ろ_ 2024. 1. 24. 20:23

1. 일기

관찰원 W 

3월 19일 성 시티에서

관찰원의 일기. 동료의 근황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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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관찰원이다. 나의 업무는 보안 기관 직원을 관찰하는 것. 보안 기관의 수많은 직원이 자신의 진짜 직업을 숨기고 있다. 우린 그들을 관찰하며 국가에 대한 그들의 충성심을 확보해야 한다. 오늘 브랜다가 아이를 낳았다. 산모는 무사하다. 지금까지 해온 브랜다의 행동은 전부 허가된 것이었으며, 위반 사항도 없었다. 난 브랜다와 그의 아들 알카이드를 계속 관찰할 것이다.

 

관찰원 W

3월 19일, 성 시티에서 


2. 일기

스카이실크 그룹, 아처

12월 파리에서

스카이실크 그룹 도련님의 일기. 알카이드라는 친구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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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알카이드와 앵발리드에 갔다. 우리 엄마는 브랜다 아주머니와 친한데, 함께 유명 브랜드로 쇼핑하러 가면 나올 줄을 몰랐다. 엄마는 내가 귀찮다며, 브랜다 아주머니 아들인 알카이드에게 날 맡겼다. 흥, 난 누가 보살펴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알카이드는 프랑스어를 잘 했고, 나폴레옹 묘를 가보고 싶었던 내게는 그런 그가 필요했기에, 그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성격 좋은 알카이드는 앵발리드의 역사를 설명해 주었다. 프랑스 사람은 이름이 너무 길어서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를 따라간 박물관에서 건륭제 시대의 의복을 봤는데, 너무도 신기했다! 당분간 어머니가 파리에 머무를 테니, 나도 재밌는 놀거리가 있는지 잘 찾아봐야겠다.

 

스카이실크 그룹, 아처

12월, 파리에서 

 


3. 일기

관찰원 W

3월 20일 성 시티에서

관찰원의 일기. 소년이 발견한 것에 관한 내용이 기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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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다의 아들은 매우 예리하다. 내 말을 증명할 실질적인 증거는 찾을 수 없지만, 그것으로 알카이드가 보통 아이들보다 더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녔다는 것이 설명된다. 내가 어두운 곳에 숨에서 그를 관찰할 때면, 그는 매우 불편해하며 부모에게 몇 번이고 누가 계속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날 따돌릴 방법을 찾는다. 난 브랜다에게 보안 규칙을 위반하지 않도록 경계를 높일 것을 권고했다. 아무런 동기가 없는 아이를 고발할 증거는 없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조직을 대신해 브랜다에게 경계하라고 주의를 줬다. 

 

관찰원 W

3월 20일, 성 시티에서 

 


4. 일기

스카이실크 그룹, 아처

11월 샤모니

스카이실크 그룹 도련님의 일기. 최근 알카이드와 함께 스키를 탄 일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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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브랜다 아주머니가 알카이드에게 날 데리고 알프스에 스키를 타러 가라고 하셨다. 알카이드는 날 스키 명소인 사모니로 데려갔다. 여기에는 스키 말고도 페인트볼과 각종 박물관 같은 즐길 거리가 많았다. 난 스키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신발에 눈이 들어가면 축축해지니까. 하지만 알카이드는 신이 나서 고급 코스에 쉴새 없이 도전했다. 알카이드는 이런 스포츠에는 푹 빠져들지만, 술자리 같은 것엔 흥미가 없다. "년 아외 활동을 좋아하나 봐?" 스키를 타고 돌아와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알카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응, 난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사람이 적은 곳에서 노는 게 더 편해.” 알카이드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는 평소 예의 바른 탓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리고 그때 그가 한 말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이 녀석 꽤 외로울 것 같다... 그에게는 평소 순등순등한 소년의 모습과 전혀 다른 면이 있다. 

 

스카이실크 그룹, 아처

11월, 샤모니

 


5. 기억-연회

"그저 우연히 보게 된 것뿐이야... 별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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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회장에서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돌적으로 술을 권하는 남자들, 요염한 자태를 은근슬쩍 드러내는 여자들... 진심을 가장한 눈빛과 태도가 연회장 이곳저곳에서 목격됐다. 브랜다가 종종 참가하는 패션 파티로, 알카이드도 그녀를 따라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다. 오늘 파티에는 아처도 참석한 데다, 어머니의 성화에 이끌려 자신은 스카이실크 그룹의 도련님과 동행해야 했다. 하지만 아처에게는 다른 친구가 있는 것 같았다. 정장 차림의 남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아처는 순식간에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디저트가 담긴 접시를 든 채 알카이드는 어머니와 아처 부인이 각자 술잔을 들고 사람 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지켜봤다. 술에 취한 연인이 지나다가 아처 부인과 부딪혔다. 연인은 자신들의 실수를 사과한 뒤에 서로를 부축하며 자리를 떠났다. 웨이터 차림의 남자가 아처 부인에게 슬며시 다가가 그 옆에 술잔을 내려놓더니, 주머니에서 꺼낸 흰 가루를 잽싸게 털어 넣었다. 놀란 알카이드가 재빨리 어머니에게 다가가 자신이 목격한 상황을 알려줬다. 브랜다는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숙이곤 아처 부인의 상태를 살폈다. 

 

[브랜다]

엄마는 주최 측에 가서 경찰에 신고하라고 할 테니, 아처 부인을 돌봐드리럼. 

 

 브랜다가 재빨리 자리를 빠져나간 후, 알카이드는 아처 부인을 데리고 정원 밖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

 

 한여름 밤을 비추는 환한 달빛 아래, 부드러운 밤바람을 타고 정원의 꽃이 가법게 춤추고 있었다. 

 

[알카이드]

부인, 걱정하지 마세요.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경찰이 그자를 잡아낼 거예요. 

 

 어린 알카이드가 앳된 목소리로 자신을 안심시키려 하자, 아처 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처 부인]

착한 아이구나, 네가 제때 발견해 준 덕분에 다행히 난 괜찮단다. 

 

 그 순간, 아처 부인의 휴대폰이 울렸다. 부인은 양해를 구하는 듯한 눈빛으로 알카이드를 쳐다본 후 전화를 받았다. 

 

[아처 부인]

우린 괜찮아요. 당신은 어때요? ...알았어요, 쉬어요. 

 

고작 몇 마디뿐이 었지만 다정하고 따뜻한 말투였다. 

 

[아처 부인]

미안, 남편한테서 온 전화였어. 매일 밤 안부 전화를 걸곤 하거든.

 

 알카이드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자, 아처 부인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처 부인]

방금 있었던 일을 왜 말하지 않은 건지 궁금한가 보구나. 

 

알카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처 부인]

사고는 피했으니, 가족들을 괜히 걱정시기긴 싫었단다. 어쨌든 고맙구나, 알카이드. 네가 아니었으면 이 전화도 못 받았을지 몰라...

 

[알카이드]

우연히 본 것뿐인걸요, 별거 아니에요...

 

바로 그때, 아처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아처]

엄마, 엄마! 어떻게 된 거예요...!

 

아처 부인은 놀란 표정의 아처를 진정시기며 자리에 앉혔다. 

 

[아처 부인]

뛰어오다가 넘어지면 어쩌려고... 알카이드 덕분에 무사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자, 이제 둘이서 놀고 있으렴.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브랜다한테 잠깐 다녀올게. 

 

말을 마진 아처 부인이 연회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겨진 두 소년은 빤히 그 뒷모습을 쳐다봤다. 잠시 뒤 아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처]

네가 이렇게 대단할 줄은 미처 몰랐네. 

 

 잔뜩 비꼬는 말투였다. 하지만 아처는 금세 기분을 고쳐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처]

알카이드, 우리 엄마 구해줘서 고마워. 

 

[알카이드]

별거 아냐. 너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분명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아처]

그건 그래. 

 

자랑스러운 듯 고개를 들던 아처는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아처]

우리 엄마한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알카이드, 네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이유를 이젠 알 것 같아. 모든 사람이 다 착한 건 아니기 때문이겠지. 

 

알카이드는 담담한 표정으로 아처를 쳐다봤다. 

 

[알카이드]

응, 하지만 크고 나면 나도 익숙해질 거야. 자꾸만 쳐다보는 시선은 불편하지만, 사람들 틈에는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알카이드의 시선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브랜다에게 향하는 순간,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알카이드]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다면, 난 싫어하는 일도 해낼 거야. 

 

 여름 밤바람이 알카이드의 머리칼을 스치자,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드러났다. 방금 있었던 일은 그에게도 꽤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눈동자 때문에 여름밤의 환한 조명보다 알카이드의 모습이 더 눈부시게 빛났다.


6. 일기

관찰원 W

3월 20일 성 시티에서

관찰원의 일기. 알카이드에 대한 생각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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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다의 아들 알카이드는 만 18세로, 지금까지 규정을 어긴 적이 없다. 어린 시절 예리했던 통찰력은 변함이 없다. 난 그가 그 통찰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을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난 브랜다가 알카이드에게 자신의 신원에 관한 비밀을 털어놓도록 조직에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알카이드가 브랜다의 행동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알카이드는 어리기 때문에 비밀을 밝힐 때 뜻밖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천천히 접근해아 한다. 그와 동시에 외부인의 정보 유출에 대해선 엄격하게 규율을 지켜야 할 것이다.

 

관찰원 W

3월 20일, 성 시티에서 


7. 기억-소년의 고민

"이 자식... 연애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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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앙! 공중으로 높이 떠오른 노란색과 파란색 무늬의 배구공, 힘껏 내려치자 네트를 가르며 상대편 코트로 날아들었다. 아처의 멋진 스파이크 서브였다. 공을 받아야 할 상대는 머뭇거리다가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코트 위로 공이 떨어지자, 아처는 맞은 편의 알카이드를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옷을 집어 들었다. 

 

[아처]

여기까지만 하자. 

 

[알카이드]

미안, 컨디션이 별로네...

 

[아처]

이번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계속 별로인 것 같다?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곤 옆에 있는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처는 커피를 마시며 알카이드를 살폈다. 

 

[아처]

솔직히 말해 봐.

 

[알카이드]

뭐를?

 

[아처]

너... 연애하냐?

 

 당황한 표정의 알카이드는 아처의 눈빛 공격을 피하며, 눈앞의 접시로 시선을 돌렸다. 

 

[알카이드]

아냐.

 

[아처]

하는 짓이 영 수상하단 말이지. 자, 이 연애 선배님한테 말해 봐. 상대가 누구야? 내가 도와줄게. 

 

 알카이드는 아처의 집요한 '질문 공세'를 견디지 못하곤, 한숨을 내쉬며 친구를 쳐다봤다. 

 

[알카이드]

여행 가서 알게 됐어. 설산에서 정신을 잃었던 날 구해준 소녀야.

 

[아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전개잖아? 

 

[알카이드]

그 아이는 오로라를 보러 왔는데, 카메라에서 눈을 뗀 나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날 보고 웃어줬어.  

 

알카이드는 민망한 듯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알카이드]

하지만 그 아이한테 난 특별한 인상을 심어주진 못한 것 같아. 그러니까 '연애'는 아닌 셈이지. 

 

 아처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알카이드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아처]

하지만 넌 그 여자애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계속 넋이 나가 있는 게... 그 사람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아무 일도 없는데 보고 싶다는 건,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이건 연애 선배로서의 경험이야! 

 

[알카이드]

......

 

 커피를 다 마신 아처가 차가운 음료를 한 잔 더 주문했다. 한 모금 마신 그는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아처]

알카이드,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넌 나보다 훨씬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그러니 네 마음이 어딜 향해 있는지 잘 생각해봐. 

 

[알카이드]

내 마음...

 

[아처]

응, 어렵게 좋아하게 된 사람이잖아.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은지, 더 깊은 감정을 나눌 사이가 되고 싶은지 네 마음에 질문을 던져 봐.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지 잘 생각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너 스스로도 잘 알 거야. 감정이라는 건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생각해.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어색했는지 아처는 민망한 듯 제 이마를 짚었다. 잠시 뒤, 알카이드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처에게 고맙다고 했다. 아무래도 마음의 결단을 내린 것 같다. 

 

[알카이드]

아처, 충고 고마워. 

 

[아처]

뭐 그렇게 진지하냐? 어쨌든... 연애 사업이 성공하길 빌어주지! 

 

 말을 마친 아처가 손에 쥔 잔을 들곤 알카이드와 건배했다. 잔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분재의 푸른 잎이 가법게 흔들렸다. 마치 소년의 마음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듯...

 

 

 

 


8. 일기

스카이실크 그룹, 아처

12월 성 시티에서

스카이실크 그룹 도련님의 일기. 최근 알카이드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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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있는 일이 없다. 부모님한테 붙잡혀 회사 인턴으로 들어갔고, 여자친구에게 차이기까지 했다... 연애 전선이 순탄치 않은 나와는 달리, 알카이드에게는 운이 따르는 것 같다. 그 녀석이 전학을 갔는데, 거기서 설산에서 만났던 그 여자아이를 다시 만났다고 한다. 이 자식, 항상 운이 좋다니까! 알카이드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미술학과 학생으로, 자기의 귀여운 '꼬마 화가'라고 했다... 쳇, 우쭐대는 꼴이라니. 하지만, 친한 친구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니, 내가 다 기뻤다.(물론 속이 좀 쓰리긴 하지만). 난 언제쯤 마음이 맞는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으려나? 

 

스카이실크 그룹, 아처

12월, 성 시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