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아이리스 마을
세월이 제법 호른 것 같다. 마을에 들어서는 카이로스의 뒤를 많은 이가 따르고 있었다.
[촌장]
카이로스 님, 어찌 이 누추한 곳을 다 방문해주셨는지요.
[소년]
그 유명한 마법사 카이로스 님을 직접 만나다니! 일마 전에 사냥꾼 아저씨가 카이로스 님의 도움을 받았다면서요?
[사냥꾼의 아내]
그래. 카이로스 님이 아저씨를 얼음 나비로부터 구하고 치료까지 해주셨지. 우리 가족의 은인이시란다.
[소년]
정말 멋져요! 저도 커서 카이로스 님처럼 얼음 나비도 해치우고 사람들을 돕는 마법사가 될래요!
사람들의 칭송에 카이로스는 어색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카이로스]
당연한 일을 한 것뿐입니다.
이때의 카이로스는 웃을 줄도 알고 꽤나 상냥해 보인다. 조금 신기하네. 그는 강해져 다른 이를 돕겠다던 약속을 착실하게 지키고 있었다. 나를 잊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카이로스]
북쪽의 아이리스 마을에 혹시 올리버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아직 살고 있는지요.
무슨 일인지, 카이로스는 조금 주저하는 기색이다.
[여인]
그럼요! 다 쓰러져가는 집에 온 가족이 다닥다닥 붙어 살더니 지금은 큰 집을 짓고 농지까지 사서 아주 떵떵거리면서 살아요. 오래전 그 집 아들 중 하나가 실종된 후로 갑자기 형편이 피어, 한동안 다들 뒤에서 수군거리기도 했지요.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물으시나요?
[카이로스]
그렇군요... 누가 좀 알아봐달라고 해서요.
카이로스는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마을을 떠났다. 그는 북쪽으로 향했다. 길을 잘 알고 있는 듯했지만,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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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는 야트막한 샅중턱에서 멈춰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의 시선은 아담한 마을. 제일 커다란 저택에 머물려 있었다. 알 것도 같다. 이곳이 어디잍지, 그리고 그가 궁금해했던 이는 누구인지.. 카이로스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저택 앞마당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휠체어를 탄 노파와 젊은 여인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한 노인과 그의 아들로 보이는 농부는 자신들의 넓은 밭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저들이 아마도 카이로스의 친부모와 동생이겠지... 그들이 누리는 행복한 삶은 카이로스의 목숨의 댓가나 마찬가지다. 아마 가난했던 가족은 어린 카이로스와 금화를 교환하여 지금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거겠지.
죽음이 무서워서가 아닌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게 슬펐다고 한 어린 카이로스의 말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가족에게 배신당하는 것보다 절망적인 일이 또 있으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저들을 바라보고 있을지 나는 잘모르겠다. 다만, 그의 눈동자는 더없이 쓸쓸한 빛을 띄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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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는 날이 어두워진 뒤에야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끝내 가족을 만나지 않았다. 긴 머리칼이 스산한 바람에 나부꼈다. 눈밭 위로는 그의 발자국만이 외로이 이어졌다.
돌연, 그가 우뚝 멈춰 서더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북쪽으로 부터 대규모의 얼을 나비 떼가 날아오고 있었다. 하늘은 온통 불길한 빛으로 뒤덮였다. 나비 떼가 일제히 날개를 펄럭 이자 무시무시한 눈폭풍이 휘몰아쳤다.
손쓸 새도 없었다. 아이리스 마을은 눈폭풍에 집어삼켜지고 말았다. 얼음 나비가 쓸고 지나간 마을에선 생명의 흔적을 전혀 찾을수 없었다. 사람뿐 아니라 모든 것들이 다 얼어붙어버렸다. 카이로스는 이동하는 얼음 나비 떼를 재빨리 따라잡았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으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얼음 나비는 너무 많았다. 카이로스는 얼음 나비떼에 포위되고 말았다.
>카이로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함께 싸운다.
BE 5. 구원실패
나는 카이로스를 지나쳐 달려가며 얼음 나비를 처치했다. 그리고 카이로스가 나를 똑바로 본 순간, 땅이 흔들리고 세상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아아! 카이로스 앞에 모습을 드러내선 안 되는 거였어! 그가 날 보면, 훗날 우리가 만나는 순간 모든 인과가 뒤엉켜 버린다.
내가 다 망쳐버렸다. 나는 시공의 틈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END.
>카이로스의 뒤에서 몰래 얼음 나비를 쫓아낸다
혼자선 무리야. 내가 도와줘야겠어. 카이로스가 내 존재를 눈치채지 않도록 몰래 도와주는 거야. 나는 모습을 숨긴 채 그림 소울을 소환했다.
>1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