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잠시의 이별
나는 다섯 가지 보물을 가지고 바쵸와 함께 마법의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바쵸가 책장에서 두껍고 커다란 마법서를 꺼냈다. 책상에 마법서를 놓자, 자동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더니 하안 빛이 번쩍였다. 이내 페이지 위로 복잡한 주문과 마법진이 나타났다.
[바쵸]
보물들을 이 마법진에 올려놓으면 돼.
보물을 하나씩 마법진에 끌어다 놨지만, 예상한 것과 달리 아무 변화도 없었다. 바쵸가 가만히 손을 마법진에 올려놓을 때까지는... 수많은 작은 빛이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왔다. 눈부신 하안 빛이 다섯 개의 보물을 뒤덮더니, 바쵸까지 점점 집어삼기고 있었다.
[나]
바쵸!
나는 손을 뻗어 바쵸를 끌어당기려 했지만, 녀석은 고개를 들고 내게 익숙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바쵸]
바보. 나도 네 보물이야...
바쵸가 말을 다 끝내 기도 전에, 그 작은 형제는 빛에 모조리 삼켜졌다. 마법서에서 흘러나온 하안 빛은 점점 밝아지더니, 오두막 전체를 뒤덮고, 창밖의 넓 은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나도 그 빛 속에 휩싸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시야가 밝아졌다.
[나]
바쵸...
나는 마법진에서 부드럽고 작은 바쵸의 몸을 들어 올렸다.
[바쵸]
뭐 하는 거야? 나 안 죽었거든? 마력 소모가 심해서 기절한 것뿐이야.
[나]
엥? 아니, 난...
[바쵸]
눈 빨개졌네?
[나]
아니거든!
바쵸의 얼굴을 꼬집었지만, 속으로는 너무도 기뻤다. 내 소원이 이뤄지자, 책 속의 동화 세계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세계는 이미 떨어져 나와 다른 곳으로 바뀐 듯했다. 이 세계가 구체적으로 뭔지는 바쵸도 모른다고 했다. 이 세계를 계속 탐색해야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쵸]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돼. 이 세계에 다시 오고 싶어지면, 자연스레 오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거야.
바쵸가 가리기는 마법서에는 마법진이 아직도 옅은 빛을 내고 있었다. 내가 마법봉으로 두드리면,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나]
...또 보러 올게!
바쵸는 부끄러운지, 처음으로 내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녀석은 공중에 떠서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바쵸]
인간은 성장해. 겁먹지 마. 네가 지나는 모든 길은 너에게 힘이 될 거야.
바쵸의 말이 맞다. 녀석은 내 보물이자, 내 아득한 어린 시절이니까. 바쵸가 손을 내밀자, 녀석의 작은 손끝이 나에게 닿았다. 그 순간, 내 눈앞에 무수한 과거가 스쳐 지나가더니 마지막에 한 장면에서 멈추었다. 그때 내가 이 동화책을 막 필,갔을 때 눈부시게 아름다운 삽화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창조'라는 단어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때 동화책에서 본 삽화를 따라, 그림을 하나 그렸다.
이번 여정의 경험은 영원한 추억이 되고, 내가 걸어가는 모든 길 위에 힘이 되어줄 것이다.