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과거
학자는 고개를 숙이며 나를 바라봤다. 손목에 익숙한 힘이 느껴졌다. 그 힘은 전에 내가 내 목숨을 담보로 그를 협박했을 때와 같은 힘이었다. 그는 내가 다치기를 원하지 않으며, 또한 내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로지타]
제가 닿는게 싫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고, 예상대로 손목에 가해지는 힘이 더 강해졌다. 학자의 미간은 깊게 찡그려졌으나,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로지타]
저를 거부하시나요?
그는 여전히 침묵했다. 내 시선이 그의 속눈썹에 머물렀다. 긴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짧은 침묵 후, 우리는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알카이드]
...왜?
이것은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의문이었다. 그는 마치 두 갈래로 나뉜 것 같았다. 한쪽은 나와의 과거를 거부하고, 다른 한쪽은 그것을 놓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이 기회를 이용해 그의 속내를 캐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의 혼란과 고통을 보는 순간, 나는 그를 방치할 수 없었다.
[로지타]
이전에 저와 약속한 대로, 우리 별을 보러 가요. 당신이 저를 타워로 데려가기 전에, 별빛 아래에서 제가 아는 모든 것을 이야기해드리고 싶어요.
방주 세계의 밤에는 인공적인 빛이 없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별빛이 우리 주변에 흐릿하게 퍼져 있었다. 그 별빛은 마치 진짜 우주의 별을 투영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가장 진실된 이야기를 전하려는 마음이었다.
[로지타]
제 이름은 로지타. 저는 당신의 연인이에요.
처음 만났던 설원에서 시작해, 나는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을 하나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어떻게 만났고, 다시 만났으며, 서로를 알아가고 점점 더 가까워졌는지.
나는 이미 그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그가 내 삶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존재라고 확신했다.
[로지타]
그래서 제가 여기에 왔어요. 제가 생각했거든요,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최소한 함께 마주하고 함께 감당하자"라고요…… 그건 원래 우리가 서로에게 약속했던 일이잖아요.그런데……
나는 눈앞에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내가 가장 익숙하고, 가장 사랑하는 모습이었다. 1년 전, 바로 이맘때, 똑같이 인적 없는 높은 곳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우리의 약속을 영원히 증언해 주었었다. 분명 비슷한 상황인데, 이제는 모든 것이 더 이상 같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절망이 가슴속에서 맹렬히 휘몰아쳤고, 그것은 나를 산산조각 내고 흩어버릴 듯했다.
[로지타]
그런데 대체 어떤 일이 당신을 지금 같은 모습으로 만든 거예요? 저는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요? 당신이 이 모든 걸 겪고 있을 때, 저는 대체 어디에… 알카이드……
나는 마음속에 맴돌던 이름을 무심결에 뱉어버렸다. 손가락은 이미 그의 옷깃을 본능적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그와 혼이 하나 되어 고통을 나누고 싶을 만큼, 내 모든 걸 내보이고 싶었다.
그 순간, 나는 그의 눈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지고, 무너지며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을 본 것 같았다.
[알카이드]
로지타…
그는 손을 들어 올렸다. 마치 매번 포옹하기 직전에 무의식적으로 하던 동작처럼 보였지만, 이번에는 중간에서 멈춰버렸다. 내 허리 가까이에서 그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닿을 듯 말 듯 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떨렸으며, 분명히 엄청난 고통을 억누르고 있었다.
[알카이드]
……더는 묻지 마.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떨어질 때마다, 뜨거운 숨결이 내 뺨을 스쳐 갔고, 우리의 호흡은 자연스럽게 뒤섞였다.
마치 떨어질 듯하면서도 닿지 않는 한 번의 키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