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세편 8화. 잠깐의 이별
당장이라도 뒤따라가고 싶었지만, 또 들킬까 봐 망설여졌다. 조금 머뭇거리다가 일단 요운의 상태를 먼저 보러 돌아가기로 했다.
[로지타]
괜찮으세요…?
요운은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요운]
이제 끝이야, 소녀. 질문 하나만 더 받을 수 있어.
[로지타]
이게 유일한 해결책인가요? 별의 제독은 어디로 간 거예요?
[요운]
무슨 뜻이지? 넌 나한테 손도 못 대잖아. 그런데 별의 제독은 나를 도와 이 세계를 성간(星間)에 숨길 수 있었지. 넌 이스와 닮았어. 똑똑하고, 성급하고, 쉽게 잡히지 않아…… 하지만 그래서 사냥꾼이 되기도 어렵지.
요운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내 속은 시큼하게 뒤집히는 것 같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로지타]
그 이스라는 분을…… 데려가신 것 같던데요…
요운은 약간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지친 듯 희미하게 웃었다.
[요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 인간은 짜증 날 정도로 고약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도, 비열한 짓은 하지 않아.
[로지타]
별의 제독은…… 무슨 생각인 걸까요?
[요운]
그건 그 사람한테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나한테는 한 번도 말해준 적 없었어. 네가 정말 알고 싶다면, 스스로 설 수 있을 만큼 강해졌을 때, 그 앞에 서서 직접 물어보는 게 좋겠지.
요운은 피식 웃었다. 웃고 나니 피곤해졌는지 눈을 감고 조용히 쉬기 시작했다.
[로지타]
나중에 제가 이스를 만나게 된다면…… 그때 보고 들은 걸 전해드릴게요. 그러니까…… 우리 또 만날 수도 있잖아요.
요운은 눈을 다시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요운]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는 모두 알았다. 그 약속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그는 이제 긴 여정을 가게 될 것이고, 살아 있든 죽어 있든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할 수 없을 것이다.
곧 요운을 호송할 이들이 도착했고, 나도 함께 대기실로 향했다. 별의 제독은 여전히 대기실에 있었다. 이 기지의 함장과 무언가 수속을 하고 있었는데, 표정이 꽤 불쾌해 보였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조용히 멀찍한 구석에 서 있었다.
[별의 제독]
됐어. 그를 함선에 태워.
말 한 마디에 즉시 병사들이 요운을 붙잡아 밖으로 이끌었다. 나는 멀리서 요운의 곧은 뒷모습이 기지 문 너머 성간으로 사라져가는 걸 지켜보았다.
그 순간, 심장이 불쑥 한 번 요동쳤다.
별의 제독이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천천히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봄눈이 녹듯 따뜻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그 미소가 그의 눈썹과 입가를 스쳤다.
깜짝 놀라 시선을 피하고 다시 올려봤을 땐, 그는 이미 고개를 돌려 문을 나서고 있었다. 마치 방금의 일은 내 착각이었던 것처럼, 긴장된 정신 상태에서 헛것을 본 듯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나는 영체를 이용해 기지 문을 통과해 바깥을 바라보았다. 광활한 우주. 천체와 천체 사이의 거리는 너무나 멀었다.
아직 내가 너무 일찍, 너무 차가운 별들에 손을 뻗은 걸까. 그 사이의 어둠을 아직 다 알지 못했다.
다만, 별의 함선이 빠르게 전진하며, 선미에서 길고 휘어진 궤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 궤적은 끝내 무한한 별바다로 스며들었다.
-
며칠 후
별의 제독의 개인 함선 안.
분홍색 구름이 응결되어 작고 동그란 구름 덩어리로 형체를 갖추었다.
[별의 제독]
후회했어? 그 녀석을 다시 잡고 싶어진 거야?
구름덩이는 조심스럽게 몸을 흔들었다.
[별의 제독]
그걸로 네 애인을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너무 순진하군.
별의 제독은 비웃듯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별의 제독]
사냥할 마음은 있어도, 덫을 걷는 인내는 없고… 도대체 요운은 널 어떻게 가르친 건지 모르겠군.
구름덩이는 움찔했다. 뭔가 말로 반박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별의 제독]
됐어, 이건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아냐고?
별의 제독은 흥미로운 듯 웃음을 지었다.
[별의 제독]
왜냐하면, 그건 내 거니까. 꿈도 꾸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