카이드와 손끝을 맞대고 싶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그동안 한 번도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는 말도.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카이드는 어떻게 통신 방법을 찾아낸 걸까? 그가 무슨 대가를 치렀을까? 그날 통신은 내가 급하게 끊었다.

“더 노력할게요”라는 말만 남기고, 항해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만 상상하게 된다.

지금 알카이드가 있는 그곳에는, 혹시 달콤한 케이크 같은 ……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