ろ_ 2025. 1. 10. 22:58

 우리는 익숙한 기계 문 앞에 멈췄다. 안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듯한 소음을 듣자, 나는 안에 어떤 장소가 있는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본능적으로 학자를 힐끔 보니, 그는 여전히 침착하고 차분한 표정이었다.  

 

[로지타]  

…당신 같은 사람이 들어가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까요?  

 

[학자]  

어떤 사람은 굶어 죽을 지경인 것 같던데.  

 

…참나. 우아하게 꾸며진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경화인과 '벌레단’을 구분하려 했다.  

 

[학자]  

찾을 필요 없다. 여기엔 아무도 없어.

 

[로지타]  

어떻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아요?  

 

 학자는 이미 바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기계를 알아보았다. 과거 카를이 카지노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주문 후 기계 위에 손을 대어 포인트를 지불하는 것이었다.  

 

[로지타]  

주문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 말이 끝나자 기계가 '삑' 하는 소리를 내며 한 줄의 문구를 띄웠다.  

 

지불 완료 [9999] 포인트

 

[로지타]  

……?!  

 

학자는 태연하게 손을 거두었다.  

 

[학자]  

네 마음대로 해.  

 

[로지타]  

이렇게 갑작스러운 배려와 협조라니, 조금 당황스러운데요.  

 

 나는 잠시 망설이며 학자를 힐끗 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고, 속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게다가 여러 일이 있던 탓에 배가 고프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그를 따라 바에 다가가 메뉴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곧 멈춰 섰다. 메뉴에는 내가 기대하던 풍부한 음식 대신, 단순히 '주식', '반찬', '음료'라고 적힌 몇 가지 항목만 있었다.  

 

[로지타]  

…이게 다예요?  

 

[학자]  

그럼 어땠어야 하는데?  

 

 전에 했던 말과 거의 같은 반응이었다. 나는 할 말을 잃었고, 학자는 이미 간단한 음식을 가져와 앉아 있었다. 그 음식은 단조롭고 재미없으며 전혀 입맛을 돋우지 못하는 것이었다.  

 

[학자]  

이 세상을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세계의 모습이다.  

 

그는 손을 가볍게 들어 ‘먹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게 나를 길들이려는 방법인가? 나는 미소를 지었다.  

 

[로지타]  

괜찮네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음식을 유심히 살펴보고 똑같은 것을 가져왔다. 그리고 내 앞에 두었다. 한참 고민하다가 한 가지 더 물었다.  

 

[로지타]  

차는 있나요?  

 

[학자]  

없어. 너무 기대하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의 경화인이 이미 두 잔의 차를 내밀었다. 차는 맑고 투명했다.  

 

[로지타]  

감사합니다~  

 

 경화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학자]  

 

 

 나는 두 잔 중 하나를 학자 쪽으로 밀며 맛보라고 권했다.  

 

[로지타]  

어때요?  

 

[학자]  

별로야.  

 

[로지타]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당신이 직접 우려준 차만 못하네요. 여기 있는 도구를 써서 저한테 한 잔 우려주실 수 있어요? 마시고 싶어요.  

 

[학자]  

네가 지금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로지타]  

이해하고 있어요. 타워가 저를 조사하려하고, 저는 제 목숨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당신이 저를 따라오고 있는 거고요. 다만 저는 조금 까다로운 사람이라, 혹시라도 기분이 안 맞으면… 사는 게 별로 의미 없다고 느낄지도 몰라요.  

 

 학자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다.  

 

[로지타]  

저는 연한 맛이 좋아요.  

 

 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는 차분하고 공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카이드]  

알겠다.  

 

식당을 나선 후, 학자가 말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다음 목적지를 제안했다.  

 

[로지타]  

근처에 상가 같은 건 없어요?  

 

[알카이드]  

없어.  

 

[로지타]  

하지만 새 옷을 입고 싶어요.  

 

[알카이드]  

 

 

[로지타]  

이 세계에 온 후로 몇 번이나 싸웠잖아요. 옷도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고요. 학자님께서 타워의 손님을 이렇게 대할 순 없죠.  

 

학자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학자]  

옷을 안 갈아입으면, 또 죽는 건가?  

 

[로지타]  

네?  

 

 내가 사용 중인 '방패'가 떠올랐다. 잠시 고민하다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로지타]  

 너무 상심해서 죽을지도 몰라요.  

 

 오랜 침묵이 흘렀다. 내가 너무 강요한 건 아닐까 생각하던 순간, 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학자]  

알겠다.  

 

 마침내 내가 만족스럽게 그의 스타일과 비슷한 옷으로 갈아입고,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다음 제안을 꺼냈다.  

 

[로지타]  

다음엔 별을 보러 가는 게 어때요?  

 

[학자]  

그래.  

 

[로지타]  

여기서 별을 볼 수 있나요? 아니면 장소를 옮겨야 하나…  

 

 말을 하다가 문득 멈춰 섰다. 학자가 내 요구에 너무 순응하는 것 같았다.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그는 의연하게 나를 바라보며, 살짝 웃고 있는 듯했다.  

 

[학자]  

여기선 볼 수 없어. 장소를 옮기려면, 옥상은 어때?  

 

[로지타]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내가 학자를 협박해 주도권을 잡은 것을 학자가 파악한 것이다. 그는 내가 생활 속 아름다움으로 그를 깨우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챘고, 이를 거부하기 위해 모든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마치 자신을 완전한 도구로 여기며, 나와 철저히 선을 긋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른다. 이런 방식은 오히려 내가 그의 진심에 더 다가가고 싶도록 자극할 뿐이라는 것을.  

 

[로지타]  

갑자기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어요.  

 

[학자]  

뭐지?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우리는 본래 가까운 거리였기에, 이번에 한 걸음 더 다가가니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거리였다.  

 

[알카이드]  

 

 

 그의 몸이 미세하게 긴장한 듯 했다. 그와 나 사이에서 잠시 균형을 이루려는 듯 망설였고, 나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손을 뻗어 그의 속눈썹에 닿으려는 찰나, 손이 단단히 붙잡혔다.  

 다음 순간, 그는 몸을 기울이며 다가와 내 등을 벽에 밀쳤다. 좁은 공간에서 나는 벽에 몰려버렸다.  

 

[알카이드]  

이제 적당히 하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