ろ_ 2024. 2. 12. 12:57

똑똑! 탁!

...싫어. 시끄러위. 

누가... 내 얼굴을 치는 것 같은데?!

 

[나]

헉! 로샤?! 

 

[로샤]

나는 아주 귀족적으로 그대의 머리 맡을 두드렸지만 일어나지 않더군. 20분동안 손이 빨개지도록 두드렸는데. 커튼 속에서 꿈쩍도 안하길래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했지.

 

[나]

아, 아니. 그럼 부르면 되잖아요!!

 

[로샤]

싫은걸. 만일 문 밖에서 누군가 짐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온 황성이 수군대겠지. 황제가 예쁜 아내를 얻고서도 매일 소파에서 잔다고. 자,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빨리 일어나도록. 오늘은 사냥을 나갈거다.

 

사냥이라... 말을 타고 교외로 사냥을 나가는 것은 에르세르 귀족들의 전통 오락활동이라고 어제 본 책에 씌여있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한가롭게 놀러다니는 건 좀... 

 

[나]

혹시 그것도 '방탕한 폭군의 연장선인가요? 

 

[로샤]

황실 마차에 그대를 대우고 방방곡곡을 누비며 자랑하고픈 맘이랄까. 

 

로샤는 오만상을 다 찌푸리는 나를 보며 유난히도 즐거워했다. 

 

[로샤]

천천히 준비 하도록. 나는 무기고에 가보겠다. 

 

 시녀의 도움을 받아 채비를 마진 나는 황궁의 메인홀로 내려갔다. 로샤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자연스럽게 포옹하며 쉴 새 없이 낯뜨거운 소릴 내놓았다. 배웅 나온 사람들 속에서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카이로스도 있었다. 

 

[로샤]

카이로스 경, 오늘따라 안색이 더 창백하군. 가끔은 햇볕을 쐬도록 해. 그리고 알카이드라고 했던가? 자네는 황궁 주변 경계 임무에 아주 적합할 것 같으니 짐이 특별히 한자리 마런해주지. 

 

 알카이드는 의아한 표정으로 예를 표했다. 로샤는 내 지난번 여정이 꽤나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우와, 그렇게 안 봤는데 속 좁네! 로사는 내 이마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로샤]

그대와 나만의 이야기다. 다른 이가 끼어들게 놔둘 순 없지. 

 

-

 

 진군나팔과 황실 의장대의 사열까지. 전쟁 출정을 방불게 하는 출발이었다. 황제의 마차가 지나가는 길은 모두 깔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빈민가와 뒷골목은 이곳에선 전혀 보이질 않았다. 뭔가 씁쓸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