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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R] 밤과 어둠의 심연 - 인간지옥

ろ_ 2024. 11. 1. 16:23

“꼬마야, 축하한다. 드디어 네 능력을 가지게 됐구나.”

어둠, 얼음처럼 차갑고 텅 빈 방. 소년은 무감각한 고통 속에서 눈을 떴다. 그의 검녹색 눈동자는 마치 큰 구멍과 같았다.  

이곳은 지하 인체 개조 시설. 인신매매범들에게 능력 개조 수술을 제공하는 장소이다. 빈민가에서 끌려오거나 길거리에서 납치된 아이들이 여기 모여 값싼 소모품처럼 대량으로 가공된다. 성공 확률은 10분의 1도 안 되지만, 상인들에게는 큰 수익을 안겨주는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이 시대에서 가장 값진 건 사람, 인간의 존엄과 인체 그 자체였다.  평범한 즐거움에 싫증 난 권력자들은 자신의 재산 일부만 들이면 새로운 장난감을 얻을 수 있었고, 계급을 뛰어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산업에 봉사하면서 재산을 모으고 동시에 자신을 잘라내 팔아버렸다. 전 황조엔 이와 같은 장소가 수천, 수만 개나 더 있었다.  

소년은 이런 사실들에 무관심했다. 의식이 생겨났을 때부터 그는 이 혼탁한 세계에 깊이 잠겨 있었다. 이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들을 착취하는 이 체제는 그들의 탯줄과도 같다. 생존에 필요한 것을 공급하면서 그들을 본체에 묶어두고, 억지로 몸속에 진흙 같은 양분을 밀어 넣는.
이런 시대에 진흙을 흡수하고도 토해낼 수 없는 아이들은 청흑색 황조에 피처럼 검붉은 바탕을 더해 갔다.  

“네 능력이 무엇이냐?”  

소년이 팔려간 첫 번째 장소는 도심의 한 관리의 대저택이었다.  
이 남자는 스무 살을 갓 넘었지만, 이미 세상의 모든 즐거움에 싫증이 난 상태로 분기마다 능력자들을 아무나 사들이곤 했다.  

참고로, 개조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를 제외하면, 이 아이들은 누구에게도 능력자로 불리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만들어진 장난감일 뿐, 황조가 칭송하는 ‘강자’와는 조금의 연관도 없었다. 결국 강자란 타인을 착취하는 자들이며, 착취당하는 자들은 강자라고 할 수 없는 법이니까.  

이제 내 차례다. 소년은 남자 앞에 비어 있는 공간을 보며 생각했다. 그와 함께 여기에 팔려온 다른 소년은 차례로 능력을 보여주었고, 마지막으로 그가 줄의 맨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소년은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나아가 남자 앞에 손바닥을 펼쳤다. 방 안의 온도가 갑자기 떨어지며, 보이지 않는 구멍에 빛이 빨려 들어갔다. 남자는 깜짝 놀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갑자기 소년의 다리 옆에서 까맣고 작은 손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소년은 두 손을 모아 쥐며 고개를 숙이고 자신 앞에 선 남자의 표정을 보지 않으려 했다.  

“더 없느냐?”  

없다.  

소년은 그날 자신이 받은 조롱을 기억했다.  

남자는 그 작은 손을 보며 놀라더니 이내 껄껄 웃어대며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히스테릭하게 웃어대면서.  

“마리, 봤어? 이 녀석의 능력은 고작 손가락 굵기만 한 손이야!”  

남자는 애인의 어깨를 잡아끌며 함께 웃었다. 그 때문에 여자의 몸을 가리지도 못한 천조각들이 거의 흘러내릴 뻔했다. 이 조롱은 15분이나 계속되었고, 소년은 마침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처음의 두려움과 긴장감은 완전히 분리되어 숨겨진 감정으로 대체된 후였다.  

“죄송합니다.”  

소년은 남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이미 통과한 아이들 줄로 되돌아갔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거지?’

-

소년은 침대 커튼 아래서 들썩이는 몸들을 보았다. 이제는 더 이상 구역질도 나지 않았다. 구역질이 날 만큼 익숙해진 지 오래였으니까.  

그의 쓸모없는 능력은 이 관리의 지루한 삶에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 남자는 누구를 만나든 히죽대며 이 이야기를 떠벌리고, 소년을 불러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도록 했다.  

“흠, 흥미로운걸. 자, 내가 네 괴물을 유용하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지. 오늘 저녁 식사가 끝나면 내 방으로 와. 넌 좀 쓸모 있을지도 몰라.”

목의 기도에 압력을 가해 질식할 듯하게 만들면, 상대방은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소년은 처음에는 두려웠다. 그는 인신매매범들이 사람을 잡을 때 이와 같은 방법으로 목을 졸라 죽이는 것을 보았고, 본능적으로 자신이 누군가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하지만, 그의 힘은 여전히 너무 약했기에, 관리의 명령에 따라 그의 목을 졸라도 그는 죽지 않았다.그저 더 격렬하게 소리치고, 떨며, 썩어가는 육체는 부패한 결합 속에서 흔들리는 기름 덩어리처럼 움직일 뿐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웃음거리일까. 지하에 있는 아이들은 웃을 수도 없는데, 이들은 무한히 쾌락을 좇고 있었다.  

이들은 기꺼이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면서까지 쾌락을 추구했다. 아이들은 몸을 팔아도 목숨을 건질 수 없었고, 단지 그 역겨운 순간을 위해서 살아갔다.

이런 삶… 나날들… 시간?——아니다, 어떤 단어도 적절하지 않다. 그건 순수한 공허일 뿐,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삼키는 무언가였다.  

-

이러한 고통 속에서 2년이 흘렀다. 물론, 소년에게는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모든 것에 특별한 것은 없으니까. 소년은 결국 어느 비 오는 밤, 그 남자를 목 졸라 죽였다. 그때 남자는 죽어가며 더 세게, 더 세게 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좋아, 네 뜻대로 해줄게, 소년은 생각했다.  

곧 그의 애인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책임을 떠넘기며 서로를 밀어내다가, 한 명이 구석에 서 있던 소년을 발견한 뒤 그에게 다가왔다. 그중 한 여자가 앞장서서 소년의 뺨을 세게 때렸다.  

관리의 장례식에서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거짓 울음을 흘리며 참석했다. 관리의 동생은 울음에 얼룩진 손수건 다섯 장을 왼쪽 주머니에 넣고, 오른쪽 주머니에는 다섯 겹의 봉투에 담긴 도시 임명장을 넣었다.  

소년은 비가 새는 창고방에 갇혀 있었다. 그는 문을 세차게 두드렸지만, 아무도 허리까지 차오른 빗물을 치워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고, 무용하고도 유용한 소년인 그는 자신이 왜 죽지 않았는지 혼란스러웠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관리의 동생이 선심을 써서 하인장에게 그를 그냥 두라고 했다고 했다,)

어쨌든 그는 또다시 자신을 좋아하는 새로운 구매자를 찾게 되었다.  

“이 녀석은 호위대가 있는 고관을 죽인 적이 있습니다. 믿기 어려우시면 4월 신문을 보시면 됩니다!”  

소년을 데리고 거래하러 온 하인이 문을 등진 노인에게 힘주어 말했다. 소년은 하인이 단지 돈을 못 받을까 두려워 그러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노인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듯 돈 자루를 뒤쪽에 던져두고는 홀 안으로 들어갔다.  

하인은 몇 마디 경의를 표하고 감사 인사를 남긴 후 돈 자루를 안고 떠나며 소년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약간의 연민이 담긴 것 같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심지어는 죄책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년은 그 가능성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인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만약 주인의 명령 아래 그렇게 역겨운 일을 해왔던 사람이 죄책감을 느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만큼 역겨운 일이 없을테니깐.

참으로 불쌍하고도 무서운 인간들이다.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가 억압받고 있다고 여긴다. 모두가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며 약자라 자처한다.  

-

“저기… 계십니까…?”  

홀 문 앞에서 아침 내내 서 있던 소년은 마침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입을 열었다. 새 주인은 매우 특이한 사람이었다. 거래가 끝난 뒤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집 안 깊숙한 어두운 방으로 데려갔다. 그 방에서는 이따금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소년은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었지만, 이내 고개를 들고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실 소년은 이곳을 꽤 마음에 들어했다. 이 집은 외곽에 위치해 있었고, 고풍스러운 장식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책장에 빼곡히 쌓인 책들과 표본들은 한순간에 소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약물, 의학, 인체 각 기관의 해부…  

이곳 주인은 외부에서 ‘대마법사 켄트’로 불리며 매우 신비로운 인물로 알려져 있었고, 소년은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각종 무시무시한 신비주의 도구들을 볼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건 진정한 지식의 바다였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는 법을 그는 이미 과거의 시간 속에서 익혀 왔다. 소년은 숨을 멈추고 자신을 가장 끌어당기는 책 한 권을 조심스럽게 꺼내 읽어내려갔다. 책에는 자세한 그림과 주석이 적혀 있었고, 중간에는 단풍잎 책갈피가 끼워져 있었다...  

소년의 눈이 살짝 커지며, 생기를 잃었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생애 처음으로 반짝였다.  

“저기… 혹시… 저에게 시키실 일이…”

탁-

가장 깊은 방으로 조심스레 들어간 소년은 어두운 방 속의 것에 걸려 넘어졌다. 넘어진 순간,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 끈적한 액체가 그의 온 피부에 느껴졌다. 그는 이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소년은 깜짝 놀라, 한 번도 긴장을 풀어본 적 없는 신경이 잠시 느슨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떨리는 손으로 자신이 걸려 넘어진 그 장애물을 만져보았다.  

그것은 한 청년의 머리였다.  

소년은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피투성이 손으로 본능적으로 입을 막았다.  

“대답해줄 수 있니…?”  

그의 새 주인이 피가 흘러내리는 수술대 옆에서 그를 돌아보았다. 그의 주변에는 잘린 팔다리와 시체들이 가득했으며, 지하 변형소조차 이렇게 지옥 같지는 않았다.  

“또 죽었군. 나는 그를 치료할 수 없어. …능력… 하하하, 능력… 너는 뭘 보여줄 수 있니?”  

소년은 그 집이 켄트의 개인 수술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켄트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어 끊임없이 ‘장난감’을 구매할 수 있었고, 그는 그들을 해부하기 위해 사들였다.

소년이 피로 가득한 그 중년 남자의 눈을 마주쳤을 때, 그는 그가 보이는 것만큼 나이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불타는 눈빛에는 혼탁함이 없었고 오직 분노만이 가득했으며, 온통 하얀 머리와 굽은 등에 의해 늙은이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그 실험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수술받는 자의 능력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도달할 수 없었기에 광기에 휩싸인 상태였다.

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실험을 반복하는지 소년은 알지 못했다.  

소년은 피가 묻은 침대에 누워야 할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켄트는 실험 대상을 원했고, 자신은 그 요구에 완벽히 부합했다.

그는 이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해져야 했다.  

소년은 두려움에차 문 밖으로 달아나려고 했다. 그러나 세 걸음도 되지 않아, 보이지 않는 실에 의해 잡혀 움직일 수 없었다.  

켄트도 능력자였다. 그것이 켄트의 능력이었다. 소년은 몸부림쳤고, 2초 후 남자에게 머리를 가격당해 기절했다.  

“…………”  

소년이 깨어났을 때, 그는 버려진 다락방에 있었다. 주변은 잘린 팔다리와 시체들로 가득했고, 일부는 이미 구데기가 꼬여 득실거리는 상태였다. 절망감은 진흙처럼 그의 머리를 덮어, 그의 입과 코로 흘러들어왔다.  
그의 눈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마치 진정한 블랙홀처럼.  

그러나 그는 손을 들어올렸다. 그건 그의 인생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영원히.  

이미 모든 의지를 잃은 소년은 어느 순간, 치유 마법을 시전했다. 그도 어떻게 이런 힘이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이게 소위 말하는 재능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그는 이런 상황을 세세히 따질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에 대해서, 병든 세상에 대해서, 그 앞에 있는 죽은 것들에 대해서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의 형체를 잃은 시체 조각들을 조합하여, 자신 내면의 헛된 구멍을 메우는 듯했다.  

켄트가 다시 술에 취해 다락방에 왔을 때, 이곳은 조용한 풍경으로 변해 있었다. 바닥에 널부러진 능력자들이 되살아나 자신의 피로 더럽혀진 바닥에 평안히 잠들고 있었다. 모든 것은 마치 유화 속 이야기처럼, 그들이 정말로 꿈속에 빠져 이 역겨운 세상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였다.  

켄트의 눈빛이 빛났다. 그는 소년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알카이드는 그 눈빛 속에 존경과 희망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꼈고,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그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

그렇게 12세 소년은 치유 마법 덕분에 켄트에게 남겨졌다. 그는 알카이드를 의사로 키우려는 게 아닌, 해부로 손상된 몸을 복구하게 하여 켄트가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 곳에 남겼다.

알카이드-이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생겼다-는 곧 이런 생활에 익숙해졌다. 지금까지의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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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그를 화내며 수술 준비를 하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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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는 처음으로 켄트의 방에 들어갔다. 하얀 머리의 남자는 영원히 잠들어 있었고, 바닥은 알콜로 더럽혀져 있었으며, 방 안에는 그의 평생 본 적도 없는 극도로 역겨운 기구들이… 늘어져 있었고 바닥엔 잔인하게 파괴된 잔해들이 늘어져 있었다.  

이 광경을 보자 알카이드는 켄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19세 소년은 이것이 자신의 운명을 쟁취할 유일한 기회라는 걸 느꼈다.

세상은 그의 사생활을 알지 못했지만, 강자를 숭배하는 세상은 과거에 이름을 떨친 모든 사람들을 높이 떠받들었다.  ‘대마법사 켄트’ 이 거창한 이름은 여전히 세상에서 높이 떠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알카이드로서, 켄트의 제자로서, 인간이 서로를 잡아먹으며 오르는 이 계단을 오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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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법사 알카이드입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대마법사의 제자가 자신의 스승을 죽이고, 뛰어난 마법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세상에 공헌한다는 이야기가 곧 황도에서 퍼져나갔다. 그는 자신의 집을 샀고,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드려 그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극도로 높은 가격에 해결해주었다.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그가 무감각해진 도덕적 한계를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는 정장 차림의 다른 신사들과 마찬가지로, 겸손한 신사의 외양을 만들어냈지만, 껍질을 벗겨내면 황궁의 깊은 피바다에 여전히 잠겨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드디어 어떤 것들을 거부할 수 있게 되었고, 처음으로 진흙의 정점에서 옅은 흰색을 찾아내, 코끝을 대고 깊이 숨을 쉬었다. 이것이 그같은 출신이 누릴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그는 이 부패한 왕조와 함께 성장하며, 끊임없이 피어나고 또 썩어갔다.  

어떤 때에는 자신이 그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버린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연결된 단단한 운명의 끊은 점점 더 얽히며, 벗겨낼 수 없는 기생체가 되어갔다.  

-

그러던 어느 날, 예약한 시간에 맞춰 황자가 그의 집으로 들어왔다. 수십 명의 병사를 대동하고. 문 앞에서 그를 맞이하러 나온 알카이드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너는 내 보물을 죽였어!”  

촤악- 그의 기억에 남은 두 번째 뺨이었다, 알카이드는 제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왕자의 얼굴이 분노에서 흥분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았다.  

“보물”이란 말이 바로 켄트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켄트의 이상한 방, 그의 실을 활용한 능력, 그리고 켄트의 몸에 남겨진 인공 능력의 수술 흔적. 그 남자는 능력의 저주를 받고 있는 모든 것을 미친 듯이 해부하고 있었다. 그는 이 저주를 제거하고자 했고, 그것은 결국 자신을 제거한다는 뜻이었다.

이 황당한 세상에서 피해자는 가해자처럼 왜곡되어갔다.  왕자의 요구는 매우 간단했다. 그가 말을 꺼내기 전에 알카이드는 그의 말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 황조는 개개인이 누구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강자”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했다.  

……아, 이것이 모든 것의 끝인가.  

그는 황궁에서 가장 화려한 종탑 위에서 비틀거리며 이 아름다운 식인 도시를 바라보았다. 어느 순간 그는 한 소녀가 자신을 가리키며 부모에게 질문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부모는 웃으며 대답하는 그 모습이 어지러이 느껴진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피투성이가 되는 것, 이런 장면은 여기서 그리 낯선 것이 아니었다. 자신 역시도 그리하겠지. 그는 공중에 떠 있는 발끝에 체중을 앞으로 실었다.  

그동안의 투쟁. 삶 속에서 그 촉수는 더 많고 강해졌다. 지금 이 순간, 촉수의 절반은 그를 앞으로 밀어내며, 나머지 절반은 그를 뒤로 잡아당겼다. 이 기묘한 장면은 그가 살아온 황당한 인생과 같았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고, 움직이지도 않았으며, 그 갈등이 침묵 속에서 사라지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지구의 중력이 자신을 고요함으로 이끌어주기를 기다리며.  

그런데…

그 순간, 그의 인생에서 가장 황당한 장면이 나타났다. 궁전에서 거대한 드래곤들이 하나씩 날아 나왔고, 황궁을 방어하기 위해 존재하던 불길이 이 역겨운 도시를 완전히 태워버렸다. 불길이 치솟았고, 건물이 무너졌으며,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울부짖으며 봉쇄된 성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  

가장 앞에 선 드래곤 위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의 머리는 이미 반쯤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 사람은 그의 다리 곁의 촉수를 보며 이렇게 물었다. 루첸은 알고 있었다. 이 사람도 자신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하지만, 만약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그라면, 어쩌면… 그를 따라가는 것도 흥미로울지도 모른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 빈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는 지옥을 보고 있어…”  

“정말 아름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