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R-셔터] 1화. 포획
별의 제독은 감시실 밖에서 걸음을 멈췄다. 투명한 막을 사이에 두고, 외부 관찰자들은 안의 상황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외부의 목소리]
제독 각하께서 샘플 T-3071에 관심을 보이시는 겁니까? 이건 방랑자와 인간의 융합체입니다. 숨겨진 세계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포획된 존재로, 위험 등급도 낮지 않습니다.
방 한쪽 구석에는 한 소녀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상대가 말한 '위험한 샘플'과는 달리, 그녀는 모서리에 움츠린 채 아무런 생기도 없는 눈으로 바닥을 바라볼 뿐이었다.
[외부의 목소리]
직접 접촉하실 생각이신지요? 아니면……
[별의 제독]
보고서를 넘겨라.
별의 제독은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명령을 내렸고, 외부의 사람은 신속히 실행에 옮겼다.
[외부의 목소리]
샘플은 저항 의식이 매우 강합니다. 일반적인 정신 침투에도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요. 초기 평가 결과, 샘플은 II형 특성에 부합하며 정신력은 강하지만 육체는 취약합니다…
별의 제독은 그 소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로지타는 에덴 세계에서 적지 않은 골칫거리를 만들었다.
당시 에덴 세계의 임무 목표는 이미 초과 달성된 상태였고, 그는 자신과 같은 존재의 감정을 추가로 요구했다. 그녀가 올 때를 틈타 붙잡아두기 위해서였다. 안타깝게도 은백의 제독이 쓸데없이 똑똑한 척을 하며 그녀를 숨기는 바람에, 그녀는 이런 결말을 맞았다.
한편, 옆의 관찰자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보고를 이어가고 있었다.
[외부의 목소리]
더 높은 등급의 침투를 시도할 경우, 샘플에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억 세척을 시행하는 데 드는 난이도와 위험성을 고려할 때, 실험체로의 전환이 보다 적절한 방안으로 보입니다…
책임을 지기 싫으니 다른 이에게 결정을 떠넘기는 셈이다. 별의 제독은 지루하다는 듯 생각했다.
이처럼 뻔히 보이는 의도를 굳이 들추고 싶지도 않았고, 시선은 아무렇지 않게 옆에 있는 디스플레이로 흘러갔다.
[별의 제독]
중추 명령을 조회해봐.
화면은 그의 말에 반응하듯 짧게 깜빡이더니 곧 한 줄의 문장을 띄웠다.
해당 결과 없음
[외부의 목소리]
예, 현재 중추에서는 후속 처리 방안에 대한 지시가 없습니다. 제독 각하께서 별도로 조회를 원하신다면…
[별의 제독]
그럴 필요 없다.
별의 제독은 어떤 제지도 받지 않고 방 중앙의 투명 장벽을 통과해 소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군화 소리가 바닥에 닿았고, 그의 망토가 소녀 옆에 드리워졌다.
로지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조금 들었지만, 곧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너무 오래 외부와 단절되어 있었는지 빛에도 민감해진 듯했다.
그 텅 빈 눈동자에는 누구의 모습도 비치지 않았다.
그녀는 외부에 대한 감각이 거의 흐릿해져 있었고, 본능적인 반응조차 드물었다. 별의 제독은 그녀에게 직접 접촉하지 않고 현재 상태를 관찰했다.
구속복 외에도 그녀의 손가락에는 투명한 고정구, 즉 투명 링이 끼워져 있었다. 별의 제독은 허공에 손끝을 가볍게 움직였다. 그러자 손가락의 링들이 조용히 풀리며 땅에 딸랑딸랑 부딪혔다.
[외부의 목소리]
조심하셔야 합니다. 샘플은 상당히 위험…
[별의 제독]
내가 그렇게 약해보이나?
별의 제독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비효율적인 대화가 지겹게 느껴졌다. 그는 로지타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부서진 인형처럼 저항의 틈조차 보지 못한 채, 입술만 물고 있었다. 그 모습은 그에게 물 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를 떠올리게 했다.
[별의 제독]
얼마나 됐지?
[외부의 목소리]
얼마라니…… 샘플을 포획한 이후의 시간 말씀이십니까?
[별의 제독]
이 '샘플'——내가 묻는 건, 그녀가 줄곧 이 상태였단 말인가?
[외부의 목소리]
아, 아닙니다. 처음에는 수차례 긴급 사태를 유발했고, 그 과정에서 열몇 명이 치료 캡슐로 실려 갔습니다. 우리는 더 강한 구속 조치를 도입해야 했고, 샘플의 위험 등급을 계속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별의 제독]
그래, 본인들의 무능을 꽤 잘 포장했군.
별의 제독은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상대를 바라보았고, 그 순간 상대는 깜짝 놀라 몸을 곧게 세웠다.
[외부의 목소리]
곧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관리 소홀한 인원 전원, 상관에게 처벌 요청을…
하지만 별의 제독은 그의 말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조금 몸을 숙이며, 눈높이를 맞춰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기억이 맞다면, 이 시점에서 그녀는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벌떡 일어나야 했다. 그러나 지금의 로지타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기억 속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그녀가 연기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자, 별의 제독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러나 걸음을 떼던 순간,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로지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텅 빈 시선만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손은 그의 망토 자락을 꽉 쥐고 있었다.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며 무언가를 말했다.
[로지타]
알카이드…
[외부의 목소리]
제독 각하? 방금 통신 신호가 끊겼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방금 그건——
[별의 제독]
조용히 해.
별의 제독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망토를 그녀 손에서 뽑아냈고, 이어서 외부에 명령을 내렸다.
[별의 제독]
이 방의 감시 영상과 녹음 데이터를 전부 삭제해라. 직접 관리하겠다. 그리고, 더 자세한 보고서도 다시 정리해서 제출해. 최초 포획 기록과 의료 기록까지 포함해서.
[외부의 목소리]
알겠습니다.
별의 제독은 천천히 돌아서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